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서울 '둔촌주공' 등 분양을 앞둔 대단지들이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분양가 12억원까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수분양자들이 부담을 한 층 덜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시장의 거래절벽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출규제를 완화했지만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는 여전히 적용된다. 더욱이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집값이 하락하면서 매수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중도금 대출 풀어주면 '윈윈'
어제(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는 △청약당첨자 기존주택 처분기한 연장 △중도금 대출 보증 확대 △규제지역 추가 해제 검토 △무주택자·1주택자 LTV(주택담보대출비율) 50%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이 논의됐다. ▷관련 기사:1주택자·무주택자 LTV 50%로 상향…규제지역 추가 해제(10월27일)
이 방안이 시행되면 모처럼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 전망이다. 정부는 중도금 대출 보증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분양가 12억원까지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수요자는 자금 마련 부담을, 공급자는 미분양 우려를 덜 수 있다.
특히 분양을 앞둔 서울 대규모 사업장에서 기대감이 크다. 1만 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인 강동구 둔촌주공의 경우 평당 일반분양가가 3700만원 선에서 결정되길 기대하고 있다. 바람대로 책정되면 전용 59㎡ 이상은 모두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한다. 애초 규제를 적용하면 9억 이상은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없다.
연내 분양할 예정인 동대문구 휘경3구역과 성북구 장위4구역 모두 국민 평형인 전용 84㎡부터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됐다. ▷관련 기사: 집값 '뚝뚝'…서울 장위4·휘경3 등 분양 또 줄줄이 연기(10월19일)
최근 자잿값 상승 등으로 분양가가 인상되자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가 궁여지책으로 9억원 초과 물량에 대해 자체적으로 보증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자금경색이 심화하면서 이조차도 부담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원자재 가격 인상 등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분양가 부담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며 "청약수요자의 대출 여력을 시장에 맞게 현실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금경색으로 조합이나 시공사가 자사 보증 등을 통해 수분양자에게 대출을 알선해주기도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청약당첨자의 기존주택 처분기한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연장한 점도 수요자들에겐 긍정적이다. 거래절벽으로 주택 매도에 어려움을 겪었던 수분양자들에게 한결 여유가 생긴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거래 시장이 냉각된 상황에서 청약당첨자의 계약취소 또는 과태료 부과 등의 부담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 완화는 '찔끔'…거래 절벽 해소 무리
기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LTV가 소폭 상향되긴 했지만, 거래절벽이 해소되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부안에 따르면 규제지역, 주택가격에 상관없이 무주택자·1주택자에 LTV 50%를 적용하게 된다. 하지만 조정대상지역에선 9억 이하 주택에 대해 이미 50%의 LTV를 보장하고 있다. 혜택을 받는 건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의 주택과 조정대상지역의 9억 초과 주택이다.
DSR이 유지되는 탓에 실제 체감하는 상승률은 더 낮을 수 있다. 집값 하락, 금리 인상 등의 환경 속에서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임병철 팀장은 "거래절벽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어 대출 규제 완화만으로 매수심리가 당장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LTV가 완화되더라도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 그에 따른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대책의 강도와 상관없이 시장에 규제 완화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도 있다. 주택가격에 상관없이 LTV를 적용하면서 '15억원 초과' 주택 등 고가주택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해제됐다.
다음 달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을 열어 추가로 규제지역을 해제키로 한 점도 긍정적이란 평가다. 주택법상 주정심은 반기에 한 번만 열면 되지만,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벌써 2번이나 개최했다. 또다시 주정심을 개최한다는 건 현재 규제지역으로 남아있는 서울·수도권과 세종까지 완화를 논의하겠단 의미다.
함영진 랩장은 "주로 조정대상지역 위주의 해제로 세종시 외에도 경기·인천 등 수도권 일부 규제지역 해제가 예상된다"며 "투기과열지구는 경기도 일대 안산시 단원구나 화성시 동탄2지구 등의 해제를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 정부가 제시한 9억·15억원의 고가주택 기준이 폐기된 것은 부동산 규제의 정상화를 보여주는 상징성이 큰 사안"이라며 "올해가 2개월 남짓 남은 시점에서 주정심을 개최한다는 것도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