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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공짜?…적금·재테크로 둔갑한 상조상품

  • 2019.08.30(금) 08:31

상조+가전 결합상품 팔면서 적금·재테크로 포장
공정위 "위반행위 조사 중…결합상품, 피해 우려"

대명아임레디가 SNS 등에서 광고한 화면 캡처.

'월 5만원대 적금들면 TV는 무조건 공짜!', '월 2만원대 재테크 신규 가입 이벤트!'

최근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서 상조상품을 '적금'이나 '재테크'로 포장해 광고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적금이나 재테크 상품에 가입하면 TV를 비롯한 가전제품을 무료로 준다는 내용인데 상조상품이라는 사실을 공지하지 않아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명아임레디 등 일부 상조업체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표시광고법 위반과 함께 유사수신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특히 10~20년 후 100% 환급 조건만 믿고 덜컥 가입했다간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 상조 상품을 '적금'으로 광고…공정위 "표시광고법 위반 조사"

상조업계에 따르면 대명그룹의 계열사인 대명아임레디 등 일부 상조업체들이 가전제품을 상조상품과 함께 판매하는 '결합상품'을 광고하면서 '적금'이나 '재테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결합상품이란 가전과 상조상품을 함께 팔면서 이에 대한 대금을 할부로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통상 10~20년간 매달 할부금을 내면서 만기를 채우면 그간 낸 돈을 모두 돌려준다는 게 업체들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예를 들어 150만원의 가전제품을 구매하면서 450만원의 상조상품에 가입하면 월 5만원씩 10년 동안 총 600만원을 내야 한다. 이후 10년 뒤 가전제품 가액과 상조상품 납입금의 합인 600만원을 돌려받고 가전제품을 반납하지 않는 식이다. 얼핏 보면 그럴싸한 조건이다.

문제는 상조업체들이 상조 결합상품이라는 사실을 광고에 전혀 표시하지 않고 적금이나 재테크로 표현해 마치 금융상품처럼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에서는 사업자가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설명은 하기 어렵다"면서도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표시광고법이나 할부거래법에 따라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 유사 수신 여부도 검토…"대규모 소비자 피해 우려"

과연 10~20년동안 할부금을 꼬박꼬박 내면서 만기를 채우면 원금을 모두 안전하게 되돌려받을 수 있느냐도 문제다.

대명아임레디 광고 화면.

실제로 공정위는 해당 결합상품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관련 조치들을 검토하고 있다. 우선 결합상품 만기 후 가전제품 가액을 돌려주면서도 소비자가 해당 가전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 상품 구조가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공정위는 "과도한 만기 환급금 약정이 유사수신 행위에 해당되는지 검토해 필요 시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전제품에 대한 가액은 돌려주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할부거래법 개정안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정위는 특히 이런 식의 결합상품이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공정위는 "가전제품 납입금은 법적인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상조회사가 만기 전에 폐업하면 상조 납입금의 절반밖에 보상받지 못한다"면서 "심지어 남은 가전제품 가액에 대한 추심까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만기 후 환급받을 목적으로 가입하는 소비자가 늘어날수록 상조회사는 소비자에게 받은 납입금보다 더 큰 금액을 환급금으로 지급해야 해 폐업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상조회사는 환급에 대비해 소비자에게 미리 받은 납입금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결합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상조회사의 지급여력 비율은 94%에 불과하다. 미리 받은 납입금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과거에도 만기 100% 환급이라는 조건으로 소비자를 대규모 유치했다가 만기가 도래하자 몰려드는 만기 환급금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면서 "대표적으로 지난해 폐업한 에이스라이프의 피해자들은 4만 466명, 피해 금액은 약 114억원에 달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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