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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 올팜 판박이 게임 '마이컬리팜' 내놓은 속내

  • 2023.08.04(금) 07:40

"진짜 작물 준다" 컬리의 마이컬리팜  
공동구매 커머스 올웨이즈 올팜과 유사
앱 체류 시간, 신규 고객 유입이 노림수

컬리가 자사 앱에 모바일 게임을 넣는 강수를 뒀다. 게임 속에서 기른 농산물을 실제로 받아볼 수 있는 '마이컬리팜'을 선보이면서다. 기존 올팜, 레알팜 등 게임과 같은 개념이다. 떨어진 앱 체류 시간 회복, 신규 고객 유입이 컬리의 노림수다. 

그만큼 녹록지 않은 최근 컬리의 경영 환경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데믹으로 이용객이 예전 같지 않은 반면 쿠팡 등 경쟁자의 약진은 강해지고 있다. 기존 프리미엄 이미지를 버리고서라도 과감히 고객층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팜? 우리는 컬리팜!

4일 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이달 1일 게임형 앱테크 서비스 마이컬리팜을 선보였다. 게임 속에서 작물을 키우면 해당 작물을 앱에서 팔거나 실제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앱테크'란 애플리케이션과 재테크의 합성어다. 사용자가 게임, 퀴즈 등에 참여해 광고 시청 등 특정행위를 하면 대가로 현금성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올웨이즈 올팜의 모습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농작물 현물 교환 게임은 기존에도 많았다. 공동구매 커머스 플랫폼 '올웨이즈'의 올팜이 대표적이다. 올웨이즈는 공동구매 장보기 앱으로 생필품, 식료품 등 팀 구매로 싸게 구입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고객 유입을 위해 선보였는데 최근 인기가 높다. 이외에도 네오게임즈는 이미 지난 2012년 레알팜을 선보인 바 있다. 

컬리 관계자는 "마이컬리팜의 차별점은 기존 앱테크 서비스와 달리 구매 유도 등 요소를 없애고 고객 혜택 확대에 중점을 둔 것"이라며 "이외에도 앱 내에서 수확한 작물을 다른 상품과 교환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을 통한 재미 전달은 물론 이를 통해 고객 방문율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컬리팜의 노림수는

직접 마이컬리팜을 체험해봤다. 처음 시작하면 2개의 가상 화분이 주어진다. 이곳에서 방울토마토, 오이, 양파, 아보카도 4가지의 작물 중 하나를 선택해 재배할 수 있다. 키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제공되는 물방울을 이용해 일정 시간마다 화분을 눌러 물을 주면 된다. 기자는 양파 한 개를 수확하는데 대략 20분 정도가 걸렸다.

컬리팜에서 키워본 양파와 오이 /사진=한전진 기자 noretreat@

이렇게 수확한 작물을 모아 진짜 작물과 교환이 가능하다. 가상 양파 230개를 모으면 진짜 양파 900g을 교환할 수 있는 무료 쿠폰을 제공하는 식이다. 물방울은 처음 10개가 제공됐고 이후 20분마다 한 개씩 채워졌다. 친구를 초대하면 화분을 최대 4개까지 늘릴 수 있고 추가 물방울을 받을 수 있다. 룰렛을 통해 보너스 물방울을 받는 방법도 있다. 

전반적으로 이전 게임들과 다르지 않다. 다만 컬리앱 상에서 즐긴다는 신선함이 있다. 수확한 가상 채소를 컬리팜 포인트로 교환해 생수와 비빔면 등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차별점이었다. 틈틈이 컬리앱을 들여다봐야 했다. 친구도 초대해 화분을 늘리고 물방울도 받았다. 체류 시간과 신규 고객을 늘리려는 의도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컬리의 속내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게임은 고객 체류 시간을 올릴 확실한 수단이다. 경쟁 심리를 통해 신규 고객 확보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컬리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내림세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컬리의 MAU는 지난해 1~5월엔 매달 300만명을 웃돌았으나 올 1~5월엔 300만명을 밑돌고 있다. 

컬리가 변했다는 말

누적 적자 역시 커지고 있다. 컬리의 몸값도 이전만 못한 상황이다. 그만큼 강력한 처방이 필요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컬리는 그동안 고품질, 프리미엄 신선식품 이미지로 외연을 확장해 온 플랫폼이다. 커머스의 본질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왔다. 이런 이미지를 깨면서라도 컬리앱에 모바일 게임을 넣는 강수를 둔 셈이다. 

컬리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물론 그 효과는 앞서 올팜이 증명하고 있다. 올웨이즈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2월 약 90만명에서 지난 3월 184만명을 기록해 현재 두 배 이상 올랐다. 업계는 올웨이즈의 이용자 수 성장의 원인으로 올팜을 꼽는다. 컬리도 비슷한 기대를 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두 플랫폼의 주 고객층이 다른 것은 변수다. 컬리 소비자들은 올웨이즈와 달리 부가 서비스보다 상품 본질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상술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은 게임의 사행성 조장을 막기 위해 경품 등을 제공해 사행성을 조장하지 아니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실제로 레알팜은 이 때문에 지난해 실물 교환 쿠폰 서비스를 중단했다. 물론 앱테크를 사행성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법령 해석은 없다. 무엇보다 문제는 컬리 소비자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다. "컬리가 변했다"는 말이 가장 무섭다.

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장에 한차례 고배를 마신 컬리가 최근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 프리미엄 이미지 전략에서 선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오픈마켓 등 서비스가 다양화하는 것도 이런 일환"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다만 이를 두고 컬리의 아이덴티티가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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