3기 신도시는 내년 부동산 시장의 '핫 키워드'로 꼽힌다. 각종 규제로 주택공급 가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단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 하반기 사전청약을 실시하면 주택 매수 불안심리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입주 시점이 4~5년 뒤인 데다 토지보상 등 각종 변수도 무시할 수 없어 3기 신도시 '약발'이 들기까지는 아직 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 3기 신도시, 어디까지 왔나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1(868만㎡, 5만4000가구)‧왕숙2(239만㎡, 1만5000가구) ▲고양 창릉(813만㎡, 3만8000가구) ▲하남 교산(631만㎡, 3만4000가구) ▲부천 대장(343만㎡, 2만 가구) ▲인천 계양(333만㎡, 1만7000가구) 등 5곳으로 총 17만8000가구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들 모두 서울과 가깝거나 대규모 사업지로 수요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청약대기자들의 내 집 마련 불안 심리를 덜기 위해 부활한 '사전청약' 제도도 열기를 끌어올렸다. ☞관련기사 9년만에 부활한 '사전청약제' 이번엔 꽃길 걸을까
사전청약은 본청약 1~2년 전 일부 물량에 대해 청약을 먼저 받는 제도다. 내년 7월부터 시작해 2022년까지 수도권 공공택지 내에서 공급하는 공공분양물량 6만 가구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한다. 3기 신도시에서만 2만2200가구가 나온다.
물량이 많진 않지만 각종 부동산 규제로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해 주택 공급이 밀리면서 '공급 공백'이 우려되는 상황인 만큼 3기 신도시가 가뭄 속 단비가 될 전망이다.
3기 신도시에 청약하기 위한 대기 수요가 몰리면서 3기 신도시 전 지역의 전셋값이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12월21일까지) 기준 주간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경기도 남양주가 12.47%, 경기도 고양시가 12.05%, 경기도 하남시가 11.87% 등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사실상 유일한 '단비'가 될 3기 신도시이지만 여전히 토지 보상 일정 등이 '변수'로 남아 있다.
부동산개발정보 플랫폼업체 지존에 따르면 최근 인천 계양, 하남 교산은 소유자별 협의 보상가를 개별 통지하고 본격적인 토지 보상에 나섰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3기 신도시 중 토지보상가가 가장 큰 하남 교산지구 토지소유주들이 양도세 감면 혜택 등을 받기 위해 토지를 팔면서 토지보상율이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가 많은 지장물 조사(비닐하우스, 창고)를 시작도 하지 않았고 문화재 발굴 등 토지보상이 지연될만한 변수도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3기 신도시 중 면적이 제일 큰 남양주 왕숙1‧2 지구의 토지 보상은 내년으로 밀렸다. 과천 지구는 감정평가사법인 간에 내놓은 감정평가 금액 차가 커서 재감정 가능성이 높다. 부천 대장은 내년 상반기 보상 계획이 나오고 내년 말쯤 보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태수 대표는 "사전청약은 토지보상 일정과 관계없이 진행할 수는 있겠지만 이 경우 입주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그래서 '약발'은 언제?…"입주할 때쯤 돼야"
토지보상금이 풀려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과거 1기 신도시와 2기 신도시의 토지보상금이 풀린 직후 주택가격이 상승한 바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3기 신도시 토지보상금 규모는 약 33조원으로 이중 17조원 정도가 내년에 집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과거엔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인근 지역 토지로 자금이 움직였는데 최근엔 주거용 부동산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아파트 시장의 불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3기 신도시가 당장 집값 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전청약은 1~2년, 본청약은 2~3년 내 진행할 예정이지만 입주는 최소 4~5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청약 자격 유지 등을 위해선 인근에서 전·월세로 거주하는 수요자들이 많을텐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전세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사전청약을 진행하면 수요자들의 (패닉바잉 등을 야기했던) 불안한 심리가 다소 안정될 수 있다"면서도 "청약에 당첨된다고 해도 입주 시점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전세수요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전세난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회장은 "입주 시점으로 예상되는 2025~2026년이 돼야 실제 수요가 분산돼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도 "향후 3~5년 사이 수도권 택지공급과 3기 신도시 등에서 입주물량이 나오기 시작해야 집값 불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공급부족이 완화되면서 단기 변동성이 컸던 곳들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