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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혁신]10년후 세계 수소차 주인공은?

  • 2019.06.13(목) 08:42

[창간 6주년 특별기획]현대차그룹 '수소 리더십'
"넥쏘는 시작일뿐"..2030년 연 50만대 생산
선박·철도·발전 망라하는 '수소 생태계' 구축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세계 완성차 업계에서 한참 후발주자인 한국 자동차 산업입장에서는 꿈같은 일이다. 독일, 미국 등 자타공인 자동차 종주국과 품질로 수위권에 오른 일본차 사이에서 현대·기아차가 그나마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로 경쟁 상대가 된 것만 해도 감지덕지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CASE(커넥티드·자율주행·공유·전동화)'를 화두로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바뀌면서 한국 자동차 산업도 추격자에 머물 수는 없게 됐다. 생산체계와 완성차 상품의 효율성만으로는 성장은 커녕 생존에도 한계가 보였기 때문이다.

작년 12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향후 10여년간 7조원 넘게 투자해 세계 수소경제를 이끄는 '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은 건 이런 배경에서다. 현대차그룹은 다가올 수소경제 시대에서 만큼은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2030년 세계 수소전기차 4분의 1 점령"

정 부회장이 당시 밝힌 '수소 및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 'FCEV(수소전기차) 비전 2030'의 핵심은 이렇다. 오는 2030년 국내에서 승용·상용을 포함해 연 50만대 규모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글로벌 수소전기차 리더십을 거머쥐겠다는 게 정 수석부회장의 구상이다.

현대차가 작년 3월 수소전지차 '넥쏘'를 출시한 것은 이런 계획을 본격화하는 시작점일 뿐이었다. 현대차는 2013년 '투싼 수소전기차'로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 차량 양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대대적 지원을 등에 업고 '미라이'를 보급한 토요타에 사실상 주도권을 넘겨준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재역전을 위해 상품성을 보강해 내놓은 수소전기차 단독 브랜드가 '넥쏘'였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이 연간 판매 기준약 20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구축 목표로 잡은 생산능력은 세계 생산량의 4분의 1이다. 수소전기차 개발에 나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늘어나는 추세나, 기존 내연기관 중심 세계 완성차 시장 내 현대·기아차 점유율을 감안하면 다분히 공격적인 목표다.

"10년간 7.6조 투자..5만명 일자리는 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및 설비 확대 등에 누적 7조6000억원을 쏟아붓기로 했다. 124곳의 주요 부품 협력사와 함께 작정한 투자계획이다. 또 이를 통해 5만10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는 정부의 지원도 최대한 끌어오기 위해서다.

일단 현대차그룹은 연간 3000대 규모인 현재 수소전기차 생산 능력을 내년 1만1000대까지 키울 예정이다. 당장이라도 그 만큼은 팔 자신은 있다는 목표 설정이다. 현대차는 국내나 유럽 등 뿐 아니라 올해 들어서는 말레시이사, 일본까지 넥쏘의 진출을 현실화 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협력사와 함께 2년 동안 3000억원의 초기 투자 집행도 시작했다. 특히 넥쏘 증산에 투자하는 협력사에는 최대 44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협력업체가 따라워줘야 계획에 탄력을 붙일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자동차 밖에서도 수소경제 활짝"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그림은 스스로 생산하는 차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소전지 사업을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현대·기아차 외에 다른 완성차업체, 선박·철도·지게차 등 운송분야, 전력 생산 및 저장 등 발전분야에 연료전지 시스템을 보급하는 것까지 열어두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기준 현대모비스가 생산할 연 70만기의 연료전지시스템 가운데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계열사에서 소화하는 50만기를 제외한 20만기는 외부에 공급하는 게 목표다. 수소경제 패러다임에 한 발 더 가까이, 또 더 깊이 들어서겠다는 의중을 드러내는 계획이다.

이런 그림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집단인 독일 폭스바겐그룹도 발을 담그고 싶어한다. 작년 6월 현대·기아차와 폭스바겐그룹 아우디는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을 맺었다. 현대차그룹이 만든 연료전지를 폭스바겐이나 아우디 차에서 볼 가능성이 생겼다는 얘기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도 자사 연료전지로 수소전기차를 생산할 곳을 물밑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올인..협력사 동반성장 효과도"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와 산소가 반응해 전기를 만들어 내는 연료전지 '스택'을 비롯해, 수소와 공기 공급장치, 열관리 장치 등으로 구성된다. 그 핵심인 연료전지 '스택'은 주력 부품계열사 현대모비스가 만든다.

사업적 수직 계열화를 이룬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들도 수소경제 현실화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스택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금속분리판은 현대제철이, 전력이 부족한 북한의 철길을 달릴 수소열차는 현대로템이 개발 중이다. 여기에 약 130곳의 중소 협력사들도 수소 연료전지시스템에 들어가는 부품 공급을 거들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작년 12월 충북 충주 현대모비스 스택 2공장 기공식에서 "협력사와 동반투자를 통해 미래 자동차 산업의 신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며 "현대차그룹은 머지 않아 다가올 수소경제의 '퍼스트 무버'가 될 것이고, 수소가 주요 에너지인 수소사회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革新). 묵은 제도나 관습, 조직이나 방식 등을 완전히 바꾼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어왔고, 유례를 찾기 힘든 역사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성장공식은 이미 한계를 보이고 있다. 성장이 아닌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창간 6주년을 맞아 국내외 '혁신의 현장'을 찾아 나선 이유다. 산업의 변화부터 기업 내부의 작은 움직임까지] 혁신의 영감을 주는 기회들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해법을 만들어 내야 하는 시점. 그 시작은 '혁신의 실천'이다.[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