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튀겨내는 치킨, 취향대로 조합하는 맞춤형 치킨과 소스. 그리고 떡볶이와 어묵탕이 어우러진 K안주상까지. 또 새로운 브랜드가 생겨났나 싶지만 아니다. K치킨 시장의 1인자 bhc가 강남역 한복판에 선보인 첫 플래그십 스토어의 모습이다.
3년 간의 준비
bhc가 점심 한 끼부터 저녁 모임까지 전 시간대를 아우르는 '올데이 치킨' 전략을 통해 치킨을 식사와 다이닝 영역으로 확장하는 본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bhc는 지난 4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 브랜드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기존 치킨 매장이 저녁 시간대 '치맥' 수요에 집중했다면 이곳은 점심부터 저녁 모임까지 하루 종일 치킨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과 메뉴를 재구성했다.
특히 이번 플래그십은 송호섭 다이닝브랜즈그룹 대표이사가 2023년 취임 이후 구상해 온 브랜드 확장 전략의 결과물 중 하나다. 송 대표는 배달 중심이었던 치킨의 소비 영역을 식사와 다이닝으로 넓히는 데 주목했다. 출발점은 세 가지 질문이었다. "왜 치킨 브랜드는 저녁 영업에 집중해야 할까", "치킨도 점심 한 끼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왜 국내 치킨 브랜드는 유동인구가 많은 쇼핑몰이나 백화점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울까"다. bhc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약 3년간 공간과 메뉴, 운영 방식 등을 다각도로 고민했다.
김효선 다이닝브랜즈그룹 마케팅실 상무는 플래그십 기획 배경에 대해 "현장을 다니다 보면 자신만의 레시피와 상상력을 보여주는 분들이 많다"며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치킨이 생각보다 한국인의 삶에 더 깊숙하게 들어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는 치킨에 다양한 소스와 사이드를 조합하거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먹는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bhc는 이런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치킨에 대한 경험을 매장 안에서 직접 구현해보기로 했다.
다만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맹사업과의 균형도 고려해야 했다. 2200여개에 달하는 가맹점의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새로운 메뉴와 공간을 선보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김 상무는 "가맹점주들의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메뉴를 구성하고 콘셉트를 만드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새로운 콘셉트를 담을 적합한 입지를 찾는 과정까지 더해졌다. 그 결과 선택한 곳이 강남역이다. 국내 소비자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유동이 많은 곳에서 bhc의 새로운 치킨 문화를 선보이겠다는 판단에서다. 김 상무는 "강남 삼성동만 가도 '여기가 한국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외국인이 많다"며 "한국에 온 외국인들이 치킨과 한국의 치킨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반응도 당초 기대에 부합했다. bhc에 따르면 오픈 이후 일주일간 강남역점 방문객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약 30%에 달했다. 치킨을 먹는 공간에 그치지 않고 K푸드와 한국의 치킨 문화를 함께 경험하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플래그십의 콘셉트가 외국인 고객에게도 통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3000가지 조합
bhc 플래그십 매장은 총 3층이다. 1층은 빠른 주문과 포장, 2층은 혼밥과 소규모 식사, 3층은 치킨과 K푸드, 주류를 즐기는 다이닝 공간으로 나눴다. 1층은 강남역의 많은 유동인구를 겨냥해 빠르게 식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했다. 매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자동화 로봇 '튀봇'이 눈에 들어온다. 치킨을 기다리는 동안 조리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포장 주문도 가능하다.
1인 고객을 위한 한 끼 식사 대용 '박스 메뉴'도 도입했다. 라이스와 샐러드, 크리스피번 등을 치킨과 함께 구성하고 원하는 시즈닝과 소스를 선택할 수 있다. 저녁 회식 중심이었던 치킨을 점심이나 오후 시간대 혼자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포맷을 바꿨다. 버거 메뉴도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처음 선보였다. 버거 메뉴는 총 4가지다. '클래식 버거'와 '코울슬로 버거'가 있으며, bhc 인기 치킨 메뉴를 결합한 '뿌링클 버거', '콰삭버거'도 선보였다.
2층으로 올라가면 소규모 모임이나 혼밥족이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캐주얼 다이닝 공간이 펼쳐진다. 이곳의 핵심은 고객이 직접 레시피를 완성하는 커스터마이징 치킨 '크리스픽(PICK)'이다. 기본은 정육 순살 치킨이지만 고객이 어떤 부위를 선택하고 어떤 맛을 조합하느냐에 따라 메뉴가 달라진다.
먼저 순살과 스틱, 윙봉 중 부위를 선택한다. 그 다음 뿌링클과 커링클, 맛초킹 등 맛을 선택한다. 기본은 '클래식 후라이드'지만 메뉴에 500원을 추가하면 '콰삭'한 식감의 치킨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사이즈는 스몰과 미디엄 두 가지다. 기존에 한 마리씩 팔던 치킨이 아닌 조각 치킨으로 구성했다. 마지막으로 원하는 시즈닝이나 디핑소스를 추가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나올 수 있는 치킨 조합만 3000가지가 넘는다. 정형화된 치킨 메뉴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나만의 치킨'을 맛볼 수 있는 셈이다.
3층에는 여러 명이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플래터와 K푸드 안주 메뉴를 마련했다. 플래터는 오리지널과 뿌링클, 맛초킹 등 bhc의 시그니처 치킨에 치즈볼과 뿌링감자 등을 더한 메뉴다. 윙·순살·다리 등 부위도 선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국물 떡볶이, 얼큰 어묵탕, 골뱅이무침, 닭목살 튀김 등 8종의 주류 페어링 메뉴도 선보였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상권 특성에 맞춰 치킨과 주류를 함께 먹는 한국식 '치맥' 문화를 넘어 다양한 K푸드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염은미 다이닝브랜즈그룹 R&D센터 이사는 "한 마리 중심에서 벗어나 각각 개인의 취향에 맞는 조각 치킨으로 접근했다"며 "혼자 먹는 상황부터 여러 명이 모이는 자리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치킨을 즐길 수 있도록 메뉴 전략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도 조각치킨을 판매하는 브랜드들이 있지만 bhc는 자사가 가진 노하우를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염 이사는 "bhc는 K치킨에 맞는 다양한 튀김옷과 소스가 있고 시즈닝도 풍부하다"며 "이러한 재료들을 활용해 고객이 각자 취향에 맞는 K치킨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구체적인 위치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2호점 출점도 검토 중이다. 플래그십 모델의 글로벌 확장 가능성도 열어뒀다. 현재 bhc는 약 50개 해외 지역에 진출해 있는 만큼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해 플래그십 매장 포맷을 해외 시장에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bhc가 플래그십을 통해 궁극적으로 노리는 건 매장 하나의 성공이 아니다. 강남역점에서 고객들이 어떤 메뉴를 선택하고 어떤 조합을 선호하는지 확인하고 이를 향후 메뉴와 서비스 개발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플래그십에서의 운영 현황과 고객 반응을 분석한 뒤 직영점 등을 중심으로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플래그십을 신메뉴와 서비스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