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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급한데 '10년 청사진'만으로 집값 못잡는다

  • 2021.07.28(수) 15:19

사전청약 확대 등 추가됐지만 영향 제한적
평년 수준 공급으론 시장 수요 못미쳐
매물 출회 등 단기 주택공급 대책 시급

"앞으로 10년 동안 수도권에 1기 신도시 10곳 이상 새로 건설되는 것과 같다"

정부가 주택 공급 청사진을 강조했다. 주택 공급에 대한 불안심리가 추격매수 등으로 이어져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향후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뤄질 것이란 확신을 심어줌으로써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눈앞에 보이지 않는 미래 청사진만으로는 집값 불안을 잡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주택공급 물량이 과거 10년과 비교해 적지 않다는 주장도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고, 재고주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단기 주택공급 대책이 없었다는 점에서도 핵심을 놓쳤다는 평가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당장 내 집 마련 원하는데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28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수도권 180만가구, 전국 205만가구 공급계획을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2.4대책 사업 후보지는 주민 동의율이 높아 본지구 지정 등에 속도를 내고, 3기 신도시 추가입지 발표와 과천청사 대체지, 태릉골프장 등도 내달 중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했다.

특히 공급 정책성과가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로 이어지도록 청약시점을 조기화, 공공택지 민영주택과 2.4대책(3080 도심공급 물량) 등도 사전청약 대상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 정부가 발표한 공급정책이 추진되면 앞으로 10년 동안 전국 56만가구, 수도권 31만가구 규모의 주택이 매년 공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도권 31만가구는 1기 신도시 총 건설물량(29만가구)보다 많은 것으로 해마다 1기 신도시 규모의 주택이 수도권에 공급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주택공급 확대를 꾸준히 지속하겠다는 정책기조를 확인한 점은 긍정적이지만 당장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들을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주택공급 대책은 적어도 2~3년 이후에나 가시화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번에 새로 포함된 공공택지 민영주택과 2.4대책 공급물량의 사전청약도 마찬가지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사전청약 대상을 확대해도 입주시점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서 실제 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 아니라면 시장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며 "2.4대책 등도 연내 지구지정일 뿐 실입주까지는 적어도 5~7년 이상 걸리는 상황이라 현 시점에서 집값 불안을 잠재우기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공급에 소요되는 시간이 정부계획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3기 신도시나 공공정비사업, 2.4대책과 도심 유휴부지 활용 등의 진행 상황이 가시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정책과 공급 숫자들이 이번 정부 초기에 발표된 것이라면 심리를 안정시키는데 효과가 있었겠지만 정권 막바지라는 점에서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단기 주택공급 방안이 빠져있는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시점인 올 6월1일 이후 매물이 시장에 출회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돼 수요자들의 조급함만 더해가고 있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6월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5223개에서 이날 현재 4만1239개로 8.9% 가량 감소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획기적인 단기 공급대책이 추가로 나왔어야 했는데 그 동안 나왔던 내용만 반복됐다"며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도록 하는 유인책을 비롯해 서울시와 협의한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 등도 없이 10년 후 주택공급을 강조하면 부동산 불안심리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택공급 충분?…상황이 변했다

정부가 단기 주택공급이 아닌 중장기 주택공급 청사진을 강조한 것은 최근의 주택 수급상황은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거 10년 평균 주택입주물량은 전국 46만9000가구, 서울 7만3000가구인 반면 올해 입주물량은 각각 46만가구와 8만3000가구로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 측면에서도 지난해 33만가구가 늘어났던 수도권 세대 수가 올 1~5월에는 작년 절반인 7만 세대 증가에 그쳐 수급요인이 현 시장상황을 가져온 주요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이에 대해서도 주택시장 환경이 달라졌다는 것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과거 10년과 비교하면서 올해 주택공급 물량이 평년 수준이라는 주장은 환경여건이 달라졌음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라며 "지금은 주택 매수로 군중심리가 확고하게 쏠려있어 객관적으로 평년 수준의 주택공급량이 시장 수요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종완 원장도 "서울은 아직 주택보급률이 100을 넘지 못해 주택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전셋값 상승과 집값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정부는 주택공급 부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집값 안정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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