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정혜인 기자] 상하이 쉬후이구 안푸루는 오래된 플라타너스 가로수가 줄지어 선 골목이다. 최근 이곳은 오래된 석고문 건물 사이로 편집숍과 카페가 들어서며 활력을 찾았다. 여기에 중국 로컬 브랜드와 글로벌 패션 브랜드까지 잇따라 합류하며 상하이 Z세대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 거리 초입에 자리한 100년 된 건물에 지난해 12월 새로운 패션 브랜드의 매장이 들어섰다. K패션을 대표하는 무신사의 첫 해외 편집숍 '무신사 스토어 상하이 안푸루'다. 무신사의 대표 여름 할인 행사 '무진장'이 진행되던 지난 8일 오후. 이 매장에는 개성 있는 차림의 20대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이날 이곳에서 만난 24세 크리스티 모(Christie Mo)는 무신사가 한국 브랜드인지는 몰랐다고 했다. 안푸루를 걷다가 매장이 눈에 띄어 들어왔다는 그는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셀럽들이 안푸루를 방문한 모습을 SNS에서 보고 이 지역에 찾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매장엔 우연히 들어왔는데 인테리어가 잘 돼있고 여성복과 남성복은 물론 가방까지 다양한 상품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어서 좋다"며 "남자친구가 세련된 디자인의 티셔츠를 살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트렌드세터가 몰리는 안푸루에 무신사가 편집숍을 내면서 이 상권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K패션'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다는 의미다.
고택부터 쇼핑몰까지
무신사가 중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다. 무신사는 중국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K패션 수요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고 중국을 다음 무대로 택했다. 지난해 8월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그룹인 안타 스포츠와 합작법인 '무신사 차이나'를 설립하고 9월에는 티몰에 온라인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이어 12월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에 오프라인 매장을 잇따라 내며 본격적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돌입했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토어'와 '무신사 스탠다드'를 앞세운 '투트랙' 전략으로 중국 오프라인 패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K패션 편집숍인 무신사 스토어와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각기 다른 상권에 선보이며 여러 소비자층을 동시에 겨냥하는 전략이다.
무신사 스토어가 안푸루에 자리한 것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무신사는 안푸루의 상권 특성에 맞게 100년 된 건물을 무신사 스토어의 첫 매장으로 낙점했다. 클래식한 분위기와 트렌디한 감각이 공존하는 안푸루 특유의 로컬 감성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무신사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중국 로컬 브랜드를 함께 큐레이션해 K패션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반면 무신사 스탠다드는 합리적인 가격대의 기본 캐주얼로 유니클로·자라와 같은 상권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다. 1호점인 화이하이 백성점은 유동인구가 많은 화이하이루 중심부의 백성쇼핑센터 1층에 자리하고 있어 인근 직장인들은 물론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다.
지난 9일 이 매장에서 만난 부점장 니콜(Nicole)은 "중국 고객들은 유니클로, 자라보다 무신사의 디자인이 더 젊고 심플하며 다양한 스타일에 어울리는 한국 트렌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오픈 초기에는 한국 본토 패션 브랜드가 주는 신선함 덕분에 많은 고객이 몰렸고 상품 디자인에 대해 호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로 25~40세 고객들이 방문하고 있다"면서 "경쟁 브랜드에서 찾기 어려운, 슬림하면서 디자인 요소가 있는 티셔츠나 '쿨탠다드' 같은 기능성 제품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중국 공략 가속화
이같은 온·오프라인 투트랙 전략을 바탕으로 무신사는 중국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무신사 스토어 안푸루와 무신사 스탠다드 화이하이 백성점의 누적 방문객 수는 오픈 초기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오프라인 매장의 흥행은 온라인 채널의 가파른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낸 티몰 내 무신사 스탠다드 플래그십 스토어는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연 12월을 기점으로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무신사 중국 온라인 채널 합계 거래액은 44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오픈 초기인 9월과 비교해 9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무신사 관계자는 "중국 내 구매자의 85% 이상이 MZ세대"라며 "트렌드에 민감한 중국 젊은 세대가 오프라인 매장 경험을 온라인 구매로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신사의 성장세에 힘입어 중국 내 K패션의 영향력도 확대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화이하이루 백성쇼핑센터의 변화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들이 주로 입점하던 백성쇼핑센터 1층에 무신사 스탠다드가 문을 연 후 해당 쇼핑몰 2층에는 '세터(SATUR)', '엠엠엘지(Mmlg)' 등 한국 패션 브랜드들이 잇따라 입점했다.
무신사는 안타와의 협력으로 물류와 유통 기반을 다진 만큼 중국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올 상반기 기준 상하이와 항저우에 총 5개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한 무신사는 연내 중국 내 매장을 10개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중국 내 오프라인 매장을 100개까지 확대할 것"이라며 "온·오프라인 통합 매출 1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패션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