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에서 나오는 이른바 '줍줍(줍고 줍는다)' 물량을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큰 시세차익으로 시장을 자극하는 무순위 '로또 청약' 논란을 줄이는 동시에 임대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다만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발생하는 잔여 물량을 모두 사들이는 건 아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기존 매입임대 심사 기준 등을 적용해 분양가 적정성 등을 따져 선별 매입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매입가격 산정 기준과 LH 재정 여력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줍줍'?
정부는 8·13 공급 대책을 통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을 신설하기로 했다. 기존 공공임대주택에서 소득 제한(중위소득 150% 미만), 소득별 쿼터(소득1·2분위 75% 이상 입주 필요) 등을 푼 유형이다.▷관련기사: [8·13 주택공급]'줍줍' 사라지나…LH 매입해 임대로(2026년 8월13일)
주로 저소득층에 집중됐던 공공임대주택 입주 조건을 완화해 다양한 소득계층이 최대 20년까지 장기간 거주 가능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다.
이 중 시선을 끈 건 소위 '줍줍' 물량도 LH가 매입해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수도권 규제지역 내 민간분양 잔여 물량 발생 시 이를 LH가 매입임대 형태로 시장에 내놓는 방식이다.
잔여 물량이란 최초 입주자모집공고 이후 미계약·미분양·공급 질서 교란 행위 적발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공동주택 분양의 통칭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청약홈에서 이를 △무순위 △임의공급 △불법행위 재공급 등 3개 유형으로 나눠 청약을 받는다.
무순위는 최초 입주자모집공고에서 경쟁이 발생했으나 부적격·계약 포기 등으로 잔여 물량이 발생한 경우다. 임의공급은 경쟁이 성사되지 않아 생긴 미분양 물량을, 불법행위 재공급은 불법 전매 행위 등 적발로 인한 계약 해제 세대를 의미한다.
현재는 민간분양 주택에서 잔여 물량 발생 시 무순위 청약을 통해 무주택자에게 추첨으로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분양가와 시세 간 괴리가 클 경우 이로 인해 과도한 차익을 얻을 수 있어 이른바 '로또 청약'으로 지적받아 왔다.
이를 공공이 사들인 뒤 임대주택으로 제공해 로또 청약과 공급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겠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수도권 규제지역 내 전용면적 85㎡ 이하 잔여 물량은 약 1600가구다.
발표 이후 일각에선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할 여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 등 수도권 핵심 지역 내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현시세보다 낮은 최초 가격으로 분양받을 기회를 정부가 앗아간다는 지적이다.
단 모든 '줍줍' 물량을 LH가 매입하는 건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지역에서 나오는 민간분양 잔여 물량을 전부 사들이겠다는 건 아니다"라며 "현재 LH가 시행 중인 매입임대 심사 기준에 따라 분양가 적정성 등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사들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분양가 등으로 인해 미분양이 된 물량들은 당연히 해당이 안 될 것"이라며 "부정청약 등 부적격 행위로 인한 물량들이 주로 (매입) 대상이 될 것이고, 이 또한 전부 매입하는 것이 아닌 심사를 통해 선별적으로 사들인다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덧붙였다.

매입가 어떻게 따질까…LH 재정은?
'줍줍' 물량의 구체적인 매입 방식 및 기준 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게 국토부 측 설명이다. 다만 현재 LH가 시행 중인 매입임대주택 심사 기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국토부 관계자는 귀띔했다.
현행 LH 매입임대주택 유형 중 이와 가장 비슷한 방식은 민간 신축 매입약정이다. LH가 민간에서 건축하는 주택을 준공 이후 매매계약을 통해 매입하기 위해 사전 매입약정을 체결하고, 준공 후 LH가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감정평가 후 매입 및 가격 적정성을 검토해 매입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단 민간분양 시장에서 나오는 물량인 만큼 매입가격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느냐가 이 사업 관건이라는 게 업계 시선이다. 매입을 위한 감정평가가 진행될 경우 시장 상황 및 시세 등도 반영되는 만큼 매입가격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지역 내 민간분양 잔여 물량이라면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등 분양가 자체가 굉장히 높은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감정평가 과정에서 인근 시세도 고려되는 만큼 가격이 높든 낮든 그에 따른 지적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매입과 공급의 주체가 될 LH의 재정 여력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LH는 곧 발표될 개혁안을 통해 주 수익원인 '토지 개발'과 '임대주택 운영'을 분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높은 수도권 규제지역 잔여 물량을 대상으로 사실상 수익성이 거의 없는 매입임대 사업 실행이 가능하겠냐는 지적이다.
다만 규제지역 내 민간분양 잔여 물량 자체가 많지 않은 만큼 시장에 큰 파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는 바라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애초 규제지역에서 나오는 '줍줍' 물량이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 취지 자체가 로또 청약에 따른 시세차익 환수에 있는 만큼 이러한 목표를 감안하면 오히려 효과적인 방안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