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편적인 세목으로 꼽히는 소득세는 1980년대부터 모든 정부에서 '애지중지'해왔다. 노태우 정부에서 시작한 소득세율 인하 릴레이는 김영삼 정부(1996년)에 이어 김대중(2001년)-노무현(2004년)-이명박(2008년)까지 계속됐다.
경제위기와 불황으로 고생하던 국민들을 위해 소득공제를 늘리거나,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하는 방식도 자주 등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20년간 이어진 소득세 감세 기조를 단숨에 'U턴'하며 세금을 더 걷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소득세는 '찬밥' 대우
새 정부가 바라보는 소득세는 이전 정부들이 그동안 너무 퍼줬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최근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세금을 더 걷을 곳을 찾다보니 소득세가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는 소득세를 상당히 적게 걷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소득공제를 점점 늘리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1/3을 넘어섰고, 비과세 소득도 너무 방대하게 넓혀놨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가 새로 짠 중장기 조세정책에는 공제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비과세 소득을 과세로 전환하는 방향이 담겼다.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세법개정은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다. 근로자의 새로운 세액공제 방식은 내년 초 연말정산에서 최초 적용된다.
이제 남은 것은 비과세 소득을 과세로 바꾸는 일이다. 이미 지난해 세법개정에서는 비과세 소득으로 분류돼 온 공무원 직급보조비를 과세로 전환하면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줬다. 올해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도 비과세 소득이 만드는 '과세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 비과세 소득 '재조명'
정부가 비과세 소득에 주목하는 이유는 직접적 세율 인상이 아님에도 세수를 충당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조세 형평성을 제고한다"는 논리도 꽤 설득력을 얻을 수 있어서 조세 저항에 견디기도 수월한 편이다.
비과세 소득의 항목별로 보면 각기 사연이 만만치 않다.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는 비과세 소득에는 시간외 근무수당, 식대, 출산·보육수당, 실업급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항목은 연말정산에서 세율을 계산할 때 포함시키지 않는데, 과세로 전환하면 근로자의 소득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업자가 내는 소득세 중에는 주택 임대소득(1주택자)과 논밭 임대소득, 농가 부업소득(축산), 소규모 전통주 제조소득 등이 비과세 대상이다. 기획재정부와 새누리당은 보유주택 수와 상관없이 임대소득에 소득세를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론의 반발로 법 개정 논의가 '일시 정지' 상태에 놓여있다.
이자·배당소득 중에는 생계형저축(노인·장애인)과 재형저축(저소득 근로자), 농어가목돈마련저축(농어민) 등 서민과 농어민을 대상으로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이들 이자·배당소득에 대한 비과세를 앞으로도 계속 시행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비과세 소득을 과세로 전환한 사례는 올해 한 건도 없었다.
"비과세는 언터처블(Untouchable)."
세금의 예외조항 가운데 '끝판왕'은 역시 비과세 소득이다. 대부분 취약 계층을 지원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조항이기 때문에 갑자기 세금을 물렸다간 엄청난 조세 저항이 불어닥칠 수 있다. 웬만한 소득공제 항목 하나 없애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아무리 정부가 비과세 소득을 과세로 바꾸겠다고 해도 실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정부는 점점 더 여론의 눈치를 봐야하는데, 굳이 비과세 혜택을 받는 연약한 유권자들을 괴롭힐 이유가 없다. 비과세 소득을 정비할 '골든타임'은 이미 놓쳐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