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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채는 못 내놓지'…다주택자 외곽부터 판다

  • 2022.05.13(금) 06:30

서울·경기·인천 아파트 매물 일제히 증가
경기 외곽 집값 하락…강남은 연일 신고가

윤석열 정부의 양도세 완화 발표 이후 수도권 아파트 매물이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인천, 경기에서 골고루 매물이 늘었다. 양도세 부담에 거래를 포기했던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하나둘 내놓는 것으로 보인다.

매물이 늘어도 여전히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서울 강남과 달리 동탄 등 경기 외곽 지역에는 가격이 하락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남겨두고 서울 외곽이나 경기권 등의 주택을 처분하면서 서울 중심과 수도권 외곽 간 양극화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수도권 아파트 매물 일제히 증가

1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12일 기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양도세 중과 배제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물이 12.4% 증가했다. 총 매물 수는 5만1537건에서 5만7937건으로 6400건이 늘었다. 서울에 5만7000여건의 매물이 나오게 된 건 작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경기(9만9911건→11만2644건)는 12.7%, 인천(2만2062건→2만5082건)은 13.7% 증가했다.

인수위는 지난 3월31일 "정부 출범일인 5월10일 다음날 양도분부터 (다주택자 중과세율을) 1년간 배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다주택자가 집을 처분할 때 내야 하는 최고세율이 75%에서 45%로 낮아졌다.

이같은 발표 이후 수도권 아파트 매물이 두드러지게 늘었다. 수도권 외에도 세종(10.5%), 대전(9.5%), 부산(9%) 등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는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매물이 모두 늘었다. 이 기간 매물이 감소한 곳은 경북이 유일하다.

최근 들어 갑자기 매물이 증가하게 된 건 양도세 중과 완화와 함께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를 줄이기 위해서다.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하며 다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커진 가운데 오는 6월1일을 기준으로 1주택자에는 보유세 감면 혜택을 적용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는 높은 양도세 때문에 거래가 묶였던 다주택자의 보유주택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에 나오게 하자는 게 목적"이라며 "지금까지는 양도세 부담 탓에 매도 대신 증여를 선택하는 등 시장이 왜곡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중심-외곽 양극화…시장 안정화는 '갸웃'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로 수요를 집중하면서 서울 강남 등 중심지의 집값은 오히려 오르고 있다. 반면 경기 외곽 등의 아파트는 보유세 기산일 전 급매를 시도하며 가격이 하락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3월31일 이후 전국에서 가장 매물이 많이 증가한 경기 남양주시의 경우 하락거래를 쉽게 포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다산동 다산자연앤롯데캐슬 전용 84㎡는 지난 9일 9억1000만원(16층)에 거래됐는데, 작년 12월 기록한 최고가인 10억3000만원(19층)보다 1억2000만원 떨어졌다.

다산펜테리움리버테라스 전용 84㎡도 지난 6일 8억5000만원(4층)에 거래되며 2달 만에 6500만원 하락했다. 작년 11월 9억5000만원(24층)으로 신고가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반년 만에 1억원이 빠졌다.

화성시 동탄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청계동 동탄역 호반써밋 전용 84㎡는 지난 2일 7억6000만원(22층)에 거래되며 이전 거래 가격(2021년 9월·8억5000만원)보다 9000만원 하락했다. 인근 동탄역 시범 호반써밋 역시 전용 84㎡가 지난 7일 9억2500만원(2층)에 거래됐다. 이 아파트는 작년 10월 11억4000만원(17층)에 신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완화는 지난 10일부터 시작된만큼 앞으로 이보다 가격을 더 낮춘 급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높아졌다.

반면 서초구 서초현대타워아파트 전용 179㎡는 지난 10일 21억5000만원(24층)에 손바뀜했다. 가장 최근 거래인 2020년(13억·15층)보다 무려 8억5000만원이 올랐다.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216㎡도 지난달 69억원에 거래되며 이전 최고가 대비 9억5000만원 치솟았다.

이같은 양극화 현상을 부동산시장 안정화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대출 규제가 지속하는 한 다시금 매물 잠김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양도세 중과 완화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이번 기회에 주택을 정리하려는 움직임은 분명히 보인다"며 "이 경우 6월1일 보유세 기산일 전 처분하고자 가격을 더 낮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외곽 위주로 매물이 나오다 보니 거래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대출 규제가 여전하고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매수자들이 섣불리 나서지 않아 거래가 활발해지지는 않고, 급매물이 소진되는 데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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