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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의 ESG 경영이 특별한 이유

  • 2021.06.15(화) 07:00

[창간기획]ESG경영, 이제는 필수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팀장 인터뷰
중소기업 ESG 경영 이끄는 역할에 충실

ESG 경영이 대세다. 투자유치, 수주 등 경영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많은 기업과 금융사들이 핵심 경영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ESG 경영은 금융투자, 스타트업 육성, 제품 개발 등 실질적인 기업활동에 적극적으로 녹아들고 있다. 비즈니스워치는 다양한 ESG 경영활동이 이뤄지는 현장을 발굴해 공유함으로써 ESG경영 확산에 기여하고자 한다.[편집자]

IBK기업은행의 ESG 경영은 다른 금융사에 비해 출발이 늦었다. 5년, 10년 전부터 ESG 경영을 준비해 왔다는 다른 은행들과 달리 올해 초 전담조직을 신설해 이제 막 5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가장 어렵다는 ESG 경영의 임직원 '내재화' 작업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하반기에는 '고도화' 작업을 통해 내년까지 ESG 경영을 글로벌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자신한다.

목표가 아니라 '자신'이다. 잘못된 길로 접어들어 다시 돌아와 방향을 잡아야 하는 '시행착오' 없이 한길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다 보니 속도가 다르다. ESG 경영은 "시작 시점이 아니라 진정성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팀장을 만나 ESG 경영을 이끄는 힘에 대해 물었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팀장/사진=IBK기업은행 제공

출발 늦었지만 속도가 다르다 

IBK기업은행 ESG 경영팀은 팀장 포함 총 5명으로 소수정예 전문가들로 꾸려졌다. 특히 팀을 이끄는 유인식 팀장은 기후공학 박사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국제협상 정부대표단, UNFCCC CDM DOE(청정개발체제 운영기구) 심사원, 환경부와 산업부 등 정부의 녹색금융 실무작업반, 국제표준 관련한 다양한 민간위원을 맡아왔다.

2008년까지 한국환경공단에 재직한 후 2009년 IBK기업은행으로 와 녹색성장지원단과 기업고객그룹 컨설팅센터, 투자금융그룹 본부기업금융센터를 거쳤다. 현재 ESG경영팀을 이끌면서 국무총리실 산하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모든 정부 부처의 녹색금융 관련 사업의 평가, 심의를 담당하는 기구다. IBK기업은행이 시행착오 없이 ESG경영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유 팀장은 "인원은 단출하지만 ESG 관련 각 분야 전문가들을 소집해 팀을 꾸렸다"면서 "사회공헌부서 엘리트 직원들을 영입해 사회(S), 지배구조(G) 영역을 담당하는 한편 ESG 경영의 핵심 제반 요건인 내재화를 위해 마케팅 전문가도 영입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원 수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성"이라며 "다른 금융사들이 몇 년에 걸쳐 이룬 ESG 경영 탑을 우리는 1년 만에 쌓고 있으며, 내년에는 국내 ESG 경영의 금융권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신감의 근원은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역할이 크다. 윤 행장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근무 당시 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주도한 경험을 토대로 IBK의 ESG경영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유 팀장은 "ESG 경영은 바텀업 접근방식에 한계가 있는 탑다운 접근법의 영역으로 CEO가 명확한 철학과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라며 "OECD에서 ESG 경영 모범지침이 된 기업책임경영 원칙을 만들었고, 기업이 어떻게 ESG 경영을 해야 할지를 CEO가 확고히 알고 임직원들에게 중요성과 이유를 설파하며 방향성을 제시해온 덕분에 시행착오 없이 나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ESG 경영은 한 부서의 업무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어서 무엇보다 내재화 작업이 중요하다. IBK는 이런 동력을 바탕으로 상반기 내재화 작업에 집중했으며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보고 있다. 하반기에는 내재화를 바탕으로 ESG 경영 고도화 작업에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 11일 이사회 내 ESG위원회 신설을 결정했다. ESG위원회는 IBK기업은행의 ESG 경영 전략 전반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성과를 관리 감독하는 조타수 역할을 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ESG 경영 이끈다 

IBK기업은행의 ESG 경영이 특별한 이유는 다른 금융사나 기업들과는 방향성이 다르다는 데 있다. 현재 국내 ESG는 대기업, 금융그룹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들은 ESG 경영을 위한 준비도, 여력도 충분하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어떨까. 유 팀장의 말을 빌자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중소기업들은 ESG 경영에 대한 관심도 낮고 시도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대기업들이 ESG 경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타격은 중소기업들이 받게 된다. IBK기업은행은 ESG 경영 환경에서 중소기업이 소외되거나 피해를 보지 않고 함께 ESG의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돕는 중책을 맡았다.  

유 팀장은 "IBK기업은행의 ESG는 우리만의 ESG가 아닌 중소기업과 함께 상생을 추구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자 전략"이라며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의 ESG 경영 실적을 평가하겠다고 나섰지만 누구도 중소기업 ESG 경영에 대해 손을 내밀고 있진 않아 우리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IBK기업은행의 ESG경영 키워드가 '진정성'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여주기식 ESG, 외부에 자신의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ESG가 아니라 ESG 경영에서 소외된 중소기업들을 이끌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인식 IBK기업은행 ESG경영팀장/사진=IBK기업은행 제공

그는 "보여주기식 ESG 경영이 아닌 어떻게 ESG를 경영 전반에 내재화하고 이를 통해 중소기업들을 이끌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며 "밖으로 도드라지지 않는다 해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성 있는 ESG 경영 접근일까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때문에 상반기 내재화 작업이 완료되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중소기업 ESG 경영 컨설팅에 나설 방침이다. 네거티브(부정적)가 아닌 포지티브 인센티브(긍정적 유인책)를 통한 접근 방식이다. 

유 팀장은 "ESG 경영을 잘하는 중소기업에 금리 우대와 컨설팅 등 지원을 강화해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ESG 경영 과정에서 피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ESG 관련 인사, 노무를 비롯해 그린에너지 관련 개별 기업들의 관리항목 등 자체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납품처인 대기업이 ESG평가 항목을 적용하는 협력사인 중소기업이 1차 대상으로, ESG 경영의 영향을 크게 받는 20개 중소기업에 먼저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ESG 진단평가 및 컨설팅에만 기업당 수천만원의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 금액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유 팀장은 "청와대 중소기업 ESG지원단에도 참여해 중소기업 ESG경영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논의 중"이라며 "중소기업 대부분은 아직 ESG 경영 파도가 미치지 않아 관심이 없거나 아주 낮은 상태지만 파도는 한순간에 덮치는 특성이 있어 중소기업이 경영 위험에 직면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게 돕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SG 경영 추진 '진정성' 모터 단다 

IBK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정체성이 명확한 만큼 ESG 경영에 대한 지향점 역시 명확하다. 중소기업이 ESG 경영을 잘할 수 있도록 돕고, ESG 환경에서 소외되고 도태되지 않도록 이끄는 역할, 그 기본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IBK기업은행은 올해 글로벌 표준, ESG 평가기관 지표들을 모아 IBK기업은행에 맞는 120개 지표를 만들고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도 구축했다. 120개 경영 목표가 개별적으로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는지 경영진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 팀장은 "정책금융기관이어서 정부 정책을 빠른 속도로 따라갈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반대로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도 있다"라며 "때문에 G영역에서 상대적으로 평가가 낮게 나오는 부분들도 있지만 해결할 수 있는 영역에 역량을 실어 대부분 지표를 내년까지 100% 달성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IBK기업은행은 출발은 조금 늦었지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진정성'이라는 모터를 달고 더 빠른 속도로 달릴 준비를 이미 마쳤다. 

유인식 팀장은 "IBK기업은행의 ESG경영 키워드는 '진정성'과 '기본에 충실한 책임경영'이다"라며 "기존에 수익을 재분배하고 이를 기업에서 감수하는 CSR과 달리 ESG는 사회적 가치를 통해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고 이를 함께 나누는 것으로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도와 지속가능한 은행이 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