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워치

Chapter 3. 걸음마 시작한 배터리 재활용

“재활용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가 더 심해진다.

전문 업체에서 안전하게 재활용을 해야 환경 문제도 해결하고 자원 회수도 가능하다.

이를 무단 폐기하면 배터리의 충전 상태를 확인할 수 없어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유독 가스 방출로 환경 오염이 발생할 수도 있다.”

- 정철원 성일하이텍 전무

배터리 재활용 자체도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일단,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초기 단계다. 전기차에서 수명이 다한 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때는 글로벌은 2025년, 한국은 2030년부터다. 이 시점이 돼야 재활용 시장의 정상적 성장이 가능해진다.

대규모 폐배터리가 나오기까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다고 해서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본격화되기 전 기술적·제도적 밑바탕이 갖춰져야 한다. 최근 많은 재활용 업체가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아직 기술이 부족하고, 이를 뒷받침할 제도 역시 미비한 상태다.

한 템포 빠른 
글로벌 재활용 시장

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재활용을 할 수 있는 폐배터리 물량이 확보돼야 하는데, 수명을 다한 배터리 물량이 아직 많지 않아서다.

이는 전기차 시장 활성화 속도와 연관이 있다. 전기차 도입이 빠른 중국, 유럽 등의 국가는 향후 2~3년 후면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서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나온 시점은 지난해부터였다. 작년을 기점으로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중국 내 재사용·재활용 배터리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 시장에서 배출되는 폐배터리도 적지 않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는 "올해 유럽시장에서 발생한 폐배터리양은 0.6GWh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75%가 재활용 처리될 것"이라며 "오는 2030년에는 유럽시장에서만 51.4GWh의 폐배터리가 발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는 약 70KWh(킬로와트시) 배터리팩이 탑재되는 전기차를 기준으로 했을 때 8500대가량이다.

전세계 전기차 폐배터리 발생량 전망
구분폐차 개수(만대)배터리 용량(GWh)
연평균 성장률(%)3534
2025년5442
2030년414345
2035년19111397
2040년46363455
자료 : SNE리서치

국내 재활용 시장은 
2030년 이후나 본격화

이에 비해 국내는 속도가 다소 느린 편이다. 국내 전기차 보급 대수는 2012년 860대로 시작해 2020년(13만4952만대)에 들어서야 시장이 활성화됐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명은 보통 5~10년 수준이라, 국내에서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것은 2030년 이후인 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연간 폐배터리(팩) 배출 개수는 1075개에 불과하다. 오는 2024년 들어서야 1만개를 넘기고 2025년에는 3만1696개로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차 폐배터리 발생량 전망

(단위 : 개)

자료 : 환경부

실제 환경부가 전국 4개 권역(수도권·충청권·영남권·호남권)에 설치한 미래 폐자원 거점수리센터 중 가장 물량이 많은 수도권 센터에는 현재 월평균 15~20개의 폐배터리가 수거된다.

김기현 한국환경공단 차장은 "올해 상반기까지 입고된 폐배터리 개수는 92개"라며 "아직은 반납 수량이 많지 않지만, 전기차 보급률이 빠르게 늘어나는 만큼 오는 2030년 이후에는 반입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가 아직 대중화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재활용까지 강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박도 가능하다. 그러나 전기차 보급 규모 1000만대를 넘어선 중국에선 이미 배터리 재활용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터라 우리에게도 '가까운 미래'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전기차는 국내에서 이제 막 팔리기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얼마 지나면 폐배터리가 엄청나게 쏟아져 나올 것"이라며 "9월에 내놓은 재활용 산업 규제 개선안의 목적도 이런 상황을 미리 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일하이텍 공장에 전기차 배터리 스크랩이 쌓여있다. /사진=백유진 기자

현재 국내 배터리 재활용 업체들은 공정 과정에서 나온 불량품, 즉 스크랩 물량을 주로 처리하고 있다. 성일하이텍은 2008년부터 발 빠르게 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어 배터리 공장에서 나온 스크랩을 재활용하는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그러나 2022년까지도 주된 물량이 전기차에서 나오는 폐배터리가 아니라 스크랩이다.

정철원 성일하이텍 전무는 "현재 배터리 시장은 높은 성장세에 발맞춰 공장을 짓고 안정화하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어 스크랩 물량만 해도 많다"며 "배터리 생산공정을 거치면 반드시 로스(loss)가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규모는 계속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2030년 급격히 늘어날 폐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엔 제도·기술적으로 미흡하다.

1. 안전성

재활용 공정은 안전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반적인 재활용 공정의 첫 단계는 배터리 분해 작업이다. 이를 위해선 배터리를 방전시키는 게 우선이다. 방전을 제대로 하지 않고 분해하면 폭발 위험성이 높다.


하지만 국내 재활용 업체에 배터리 정보가 제공되고 있지 않아, 방전 작업을 해도 충방전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자칫 전기가 남은 상태에서 분해하다가 화재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가 모델별로 종류가 달라 재활용 업체에선 공정 자동화가 힘든 상황이다.


2. 복잡한 진단 과정

전기차 배터리의 전반적인 정보를 저장하는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는 완성차·제조사들이 기밀이란 이유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 후 배터리의 재사용, 재활용 처리를 구분하는 진단 평가 과정도 복잡하다.


정철원 성일하이텍 전무는 "제조사마다 팩을 만드는 기술이 각사의 노하우라 표준화하지 않는다"며 "화재 예방 역할을 위해 보안을 강화해 놓은 부분도 있어 재활용 업체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3. 미완성 기술

재활용 기술은 아직 완성 단계라 말하기 어렵다. 표준화된 기술이 부재할 뿐 아니라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기술도 미흡하다. 현재 니켈·코발트·리튬·망간·구리 등 5개 원료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재활용 기업은 5곳에 그친다. 배터리 팩에서 셀을 제외한 케이스, 냉각팬 등 나머지 40%에 대한 재사용·재활용 방안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전기차 배터리 기술도 아직 발전 단계라 재활용 기술은 이에 따라 지속 발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 전기차의 경우 8000개 정도의 배터리 셀을 모듈 없이 채워 넣은 구조라 팩 자체를 재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현재 이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부족하다.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나 리튬메탈을 소재로 한 배터리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