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S 2기 출범식 및 토론회 개최
금융 슈퍼앱 불필요…소비자 대신 AI가 선택
데이터 질·양, 개방적 구조가 경쟁력 좌우
금융사 '온톨로지' 구성 관건…시장서 배제될 수
인공지능(AI)이 단순 도구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금융산업은 특히 이 같은 에이전틱 AI 도입 시 활용 효과가 큰 분야로 꼽힌다. 그만큼 변화가 클 것이란 의미다.
글로벌 AI는 급속도로 성장하며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에이전틱 AI를 도입하는 우리 금융의 현실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금융규제가 AI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현행 금융법 체계로는 AI가 자율적으로 거래·계약·투자하는 환경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AI 금융혁신의 핵심 과제는 기술에 앞서 규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규제의 재설계'가 향후 에이전틱 AI 시대를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2일 기술적 특이점(Singularity)을 맞이한 금융 시장의 변화를 진단하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조직된 금융 싱크탱크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2기가 공식 출범했다.
이날 'AI와 금융'을 주제로 발제자로 나선 이상제 전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에이전틱 AI 시대가 오면 금융 슈퍼앱도 웹페이지도 필요 없게 된다"면서 "앱이나 웹페이지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지만 앞으로 소비자를 '대리'하는 에이전트 AI가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API를 통해 정보를 얻고 인식하며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에는 AI가 금융회사에서 제공하는 상품, 서비스 종류, 조건 등 관련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금융 온톨로지'를 잘 갖춰 제공하는 금융사들이 살아남게 될 것"이라며 "정보 즉, 데이터의 질과 양, 데이터베이스(DB)가 API를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된 곳들이 향후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PI는 서로 다른 소프트웨어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연결 체계다. 만약 금융사의 API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을 경우 AI는 해당 금융사를 정보 제공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시장에서 아예 배제되는 것이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선택 가능성도 높아 금융사와 소비자 간 비대칭적이던 정보 불균형의 벽이 사라질 수 있다. 슈퍼앱 등을 통해 높이려던 소비자의 효용 경쟁은 사라지고 AI가 판단할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금융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기업금융 시장도 크게 변화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박사는 "금융회사도 소비자도 각자 AI 에이전트를 활용한다고 하면 기업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릴 필요 없이 직접 STO(토큰증권) 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면서 "은행들이 기업금융, 투자포트폴리오, 글로벌 비즈니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이 같은 시대가 오기 위해 전제돼야 할 것으로 '금융규제의 재설계'를 꼽았다. 그는 "사람의 의사결정을 전제로 만든 금융규제는 에이전틱 AI 시대에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한국은 AI 활용을 가로막는 법적 공백과 규제 충돌이 많아 규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AI가 체결한 계약의 효력(대리행위 법적 인정 여부), 손실이나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여부, AI 알고리즘 간의 담합, 역경쟁(금융사 간 경쟁 심화로 오히려 소비자 복지가 떨어지는) 등을 규제 쟁점으로 꼽았다.
이 박사는 "AI 위험은 사전에 완벽히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규제로 무조건 막기보다는 제한적으로 도입해 실제 사례를 통해 배우고 위험이 확인될 경우 보완하는 형식으로 규제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AI 활용을 막는 과도한 규제는 개선하되, 적절한 책임 소재와 소비자보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법령·규제 데이터를 AI와 연계해 개선방향을 잡고 EU, 싱가포르 등 글로벌 규제 동향을 참고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