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은 비즈니스워치 생활경제팀이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주간유통]을 보시면 한주간 국내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벌어진 핵심 내용들을 한눈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시작합니다. [편집자]
'용진이형'이 그린 큰 그림
'○○이형'. 아무한테나 이렇게 부르지 않습니다. 친하지도 않은데 형한테 함부로 이렇게 불렀다가는 혼쭐이 납니다. '○○이형'이라고 부르려면 사전에 충분한 친분과 신뢰를 쌓아야 합니다. 진짜 친하고 좋아하는 형이 아니면 이렇게 부르기 힘들죠. 그런데 요즘 스스로를 이렇게 불러달라고 나선 사람이 있어 화제입니다. 바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입니다. 자신을 '용진이형'이라 부르라고 했다죠.
정 부회장은 소위 '인싸'입니다. SNS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대중들에게 가감 없이 보여줍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논란이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인싸'행보를 멈추지 않습니다. 대중들은 대기업 오너의 일상에 환호합니다.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좋아요'를 누릅니다. 일종의 동경과 부러움, 더불어 왠지 그와 가까워졌다는 '착각'이 들어서일 듯싶습니다.
하지만 용진이형의 이런 행보 뒤에는 큰 그림이 있습니다. 용진이형은 SNS를 통해 대중들과 '보물 찾기'를 하는 것을 즐깁니다. 사진의 전면 혹은 사진의 한 귀퉁이에 자사의 신제품 등을 슬쩍 보여줍니다. 단적인 예가 신세계의 프로야구단 SSG랜더스 유니폼입니다. 당시 신세계가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를 인수한 후 다들 새로운 유니폼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습니다. 초미의 관심사였죠.
그때 용진이형이 새 유니폼을 입고 SNS에 '쓱' 등장했습니다. 자신의 이름이 박힌 새 유니폼. 대중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단 뒷모습만 보여줬습니다. 아쉽습니다. 우리가 궁금한 건 앞모습인데 말이죠. 늘 이런 식입니다. 다 보여주지 않습니다. 감질나게 합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집니다. 궁금해지는 순간 이미 용진이형의 작전에 넘어간 겁니다. 알지만 매번 당합니다. 그럼에도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희한하죠.
'용진이형'한테 당한건가?
용진이형의 팔로워 중에는 기자들도 많습니다. 혹시나 기삿거리가 있을까 싶어 유심히 찾아봅니다. 어떤 분들은 "그렇게 쓸것이 없냐"고 힐난하시겠지만 기자들도 먹고살려니 어쩔 수 없습니다. 사실 저도 용진이형 팔로워입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단 한 번도 용진이형 SNS로 기사를 쓴 적은 없습니다. 대신 저도 유심히는 봅니다. 보물 찾기를 합니다. 사진을 손가락으로 키워보고 그럽니다. 직업병인가 봅니다.
사실 용진이형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바로 용진이형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오너들은 대부분 자신의 사생활을 잘 드러내지 않습니다. 베일에 가려있죠. 반면 용진이형은 스스럼없이 보여줍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죠. 그럼에도 대중은 열광합니다. 신기하거든요. 용진이형은 기존 대기업 오너 일가들이 보기에는 '이단아'입니다. 파격적이죠.
핵심은 용진이형이 자신에게 씌워진 '이단아'와 '파격'의 이미지를 적절히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SK와이번스를 인수한 후 음성 SNS인 클럽 하우스에 등장한 용진이형은 경쟁사인 롯데의 신동빈 회장을 자극하며 일종의 '도발'을 했습니다. 더불어 인수한 야구단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실행되고 있습니다.
용진이형은 자신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신세계의 제품과 서비스로 옮겨가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큰 거부감 없이 응합니다. 이것이 용진이형이 의도한 큰 그림입니다. 용진이형은 자신의 SNS를 주목하는 대중들을 신세계의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겁니다. 이를 위해 자신을 마케팅 수단으로 내놓고 있는 셈입니다.
'이커머스 3강', 진짜는 지금부터
신세계는 최근 창사이래 최대 규모의 딜을 성공시켰습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입니다. 3조4000억원이라는 금액을 투자해 이베이코리아를 품었습니다.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큰 격변기를 맞게 됐습니다. 신세계가 네이버와 쿠팡 사이에 자리하면서 순식간에 '이커머스 3강'이 됐습니다. 다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강자로 이커머스 강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베이코리아를 품은 신세계가 향후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지 여부는 지금부터에 달려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곳입니다. 특히 물류가 핵심입니다. 전국 방방곡곡에 물류센터를 세워야 합니다. 이를 연결할 네트워크망도 갖춰야 합니다. 배송이 지지부진하면 소비자들은 순식간에 떠나버립니다. 쿠팡이 매년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면서 투자를 이어왔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신세계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베이코리아를 품기는 했지만 본게임은 지금부터입니다. 신세계와 이베이코리아의 역량을 얼마나 잘 배합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두 조직의 인프라를 통합하고 화학적 결합까지 고려한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할 겁니다. 특히 물류망을 탄탄히 갖추려면 막대한 금액의 돈이 투입돼야 합니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향후 4년간 물류에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한 이유입니다.
신세계가 이런 점을 모르고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했을까요? 아닙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전에 이미 계획을 짜놓았을 겁니다.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 주체였던 이마트가 성수동 본사 건물 매각을 검토 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에 투입될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계획의 일환입니다.
'큰 그림'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마트 성수동 본사는 소위 '알짜'입니다. 최근 성수동 주변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분석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 성수동 본사의 가치를 약 1조원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4년간 물류에 1조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에 딱 맞습니다. 현재는 자금 확보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 중 하나라고 합니다만 분명 신세계가 만지작거릴 카드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마트는 본사 사옥을 매각한 후 다시 빌리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본사를 매각했어도 계속 본사 건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유권은 다른 곳이 가져가겠지만요. 기업에게 있어 본사 사옥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특별합니다. 본사는 곧 그 기업의 심장을 의미하니까요. 신세계가 이마트 본사 사옥을 내놓으면서까지 이커머스에 투자 의지를 다지는 것을 보면 각오가 남다르긴 한 모양입니다.
문득 용진이형이 SNS에서 활약하는 것과 최근 신세계가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전방위로 뛰는 것이 하나의 큰 그림 안에서 움직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용진이형은 잠재적 고객들을 계속 확보해 마케팅을 펼치고 신세계는 그 고객들이 뛰어놀 '장(場)'을 만드는 그림 말입니다. 용진이형의 파격적인 SNS 활동 속에 그런 큰 그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슬쩍 무서운 생각도 드네요.
어찌됐건 용진이형은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밑그림은 거의 완성했습니다. 이제 그 밑그림에 색칠을 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림이 크면 들어가는 물감도 많겠지요. 생각지도 못한 곳에 또 다른 색깔을 채워 넣어야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용진이형은 그것까지도 다 계산해뒀을까요? 본사를 내놓으면서까지 신세계의 색깔을 채워 넣으려는 용진이형의 큰 그림은 완성될 수 있을까요? 그의 계획의 끝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