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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호스트에서 성우까지"…SK스토아의 신박한 'AI 활용법'

  • 2025.09.10(수) 10:00

연중기획[AX 인사이트 2.0]
쇼호스트·성우·음악 등 자체 AI 기술 개발
'생방송 불가' 데이터홈쇼핑 한계 극복
모바일·TV 연계해 '초개인화' 목표

신양균 SK스토아 경영전략본부장 겸 AI커머스 TF장. / 사진=SK스토아

지난 2024년 7월 11일 오전 10시 41분,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SK스토아의 채널 하단에 귀여운 3D 캐릭터가 등장했다. '매진 임박', '주문 많습니다' 등 고객들에게 실시간으로 상품 정보를 전달하는 SK스토아의 'AI쇼호스트'였다. AI쇼호스트는 현재도 SK스토아의 상품 판매 방송에 등장한다. '지금 빨간색 상품이 제일 잘 나가요'라거나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와 같은 멘트를 하며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SK스토아는 지난해부터 데이터홈쇼핑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다양한 AI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데이터홈쇼핑은 TV홈쇼핑과 비슷해보이지만 생방송이 불가능해 녹화 방송으로만 운영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게다가 최근 TV 시청 인구 감소 탓에 홈쇼핑 시장은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이에 SK스토아는 올해 초 AI커머스 TF를 본격적으로 출범하고 본격적으로 'AI커머스'로의 도약에 나섰다. 신양균 SK스토아 경영전략본부장 겸 AI커머스 TF장을 만나 SK스토아가 그리는 AI커머스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방송 제작도 AI가

SK스토아는 지난해부터 AI 기술을 본격 도입하기 시작했다. 생방송이 불가능한 데이터홈쇼핑의 한계를 넘고 운영 방식의 혁신을 꾀하기 위해서다. SK스토아가 가장 먼저 집중한 것은 생방송의 핵심 요소인 '실시간'과 '쌍방향 소통'을 AI 기술로 구현해보자는 전략이었다. 

TV홈쇼핑의 핵심 경쟁력은 실시간에 있다. 쇼호스트가 즉석에서 고객들의 반응을 즉석에서 확인하며 판매 전략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문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지금 85 사이즈는 품절 임박입니다' 같은 멘트로 구매 욕구를 자극하거나 반응이 저조하면 할인 혜택을 즉석에서 추가하는 식이다. 또 채팅창을 통한 고객과의 직접 소통으로 궁금증을 바로 해결해주고 제품 시연이나 추가 설명 등 고객 요청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신양균 SK스토아 경영전략본부장 겸 AI커머스 TF장이 SK스토아의 A커머스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SK스토아

하지만 SK스토아와 같은 데이터홈쇼핑은 녹화 방송이기 때문에 이런 대응이 불가능하다. 신 본부장은 "TV홈쇼핑처럼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할 수 없기 때문에 영상 외의 부분에서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 첫 번째 성과가 바로 AI쇼호스트다. SK스토아는 내부 역량을 기반으로 AI쇼호스트를 자체 개발했다. 물론 AI쇼호스트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타깃 고객에 맞는 캐릭터 설정이었다. 신 본부장은 "홈쇼핑의 메인 고객이 5060 여성이다 보니 여기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다"며 "기존 AI 캐릭터들이 주로 모바일 중심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 했다면 SK스토아는 홈쇼핑 고객층에 특화된 페르소나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도 진행됐다. 그는 "옷, 색깔, 얼굴 표정, 눈과 입술의 움직임까지 자연스럽게 동작하도록 일일이 다 시험하면서 구현해야 했다"면서 "음성에 따라 입술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바뀌도록 하는 립간(LipGAN, Lip-sync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기술 등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SK스토아 판매 방송 하단에 AI쇼호스트가 등장해 프로모션 혜택을 전달하고 있다. / 사진=SK스토아

SK스토아는 AI쇼호스트를 개발하면서 AI 성우도 도입했다. 성우는 홈쇼핑 방송에서 쇼호스트만큼 중요하다. 자막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재미를 주는 역할까지 담당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데이터홈쇼핑이 녹화 방송이라는 점이다. 상품 정보나 프로모션이 변경될 경우 미리 녹음한 성우의 목소리는 사용할 수가 없어 재녹음을 해야 한다.

신 본부장은 "이전에는 15초 짜리 스테이션 브레이크(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짧게 들어가는 광고) 하나를 제작하려면 성우 섭외부터 녹음까지 일주일 이상 걸렸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며 "일부 멘트만 수정할 경우에도 성우를 찾아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AI 기술의 도입으로 재촬영의 필요성도 크게 줄었다. 그 동안에는 이미 방송을 녹화한 후 프로모션이 변경될 경우 스태프들을 다시 모아 2시간씩 재촬영을 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쇼호스트의 음성을 학습시켜 수정할 부분만 AI 음성으로 대체하고 있다.

SK스토아는 BGM 제작에도 AI 기술을 활용 중이다. 기존에는 새로운 음원을 만들려면 여러 단계의 복잡한 과정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AI를 통해 브랜드나 상품 특성을 반영한 음악을 쉽게 제작할 수 있다. 그는 "AI 음원은 새로운 창작물이기 때문에 음원 사용료를 줄일 수 있다"면서 "협력사 입장에서도 '자신들만의 노래'가 생기는 효과가 있어 반응이 좋다"고 밝혔다. SK스토아는 현재 전체 판매 방송의 85% 이상에서 AI를 제작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신 본부장은 "추후에는 조명, 촬영 등에도 AI 기술을 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데이터홈쇼핑 한계 넘는다

SK스토아는 올해 초 양맹석 신임 대표 취임 후 본격적으로 AI커머스 기업으로서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양 대표는 취임 직후 '우리가 살 길은 AI'라고 강조하며 AI커머스 TF를 출범시켰다. AI커머스 TF는 방송 제작, 모바일, 스토아온, 전략 부서까지 전사가 참여해 AI 관련 아젠다를 발굴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신 본부장은 "AI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력을 확보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AI커머스 TF는 SK스토아의 녹화 방송에 '실시간성'을 느낄 수 있는 전략들을 논의,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AI 재핑 인트로'다. 재핑 인트로는 다른 채널의 방송 종료 후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들이 홈쇼핑 채널에 머물도록 유도하는 기법이다. TV홈쇼핑은 쇼호스트가 다른 채널 방송이 나오는 여러 대의 모니터를 두고 'A 드라마 보고 오셨죠'와 같은 멘트를 하며 실시간으로 대응한다. 반면 녹화 방송을 하는 SK스토아는 이런 실시간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신양균 SK스토아 경영전략본부장 겸 AI커머스 TF장이 SK스토아의 A커머스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SK스토아

신 본부장은 "최근 시청률 높은 드라마 1위부터 10위까지의 정보를 입력해놓고 방송이 끝나면 AI가 자동으로 재핑 인트로 화면을 띄우도록 하고 있다"며 "새로 채널에 들어온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 예를 들어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메시지나 한정 물량을 확보했다는 메시지 등을 자동으로 띄워준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대응을 위한 '워룸(War Room)'에도 AI 기술을 도입할 예정이다. 워룸은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방송을 모니터링하는 주조종실을 말한다. 이곳에서는 담당 PD가 주문 상황을 확인하면서 '주문을 서둘러주세요'와 같은 자막을 즉석에서 내보낸다. 그는 "현재는 사람이 직접 자막을 작성하지만 궁극적으로는 AI가 자동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만의 홈쇼핑 채널'로

SK스토아는 현재 AI 기술을 방송 제작과 운영 효율화 측면에서 주로 활용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초개인화' AI커머스까지 도약한다는 목표다.

현재 SK스토아의 개인화 서비스는 TV와 모바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모바일에서는 이미 고객 구매 이력 등을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가 구현돼 있다. 고객 성향이나 행동 데이터를 종합해 개인별로 상품이 다르게 전시되고 추천되는 식이다. TV의 경우 2019년 스토아온(ON) 도입 이후 로그인이 가능해졌지만 개인화 서비스는 아직 제공되지 않고 있다. SK스토아는 연내 TV 앱을 개편해 고객 관심 카테고리 기반의 맞춤 추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SK스토아는 업계 최초로 AI 음성합성 기술을 선보였다. 사진은 AI를 활용해 후시 녹음 편집을 진행하는 모습. / 사진=SK스토아

초개인화로 나아가기 위해 SK스토아가 집중하고 있는 핵심 과제는 TV와 모바일의 '페어링(연동)'이다. 현재는 모바일 구매 데이터와 TV 구매 데이터가 연동돼 있지 않아 같은 고객이라도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 등을 연계해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TV와 모바일이 사실상 분리돼 있는 셈이다.

이에 SK스토아는 고객 동의를 받아 TV와 모바일 고객 정보를 연동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 본부장은 "이 페어링이 완료되면 고객의 구매 패턴과 선호도에 맞는 맞춤형 프로모션을 모바일과 TV 방송에서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를 통해 방송과 모바일 양쪽에서 일관된 개인화 쇼핑 경험을 구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양균 SK스토아 경영전략본부장 겸 AI커머스 TF장이 SK스토아의 A커머스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SK스토아

SK스토아가 그리는 최종 모습은 각 고객에게 완전히 다른 화면을 보여주는 '초개인화 홈쇼핑'이다. 이 과정에서 SK그룹의 통신·ICT 인프라 역시 SK스토아가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SK텔레콤 등과의 협업을 통해 AI 기술 개발 역량을 높이는 한편 방대한 그룹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초개인화 서비스 구현도 가능할 전망이다.

신 본부장은 "올해 목표는 'AI 레디니스(readiness)'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방송 제작과 모바일에서 적용 가능한 AI 기술들을 준비하고 방송과 모바일을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부터는 올해 구축한 AI 인프라를 실제 커머스에 적용시키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