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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규제의 그늘]①대형마트 시대의 종말

  • 2020.03.11(수) 08:41

수익성 악화 갈수록 심각…구조조정 본격화
트렌드 변화에 낡은 규제 맞물리며 '벼랑 끝'

국내 유통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던 대형마트의 몰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대형마트들은 이제 온라인에 그 자리를 뺏겼다. 소비 트렌드 변화와 함께 정부의 낡고 정치적인 규제가 맞물린 결과다. 특히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취지로 강제한 유통 규제들은 대형마트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당초 목표였던 전통시장을 살리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내수 활성화에 기여한 것도 아니다. 지난 8년간 대형마트들의 족쇄로 작용한 유통 규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향후 대책을 고민해보려 한다. [편집자]

대형마트가 생사의 기로에 섰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화다. 대형마트는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며 소비자들에게 각광을 받아왔다. 소비자들에게 '대형마트=시장'이라는 등식을 각인시키며 우리 생활의 한 부분으로 깊숙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대형마트를 찾지 않는다. 굳이 마트를 가지 않아도 원하는 물건을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온라인이 대형마트를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은 불과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 여기에 정부의 낡고 과도한 규제까지 더해지며 대형마트는 '고사(枯死)' 직전이다.

◇ 편의점에도 밀렸다

대형마트들이 호황을 누렸던 이유는 기존 전통시장이 가진 단점들을 효과적으로 극복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에서 다양한 제품을 한 번에,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었다. 제품별로 카테고리화해 진열된 상품들 덕에 장 보기가 훨씬 수월했다. 쾌적한 환경도 한몫했다. 대형마트에 가면 소비 욕구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은 대형마트들의 투자로 확보한 구매력, 유통방식의 진화 덕분이었다.

하지만 대형마트의 호황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소비자들이 점차 대형마트를 외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자리는 이제 온라인이 꿰찼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상품보다 더 많은 상품을 더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다. 대형마트는 소비자가 매장을 찾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대형마트를 찾는 수고를 감내하지 않는다. 대신 클릭과 터치만으로 소비욕구를 해소한다.

단위 : 억원.

대형마트의 위기는 수년간 국내 유통업계의 가장 큰 화두였다. 늘 위기라고 했지만 그 위기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작년이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창사 이래 최초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이 신호탄이었다. 반면 온라인 시장은 급성장했다. 작년 이마트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67.4% 줄었고 롯데마트는 248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심지어 편의점에도 밀렸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의 작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33.5% 증가한 2565억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영업이익은 3.7% 늘어난 1966억원을 기록했다. 한때 경쟁 상대로도 여겨지지 않았던 편의점보다도 수익성이 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대형마트들의 미래는 암울하다.

◇ 유통 규제 목적은 '대형마트 저격'

대형마트 업계가 가장 뼈아프게 느끼는 패착은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온라인이 자신들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을 무시했다. 대형마트는 자신들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인 전통시장을 대체해 성공을 거뒀다. 그런 만큼 정반대 형태인 온라인이 자신들을 앞지를 것이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이런 안일함이 현재의 위기를 가져왔다는 데에 대형마트 업계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 업계가 분통을 터뜨리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8년째 지속되고 있는 정부의 규제다. 온라인으로 대세가 넘어가는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차치하고라도, 이에 대응할 어떠한 무기조차 쥘 수 없게 만든 것이 바로 정부의 규제였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정부가 내놓은 '유통산업 발전법'이 바로 그 장본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 2012년 전통 시장을 살린다는 명목하에 대형마트를 타깃으로 한 '유통산업 발전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8년이 지난 현재 이 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소비욕구를 인위적으로 제한하고 불편함만 가중시켰다는 평가가 많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당시 정부와 정치권은 전통시장을 죽이는 주범으로 대형마트를 꼽았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제한(오전 0~10시)과 함께 의무 휴무일 지정(공휴일 중 매월 2회) 등을 하도록 강제했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쇼핑 욕구를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조치였다.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해야만 매출을 낼 수 있는 대형마트엔 치명적이었다.

정부의 규제가 시작되자 대형마트들의 입지는 빠르게 줄어들었다. 자구책을 모색했지만 소용없었다. 수익성은 갈수록 악화했다. 신규 출점은 엄두도 못 냈다. 당초 정부의 전망처럼 전통시장이 활성화됐느냐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보고서는 큰 효과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오히려 불편만 늘었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정부의 규제의 핵심은 정치적인 목적에 따른 '대형마트 저격'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근시안적 규제…피해는 업계와 소비자 몫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정부의 가혹한 규제 탓에 현재 대형마트들은 벼랑 끝에 서있는 형국이 됐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대형마트 철수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유통환경이 급변한다고 해도 오프라인 유통의 핵심인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기감은 다르다. 실제로 국내 대형마트들을 둘러싼 여러 경영 여건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기 등급인 ‘Ba1’으로 낮췄다. 또 롯데쇼핑의 등급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국내 대형마트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이명근 기자/qwe123@.

대형마트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마트는 이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롯데쇼핑도 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전체 점포의 30%가량을 줄이기로 했다. 정부의 규제와 온라인의 득세라는 이중고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인 셈이다. 하지만 구조조정 이후에도 대형마트들이 부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온라인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분명 우리가 잘못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이면에는 정부의 규제가 있다. 휴일에 대형마트의 온라인몰은 배송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구조조정도 결국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의 근시안적인 규제정책의 피해는 결국 업계와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판"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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