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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1인 가구, 특별공급, 성공적?

  • 2021.09.09(목) 10:36

1인가구도 문열린 청약 특별공급
트렌드 발 맞췄지만 공급량은 그대로
4인 가구도 떨어지는데…또 희망고문?

드디어 '싱글'에게도 특별공급의 문이 열렸습니다. 정부가 청약제도 개편을 통해 특별공급 사각지대에 놓인 1인과 맞벌이 가구, 무자녀 신혼부부도 청약할 수 있도록(이르면 11월부터) 한건데요.

특히 1인 가구에게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그동안 청약제도는 출산률, 고령화율 등 인구 상황과 맞물려 움직이면서 자녀가 많을수록, 나이가 많을수록 유리한 구조를 유지해왔거든요.

이같은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가점제 위주의 일반공급은 1인 가구가 넘보기 힘들었습니다. 특별공급은 아예 기회 자체가 없었죠. 그러자 2030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가구 분화, 비혼 등으로 1인 가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청약제도에선 여전히 소외돼 있으니까요.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1인 가구는 664만3354가구로 전체(2092만6710가구)의 31.7%에 달합니다. 10명중 3명은 혼자 산다는 의미입니다.

나이대별로 보면 20대가 126만6911가구로 전체 1인 가구수의 19.1%를 차지해 가장 비율이 높습니다. 이어 △30대 111만5518가구(16.8%) △60대 103만8985가구(15.6%) △50대 103만9495가구(15.6%) △40대 90만3816가구(13.6%) 등 순입니다. 20대와 30대를 합친 1인 가구 비율은 전체의 35.9%에 달하는데요.

그럼에도 현 정부는 '신혼부부'에 대해서만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을 늘려주며 청약 기회를 확대해줬습니다. 이들 특별공급의 교집합은 '기혼' 또는 '유자녀'기 때문에 1인 가구는 평생을 무주택으로 살았어도 생애최초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개편된 청약제도엔 이같은 현실이 반영됐습니다.

민영주택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30%에 대해선 1인 가구도 청약(추첨제)할 수 있도록 한건데요. 기존 신혼부부‧생애최초 특공 대기수요자를 배려하기 위해 대기수요자에게 70%를 우선공급하고 잔여 30%는 이번에 신규로 편입된 대상자와 함께 우선공급 탈락자를 한 번 더 포함해 추첨하기로 했습니다. ▷관련기사: 1인가구‧대기업 맞벌이 부부도 민영주택 특공 기회(9월7일)

드디어 청약제도가 인구·주거 트렌드를 따라가는듯 한데요.

1인 가구는 결혼 여부를 떠나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혜택을 골고루 준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정책 발표 후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일부 1인 가구들이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냉소적인 반응도 줄을 이었습니다.

특별공급의 분모가 엄청나게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죠. 공급 물량은 그대로인데 신청자격만 바꿔서 '나누기'를 한 셈이라 가뜩이나 치열한 청약경쟁 가운데 당첨 확률은 더 '바늘구멍'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당장 주위만 둘러봐도 자녀가 둘씩 있는 4인 가구도 특별공급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수두룩할 정도로 청약 경쟁이 치열합니다. 

올 상반기 '서울 마지막 로또분양'으로 흥행몰이를 했던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제일풍경채는 특별공급 평균 청약경쟁률이 72대 1을 기록했고요. 생애최초 특별공급의 경우 161대 1에 달했습니다.

당첨 가점도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래미안 원베일리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161대 1을 기록했고요. 당첨자 평균 청약가점도 72.9점을 기록했습니다. 15년 이상 만점인 무주택기간(32점)과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각각 만점 받아도 부양가족에서 4명(25점)은 돼야 총 74점으로 청약에 당첨되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일반공급 대기자 등도 일부는 생애최초 특별공급 잔여물량으로 눈을 돌리면서 그야말로 '박 터지는' 청약 경쟁이 될 전망인데요.

정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입니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인구총조사 기준으로 2030 및 4050 1인 가구가 전체의 약 20% 수준이고, 2020년 주거실태조사 기준 1인 가구중 64%가 주택구입이 없어 1인 가구 특별공급 대상자가 12.8%(20%×64%) 정도라고 봤는데요. 

지난해 공급실적 기준 민영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약 2만 가구로 이중 추첨제 적용(30%) 물량은 6000가구로 추산됩니다. 

결국 1인 가구가 도전할 수 있는 연간 특공 물량은 6000가구에 불과하다는 건데요. 앞서 살펴본 2030 1인 가구가 238만2429가구에 달한다는 점에서 턱없이 부족해보입니다. '또 희망고문이야?' 소리야 절로 나오네요.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청약제도 변경은 방향성 자체는 맞다고 본다"면서 "청약 당첨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2030의 패닉바잉도 일부 잠잠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만 "파이가 늘어나는 게 아니라 있는 걸 더 잘게 쪼개 나눠가지는 거라 특공 경쟁은 더 심화할테고 당첨이후 대출규제 때문에 젊은 1인 가구라면 분양가를 내기도 힘들 것"이라며 "자칫 희망고문의 대상을 늘리게 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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