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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 갈 길 바쁜데…LH 혁신 '첩첩산중'

  • 2021.08.11(수) 13:56

주거복지-주택‧토지 수직 분리 방안 유력
실행까지 1년…신규 입지·지구지정 등 산적

"LH 사태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신규택지 발굴 등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익명의 부동산 시장 전문가)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조직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주택공급 대책을 시행할 핵심 기관인 만큼 조직 개편이 마무리돼야 공급대책도 원활히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LH 조직개편 밑그림이 정해져도 시행까지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신규 택지 발굴‧확정과 공공 도심개발 등 추진해야 할 사업이 산적한 상황에서 LH 조직개편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개편안 확정돼도 실행까지 갈 길 멀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8일 LH 조직 개편안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을 위해 온라인 공청회를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앞서 공개(6월7일)했던 3개 방안을 두고 중점적으로 논의했는데, 주거복지 업무를 하는 모기업과 개발사업 부문인 토지‧주택을 자회사로 두는 3안이 유력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당초 정부 검토안이었던 3안에 대해 "토지와 주택부분 기능을 통합해 안정적으로 2.4대책을 수행할 수 있고, 주거복지 부문을 모회사로 해 주거복지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하며 힘을 실었다.

특히 자회사(토지‧주택)의 개발이익을 배당으로 회수, 주거복지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3안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비판은 이어진다. 온라인 공청회에서 백인길 대진대 교수는 "모회사와 자회사도 결국 같은 회사인데 감시를 내재화하면 흐지부지될 수 있다"며 "견제 장치는 외부에 두는 부분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직 개편이 이뤄져도 LH의 업무 자체에는 크게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성시경 단국대 교수는 "LH 사업부문 분리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지방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은 지방으로 넘기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판을 감수하고 국토부가 3안을 최종 확정한다 해도 실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

특히 인력 조정이 관건이다. 정부는 지금의 LH가 맡고 있는 기능을 택지개발과 주택건설, 주거복지로 쪼갠다는 구상인데, LH 직원들은 특정 업무만을 전문적으로 맡는 게 아닌 순환보직으로 여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상 강제적 인력 이동도 어려워 직원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업무와 분리 후 어떤 기업으로 배치를 원하는지 등에 대한 수요 조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원감축 등이 이뤄진다 해도 LH 임직원 수가 6000~7000명에 달하는 만큼 순탄하게 진행되기 쉽지는 않다. 이로 인해 LH 안팎에서 조직 개편안을 두고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직원들의 반발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개편안 확정 후 LH 직원들 인사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결정하기는 어렵다"며 "LH 자체적으로 수요 등을 조사하고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H조직 정비 언제하고, 주택공급 숙제는 또 언제?

국토부는 조만간 LH 조직개편 관련 공청회를 한 번 더 진행하고, 당초 정부 계획대로 이달 중 개편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개편안이 확정돼도 하위법령과 인력 조정안 마련 등 실행을 위한 준비과정만 최소 몇 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개편안 확정이 끝이 아니라는 얘기다.

국토부는 3기 신도시 등 이미 발표한 공공택지 지구는 연말까지 총 24만가구의 지구 계획을 모두 확정하고, 아직 발표하지 못한 13만가구의 택지도 이달 중 구체적인 입지와 물량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계획했다가 투기의심사례 발견 등으로 미뤄진 3기 신도시 추가 입지를 곧 발표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과천청사 대체지와 태릉골프장 등도 이달 안에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해 발표하고, 연내 지구지정 등 인허가 절차에 신속히 착수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오늘(11일)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이 내용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같은 공급대책 실행 중심에는 LH가 있다. LH 조직 개편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하면 투기사태 이후 바닥을 찍은 국민 신뢰 회복이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공급대책 실행 동력도 확보하기 어렵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의 주택공급에는 LH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공급대책이 원활히 진행되고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려면 겉으로 보여주기 식 조직 개편을 넘어 LH 자체가 변화됐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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