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AX인사이트 3.0]
개인화 넘어 초개인화가 기본
상품 찾는 AI에서 취향 읽는 AI로
인공지능(AI)이 온라인 쇼핑의 역할을 바꾸고 있다. 과거 이커머스에서 AI의 기능은 고객 문의에 답하거나 사용자의 과거 구매 이력이나 클릭 데이터를 바탕으로 '좋아할 만한 상품'을 보여주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용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파악해 먼저 대화를 건네고, 계절성과 트렌드까지 읽어 상품을 추천하는 '쇼핑 친구'로 진화했다. 업계에서는 AI가 상품 탐색 과정의 피로도를 줄이는 동시에 체류 시간과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능동적인 조력자로 진화한 AI
네이버는 지난 2월 선보인 'AI 쇼핑 에이전트'를 최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기존에는 사용자가 질문하면 관련 상품을 찾아주고 정보를 요약하는 역할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사용자의 쇼핑 활동 이력과 관심사를 분석해 먼저 대화를 제안한다. AI가 단순한 추천 엔진을 넘어 개인별 쇼핑 비서 역할을 수행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예를 들어 장바구니에 수분크림을 담아둔 이용자에게는 "함께 쓰기 좋은 제품도 찾아드릴까요?"라고 묻고, 최근 밀키트를 자주 검색한 이용자에게는 "혼자 먹기 좋은 상품을 찾아드릴까요?"라고 제안하는 식이다. 클릭, 찜, 장바구니 담기 이력과 최신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용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상품과 쇼핑 방향을 먼저 제안하는 '실행형 에이전트'로 진화했다.
실제로 기자가 캐리어 구매를 위해 상품을 검색하자 AI 쇼핑 에이전트는 '베스트셀러 여행용 파우치 세트'와 '여행용 압축백' 등을 함께 추천했다. '여행용 압축백 추천'을 선택하자 AI는 여러 제품의 특징과 고객 반응, 추천 이유를 비교해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해 줬다.
이후 선호하는 압축 방식까지 추가로 질문하며 이용자의 취향을 파악했다. 직접 여러 상품을 비교하며 정보를 찾을 필요 없이 대화만으로 원하는 제품을 탐색할 수 있어 쇼핑 편의성이 확실히 체감됐다.
업계에서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개인화 추천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쇼핑 플랫폼의 경쟁력이 데이터와 AI 역량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검색 정확도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할지 먼저 예측하고 제안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취향까지 읽는 초개인화 쇼핑
패션 플랫폼들도 AI 개인화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지그재그는 최근 앱 개편을 통해 AI 기반 '초개인화 커머스'를 강화했다.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쇼핑 성향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용자별로 서로 다른 홈 화면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성비 중심 소비자에게는 소호 쇼핑몰 상품과 할인 혜택을 우선 노출한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호하는 이용자에게는 브랜드 큐레이션과 스타일 콘텐츠를 전면 배치한다. 같은 앱을 이용하더라도 고객마다 전혀 다른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셈이다.
AI 스타일링 기능도 새롭게 도입했다. AI가 다양한 스타일링 조합을 제안하고 고객 취향과 구매 이력을 반영해 상품을 추천한다. 여기에 숏폼 콘텐츠와 인플루언서 추천 콘텐츠까지 결합해 쇼핑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 소비 경험으로 확장하고 있다.
무신사는 한발 더 나아가 AI가 실시간 트렌드를 먼저 분석해 상품을 추천하는 'AI 트렌드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기존 AI 추천 서비스가 과거 구매 이력이나 클릭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면, 무신사는 플랫폼 밖에서 발생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AI가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해 상품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는 사용자가 직접 트렌드를 검색해야 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AI가 먼저 유행을 읽고 상품을 제안하는 '선제적 큐레이션' 모델이다. 특정 상품을 찾으러 들어온 목적형 소비자뿐 아니라 새로운 스타일을 탐색하는 발견형 소비자까지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무신사는 우선 캡과 야구모자 등 트렌드 변화가 빠른 모자 카테고리에 AI 트렌드 큐레이션을 적용했다. AI가 소비자보다 먼저 핵심 트렌드를 제안해 상품 탐색 과정의 피로도를 줄이고 상품 노출과 클릭률 등 주요 전환 지표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무신사는 해당 기술의 효과를 검증한 뒤 패션·뷰티 전 카테고리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AI가 고객 문의를 처리하는 상담원 역할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쇼핑 파트너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개인별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까지 반영한 초개인화 쇼핑 경험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