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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증여세 껑충…미리 물려준 부모 덕분에

  • 2018.02.14(수) 16:28

2016년 2017년 상속·증여세 수입 급증
신고세액공제율 축소 영향…증여자 몰려

지난해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혔다고 합니다. 지난 1년간 나라에서 걷힐 것으로 예상한 국세 세입예산은 251조1000억원이었는데요.
 
연말까지 걷은 것을 집계해보니 실제로는 약 14조3000억원 더 많은 265조4000억원이 걷힌 겁니다. 2016년보다는 무려 22조8000억원이 더 걷힌 거죠.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져서 1년 전보다 법인세가 6조6000억원 더 걷혔고, 소득과 소비가 늘면서 부가가치세도 5조3000억원이 늘었다죠. 그런데 좀 자세히 보니 특이한 점이 발견되는데요. 상속세 및 증여세도 2016년보다 1조4000억원이 더 걷힌 점입니다.
 
소득과 소비가 늘어서 세금이 더 걷히는 것은 경제규모가 커지는데 따른 것이지만 상속증여세는 누군가가 죽거나 일삼아 물려줄 때에만 내는 세금이라 갑자기 늘어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상속세와 증여세 수입은 최근 5년 중 지난해 가장 많이 늘었는데요. 2013년 4조3000억원, 2014년 4조6000억원, 2015년 5조원, 2016년 5조4000억원으로 매년 3000억원~4000억원씩 증가하다가 2017년에는 갑자기 1조4000억원이나 늘어난 6조8000억원의 세수입을 기록합니다. 평소 증가폭의 4배 정도로 급격하게 늘어난 거죠.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는데요. 상속세는 아무래도 사망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에 따라 납부하게 되는 세금이기 때문에 논외로 하겠습니다. 실제 피상속인(사망자)의 숫자는 들쭉날쭉했거든요.

□ 연도별 피상속인 수 
▶2013년 6275명
▶2014년 7542명
▶2015년 6592명
▶2016년 7393명
 
하지만 증여세를 낸 사람들은 최근 크게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도별 증여세 결정건수(국세청이 세액을 결정해 고지한 건수로 자진 신고납부 건수가 포함된다)는 2013년 10만9644건, 2014년 10만5533건, 2015년 10만1136건으로 감소추세에 있다가 2016년 12만4876건으로 크게 뛰었습니다.
 
2017년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집계는 아니지만 2017년 세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볼 때 2017년에도 증여세 결정건수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증여세 납부건수가 왜 2016년부터 크게 늘기 시작한 것일까요. 갑자기 2016년부터 자식들이나 가족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싶은 사람이 그냥 마구 늘었을까요.
 

과세당국인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서는 조세제도의 변화에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상당히 일리가 있습니다.

다른 세목에는 없는데 유독 상속세 및 증여세에는 신고납부세액공제라는 제도가 있는데요. 상속세나 증여세를 납세자가 스스로 자진해서 신고납부하면 낼 세금의 일정액을 빼주는 제도입니다. 상속세나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세금을 내기만 해도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죠.

그런데 원래 10%이던 이 신고세액공제율을 2017년부터 7%로 낮췄고요. 이것이 2018년에는 5%, 2019년부터는 3%까지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상속세와 증여세도 다른 세금과 마찬가지로 원래부터 신고납부하는 세금이라서 당연히 신고납부해야 하는 세금인데 왜 (그것도 부자들만 내는) 상속세와 증여세를 신고납부하는 사람에게만 공제혜택을 주냐는 비판이 많았거든요. 이런 이유로 공제율이 쪼그라든 겁니다.
 
 
실제 제도가 바뀌자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조금이라도 증여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얘기가 유행처럼 퍼지기 시작했는데요. 어차피 물려줄 계획이 있다면 사전세액공제 혜택이 조금이라도 더 있을 때 물려주는 것이 절세방법이 되는 것이니까요.
 
이런 동향은 증여세의 자진신고자 숫자의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증여세를 자진신고납부한 납세자는 2013년 8만993명, 2014년 8만8972명에서 2015년에는 9만8045명으로 불었고요. 2016년에는 11만6111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전체 증여세 납세자 중 자진신고자 비중도 70~80%수준에서 2015년부터 90%대로 올라섰고요.
 
 
자진신고를 통해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도 2016년에 급증했습니다. 2014년 2089억원 2015년 2485억원이던 신고세액공제액은 2016년 2953억원까지 늘었죠.
 

증여세수는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해서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신고세액공제율이 2018년 5% 2019년 3%로 계속해서 떨어지고 이후에는 폐지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조금이라도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자산가들이 조기 증여 대열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증여세가 걷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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