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골든블루가 지난해 처음으로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 매출을 앞섰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
1990년대부터 국내 위스키 시장의 전성기를 이끈 '임페리얼'이 3등으로 전락했다. 2위는 토종 위스키 '골든블루'가 차지했다. 고급 유흥주점에서 '순한' 위스키를 찾는 손님이 늘면서, 순한 위스키 '골든블루'(36.5도)가 독주 '임페리얼'(40도)을 따라잡은 것이다.
17일 비즈니스워치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과 ㈜골든블루의 2015년7월부터 2016년6월까지 1년간 실적을 비교한 결과, '골든블루'가 처음으로 '임페리얼' 매출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두 회사는 결산기가 각각 6월과 12월로 달라 실적을 비교하기 위해 ㈜골든블루 실적을 6월 결산법인에 맞춰 집계했다. 집계 결과 이 기간 ㈜골든블루의 매출은 1286억원. 1년 전보다 32.9%(318억원) 증가한 실적이다. ㈜골든블루 매출에서 '골든블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95%가 넘는다.
반면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의 2015년 회계연도(2015년7월~2016년6월) 매출은 119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4.7%(206억원) 줄었다. 5년 만에 절반 가까이 매출이 준 것으로, '임페리얼'에 경고등이 켜졌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프랑스 주류회사 페르노리카의 한국법인 중 한 곳으로 주로 '임페리얼'을 생산·판매한다. '발렌타인' 등은 또 다른 법인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수입·판매하고 있다. 페르노리카 한국법인 2곳의 매출(2247억원)은 여전히 ㈜골든블루를 앞서지만, 국내 위스키 브랜드 2위 자리는 빼앗기게 된 것이다.
점유율에선 이미 골든블루가 임페리얼을 앞서고 있다. 올 1~2월 골든블루 판매량은 4만9733상자(1상자=500㎖×18병)로, 임페리얼(4만2508상자)를 누르고 처음으로 업계 2위에 올랐다. 이 구도는 올 6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20년 가까이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와 페르노리카의 '임페리얼'이 '쌍벽'을 이뤘다. 스코틀랜드에서 원액을 들여와 국내에서 병입하는 '국산 브랜드 위스키'였다. 룸살롱·바 등 유흥주점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줄곧 1~2위를 지켜왔다. '스카치블루'(롯데칠성음료)와 '더클래스'(하이트진로) 등 견제도 있었지만 '쌍벽'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견고했던 벽에 금이 간 것은 골든블루가 출시된 2009년부터다. '과음해도 숙취가 덜한 술'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골든블루는 부산을 중심으로 급속히 성장했다. ㈜골든블루 매출은 2009년 36억원에서 지난해 1141억원으로 6년 만에 31배 이상 성장했다. '골든블루'는 지난해 '스카치블루'를, 올해 '임페리얼'을 제치고 업계 2위까지 올랐다. '골든블루' 앞엔 '윈저'만 남은 상황이다. 보수적 입맛의 소비층을 가진 위스키 업계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지각변동이었다.
디아지오와 페르노리카도 지난해 저도주를 내며 대응에 나섰지만 골든블루의 성장세를 꺾진 못했다. 그나마 디아지오코리아의 저도주 '윈저 더블유 아이스'는 선방했지만, 페르노리카의 저도주 '에끌라 바이 임페리얼'은 사실상 단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페리얼'은 유흥업소 장악력이 큰 '윈저'와 저도주 차별화를 앞세운 '골든블루' 사이에서 진퇴양난"이라며 "무연산 양주 '임페리얼 네온'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결국 '골든블루'에 밀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페르노리카는 '임페리얼'의 재기를 노리고 있다. 지난달 선임된 장투불 페르노리카 대표는 최근 간담회에서 "회사의 성공은 1순위 '임페리얼'과 2순위 '발렌타인', '앱솔루트'에 달려있다"며 "다시 한국 주류시장에서 '넘버원'이 되는 것이 중장기 목표"라고 말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관계자는 "'임페리얼'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선, (회사 실적이) 반등하기 어렵다"며 "시장이 저도주 위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