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국민 커피 브랜드 '팀홀튼'이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낸다. 캐나다 본연의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메뉴는 한국 소비자 취향에 맞게 재해석하는 방식이다. 커피와 도넛 중심이었던 브랜드를 식사까지 가능한 '비스트로형 카페'로 확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감성은 캐나다, 메뉴는 한국
지난 2023년 12월 신논현점을 오픈하며 한국 시장에 입성한 팀홀튼은 초기에는 캐나다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한국 시장에 맞는 메뉴와 매장 운영 방식을 구축하는 '2단계 전략'에 돌입했다. 단순히 해외 인기 메뉴 도입을 넘어 한국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독자 제품을 기획하겠다는 구상이다.
조혜민 팀홀튼코리아 상품기획팀장은 지난 25일 기자들과 만나 "초기에는 캐나다 모델을 그대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지금은 한국 소비자에게 맞는 메뉴를 확장하는 단계"라며 "올해 상반기에만 100종이 넘는 신제품을 개발했고 이 중 약 90%는 한국에서 자체 기획한 메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가 팀홀튼의 시그니처 도넛인 '크룰러'다. 도넛 반죽은 캐나다에서 그대로 들여오지만 이를 활용한 메뉴는 한국에서 새롭게 개발했다. 인절미·쑥·흑임자를 접목한 한국형 크룰러와 과일을 얹은 '케이크룰러'가 대표적이다. 한국 커피 전문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컵빙수'를 팀홀튼의 오리지널 아이스캡에 적용해 선보이기도 했다.
조 팀장은 "한국 소비자들은 기존 제품을 완전히 바꾸기보다 소금빵이나 베이글처럼 익숙한 메뉴에 새로운 요소를 더한 제품을 오래 사랑하는 경향이 있다"며 "크룰러 역시 한국적인 재료와 계절감을 입혀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서 만든 메뉴, 해외로 역수출
팀홀튼코리아가 한국 소비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잡기 위해 선보인 독창적인 메뉴들은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 자체 개발한 메뉴가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역수출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이는 한국 시장이 단순히 글로벌 레시피를 받아들이는 곳이 아니라, 전 세계 팀홀튼 메뉴 개발의 거점이자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글로벌 본사는 한국 시장의 뛰어난 메뉴 개발 역량을 높게 평가해 이례적으로 폭넓은 현지화 권한을 허용하고 있다. 조 팀장은 "한국에서 개발한 메뉴가 해외에 소개되면서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왜 우리나라에는 이런 메뉴가 없느냐'는 역반응이 나올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며 브랜드 내에서 높아진 한국 시장의 위상을 설명했다.
이런 현지화 전략은 여름 시즌 메뉴에도 반영됐다. 팀홀튼은 최근 '프룻풀 썸머' 캠페인을 통해 수박, 애플망고, 복숭아, 샤인머스캣 등 8종의 과일을 활용한 음료 6종과 디저트 3종을 선보였다. 브랜드 최초의 스무디 라인업도 도입했다. 스무디는 얼음 대신 냉동 과육을 갈아 넣어 시간이 지나도 맛이 옅어지지 않도록 품질을 높였다.
국내산 수박 등 프리미엄 원재료를 사용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해 소비자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조 팀장은 "팀홀튼이 비싸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경쟁 제품과 비슷한 가격에 더 큰 용량과 높은 품질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높은 마진보다 많은 고객이 부담 없이 경험하고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팀홀튼은 현지화를 추진하면서도 브랜드 고유의 뿌리는 엄격하게 유지할 계획이다. 그는 "껍데기만 팀홀튼이고 안은 한국 카페가 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캐나다 고유의 맛과 감성이라는 뼈대 위에 한국적 색을 입히는 균형 감각을 잃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커피 한 잔'에서 '한 끼 식사'까지
향후 팀홀튼이 그리는 한국 시장의 미래는 단순한 커피·도넛 전문점이 아니다. 식사와 업무, 모임까지 한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비스트로형 카페'로의 진화가 두 번째 핵심 전략이다. 이를 위해 최근 멜트와 샌드위치, 수프 등 식사 대용 푸드 메뉴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향후 식사형 메뉴 비중도 늘릴 계획이다.
이는 해외에서 보편화된 카페 모델을 한국 시장에 맞게 구현하려는 시도다. 현재 매장 대부분이 오피스 상권에 위치한 만큼 점심과 저녁 시간대 직장인들이 식사와 커피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수요를 겨냥했다. 다음 달에는 캐나다 동부 할리팩스 지역의 식문화를 반영한 시즌 한정 식사 메뉴도 선보일 예정이다.
조 팀장은 "한국의 카페 시장은 여전히 커피와 디저트 중심이지만 해외처럼 합리적인 식사 비용 안에서 수준 높은 간편식과 커피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며 "오피스 상권의 특성상 직장인들이 카페에서 식사까지 해결하려는 수요는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출점 전략도 달라졌다. 팀홀튼은 지난해 검토했던 가맹사업을 잠정 보류하고 올해는 직영 매장 운영에만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급격한 매장 확대보다 신메뉴와 까다로운 푸드 제조 시스템을 전 매장에 완벽히 표준화하는 작업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결국 어느 매장을 방문하더라도 균일한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완벽한 시스템을 구축한 뒤 본격적인 가맹 사업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조 팀장은 "직영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해 25개 수준이었던 매장을 올해 말까지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하반기에는 브랜드의 철학과 감성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대규모 플래그십 매장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