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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년 된 롯데호텔 서울, 객실 줄이고 간판 바꾼 까닭은?

  • 2026.08.14(금) 17:20

롯데호텔 서울, '더그랜드롯데 서울'로 리브랜딩
객실 1015실→868실…객실 수 줄이고 면적 넓혀
'도심형 복합 럭셔리 거점'으로 호텔 역할 재정의

더그랜드롯데 서울 현판 제막식/사진=롯데호텔앤리조

1979년 문을 연 롯데호텔 서울이 개관 47년 만에 간판을 바꿨다. 롯데호텔앤리조트가 본관 객실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하고 하이엔드 브랜드 '더그랜드롯데'를 새롭게 선보이면서다. 객실 수를 줄이는 대신 객실 면적과 서비스를 고급화하고 유니폼과 향, 디저트 등 고객이 마주하는 접점까지 브랜드 정체성을 입힌다. 단순히 객실을 새로 단장하는 수준을 넘어 호텔 공간의 가치를 높여 수익 구조를 바꾸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더 많이'보다 '더 비싸게'

롯데호텔앤리조트는 14일 롯데호텔 서울의 간판을 '더그랜드롯데 서울'로 바꿔 달았다. 이날 현판 제막식에는 정호석 롯데호텔앤리조트 대표이사를 비롯해 주요 임원과 두경태 더그랜드롯데 서울 총지배인 등이 참석했다.

2017년 '시그니엘' 론칭 이후 9년 만에 선보인 신규 브랜드 '더그랜드롯데'는 달라진 호텔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롯데호텔앤리조트의 전략이 담겼다. 가장 큰 변화는 객실 수다. 메인타워 7층부터 21층까지 약 15개월간 리뉴얼을 진행하면서 기존 737실을 590실로 줄였다. 메인타워와 이그제큐티브 타워를 합친 전체 객실도 기존 1015실에서 868실로 147실 감소했다. 최대한 많은 투숙객을 받는 방식에서 벗어나 객실당 매출과 체류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한 셈이다. 

줄어든 객실만큼 개별 공간은 한층 넓고 섬세해졌다. 포시즌스 호텔 조지 V 파리, 세인트 레지스 로마 등을 설계한 프랑스 디자이너 피에르 이브 로숑이 디자인을 맡았다. 기존의 경직된 업무용 데스크 대신 일상과 업무를 겸하는 테이블을 두고 욕실을 넓히는 등 동선을 전면 재배치했다. 프렌치 럭셔리의 정교함에 한국적 미감을 더하고, 엘리베이터 로비부터 객실까지 동선마다 국내외 작가들의 미술품을 배치해 예술적 체류 경험을 강조했다.

더그랜드롯데 서울 전경/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객실 밖도 달라졌다. 더그랜드롯데의 브랜드 철학인 '시간을 초월하는 품격과 우아함'을 아트와 향, 유니폼, 플라워 등에 적용했다. 롯데그룹의 헤리티지를 상징하는 가나 초콜릿에서 영감을 얻은 시그니처 향을 개발하고, 한국 전통 복식의 동정과 깃에서 모티브를 얻은 유니폼도 선보였다. 호텔 자체를 하나의 럭셔리 브랜드로 구축해 숙박 외 소비까지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특히 메인타워 일부 줄어든 객실 공간에는 외부 전문 피부과 등 의료시설이 입점할 예정이다. 방한 외국인 사이에서 급증한 '메디컬 투어리즘' 수요를 직접 흡수해 숙박과 의료를 결합한 장기 체류형 웰니스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외국인의 의료 관련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BC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의 의료 이용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 증가했고, 이 가운데 92.8%가 서울에서 발생했다.

롯데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더그랜드롯데 서울은 반세기 가까이 축적해 온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객실은 물론 아트, 향, 유니폼 등 모든 접점에 정체성을 담아낸 공간"이라며 "롯데호텔만의 환대 철학에 클래식 럭셔리의 본질과 한국적 미감을 더해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밝혔다.

달라진 호텔의 역할

롯데호텔 서울이 문을 연 1979년만 해도 특급호텔의 역할은 지금과 달랐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았던 시절 외국인 관광객과 해외 귀빈을 맞는 창구였고 국내 주요 인사들이 모이는 공간이기도 했다. 호텔의 규모와 시설 자체가 경쟁력이었고 특급호텔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상징성이 있었다.

롯데호텔 서울은 그 중심에 있었다. 1938년 문을 연 한국 최초의 민간호텔인 반도호텔의 역사와 연결되는 곳으로, 개관 당시 국내 최고층인 38층 규모로 지어졌다. 1000여 객실과 대규모 연회장, 레스토랑 등을 갖추며 서울을 대표하는 호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호텔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졌다. 2015년 포시즌스 호텔 서울을 시작으로 시그니엘 서울, 조선 팰리스, 페어몬트 서울 등 글로벌·럭셔리 브랜드가 잇따라 서울에 들어서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객실과 레스토랑, 수영장 등 기본적인 시설만으로는 호텔 간 차별화를 꾀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럭셔리 호텔을 중심으로 객실 면적과 스위트 비중을 높이고, 웰니스·미식·문화 등 체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그랜드롯데 객실 내부 전경/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47년간 사업을 이어온 롯데호텔 서울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들어섰다. 롯데호텔앤리조트가 가장 먼저 주목한 영역은 '고급화' 전략이다. 롯데호텔 서울은 해외 정상과 주요 인사, 기업인 등 국내외 귀빈을 맞아온 대표적인 도심 호텔로, 높은 상징성을 갖고 있다. 특히 새롭게 등장하는 글로벌 럭셔리 호텔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객실을 새로 단장하는 것 이상의 변화가 필요했다. 롯데호텔 서울이 객실 147실을 줄이고 새로운 브랜드 '더그랜드롯데'를 처음 도입한 것도 이런 시장 변화 속에서 객실당 가치와 체류 경험을 동시에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축은 '의료관광'과 '체류형 웰니스'다. 롯데호텔 서울은 명동과 광화문 등 주요 관광·상업시설과 가까운 입지가 여전히 강점이지만, 입지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워졌다. 주변의 관광·쇼핑·문화 콘텐츠를 호텔 안의 경험과 어떻게 연결하느냐가 중요해진 이유다. 이번 리뉴얼에서 일부 객실 공간을 의료시설로 전환한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의료를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게 호텔을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 체류 거점으로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호텔은 앞서 호텔과 의료 서비스의 결합을 시도하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롯데시티호텔 마포에는 피부과·치과·성형외과 등이 입점한 메디컬 클리닉이 운영되고 있으며, 부산 롯데호텔에서도 메디컬센터를 운영한 바 있다.

​ 더그랜드롯데 객실 내부 전경/사진=롯데호텔앤리조트

호텔이 고급화와 의료·웰니스 등 새로운 콘텐츠에 힘을 싣는 데는 객실 점유율에만 의존하는 수익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목적도 있다. 호텔은 객실이라는 한정된 상품을 판매하는 만큼 비수기와 평일에 발생하는 유휴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다. 객실 외 공간에 새로운 콘텐츠를 채우면 투숙객뿐 아니라 외부 고객까지 호텔로 끌어들일 수 있다. 결국 객실을 많이 판매하는 데에서 나아가 한 명의 고객이 호텔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얼마나 다양한 서비스를 소비하게 하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호텔의 규모와 객실 수, 부대시설을 얼마나 갖췄느냐가 경쟁력이었다면 지금은 고객이 호텔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더 중요해졌다"며 "결국 객실을 많이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객의 체류시간과 객실 외 소비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느냐가 호텔의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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