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건설업체 입장에선 인공지능(AI)이 대단한 건 알겠는데, AI를 어떻게 적용해 무엇을 얻을지가 중요해요. 업체의 90%가 데이터를 AI에 활용하지 않거나 자료수집조차 안 하고 있어요. AI를 도입했더라도 실질적으로 매출 증가나 생산성 향상을 이뤘느냐 하면 긍정적인 답변을 하기 어려운 현실이에요."
AI 현장서 사고 나면 누구 책임?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지난 1일 전문건설회관에서 개최한 20주년 세미나에서 이경태 강원대 건축공학과 교수가 한 말이다. 이날 행사는 AI·스마트 건설 등 변화에 전문건설사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전문건설사는 방수, 석공, 도장 등 특정 전문 분야의 공사를 직접 맡아 시공하는 업체를 말한다.
이 교수는 "전문건설사들은 투입 인력, 설계 변경 내역 등 수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는데 현장마다 양식이 다르고, 여러 컴퓨터에 흩어져 있어 데이터를 활용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라며 "현장 자료를 얼마나 정확하고 일관되게 기록했는지, 필요한 자료를 찾을 수 있게 정리했는지가 AI 활용에 있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계약서나 현장 자료는 전문건설사들이 가진 매우 중요한 자산이므로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할 순 없다"라며 "어떤 자료를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제공하고 어떻게 관리할지를 우선 정해야 하고, 가능한 선에서 AI 학습과 제3자 제공을 하는 방향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 현장에 AI를 활용했을 때의 책임 문제도 논의됐다. 좌장을 맡은 한승헌 대한토목학회 회장은 "실수를 용납할 수 없는 건설현장에 AI를 적용했다가 사고나 오류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책임을 공유, 분담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연구에 AI를 활용했을 때 연구자가 최종 책임을 지는 것처럼, 건설 현장에서도 AI를 활용하되 최종 책임과 결정은 인간이 하는 게 맞다"고 답했다.
노동력 중심 건설업, AI로 돌파구
건설업은 제조업과 달리 AI를 활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미숙 연합뉴스 부장은 "언젠가는 로봇이 집을 짓는 시대가 올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제조업만큼 단기간 내에 자동화, 규격화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며 "정교함을 요하는 공정에선 숙련공의 노하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훈희 한국건설관리학회 회장은 "AI는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전문건설업계에 돌파구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당장은 숙련공을 대체할 수 없겠지만 피지컬AI가 작업 보조는 금방 대체할 수 있어 인부 구조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AI를 활용하려 해도 규제가 발목을 잡는다는 토로도 이어졌다. 장세현 대한전문건설협회 철근·콘크리트공사업협의회 회장은 "AI로 안면 인식 시스템을 만들어 근태관리, 급여 지급 등 업무에 활용하려 해도 개인정보 보호법이란 규제에 막혔다"는 사례를 공유했다.
유일한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 선임연구위원은 "전문건설업계는 노동력이 중심인 현장인데 AI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 격차를 좁혀나가는 게 숙제"라며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를 합리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전문건설 규제혁신센터'와 '전문건설 AI데이터센터'를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광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연구위원 역시 "AI와 스마트건설은 투입 대비 이득이 크면 적용하게 돼 있다"라며 "지금과 같은 처벌 위주 문화에선 기업이 기술 개발을 꺼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첨단 기술 도입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