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스타필드 마켓 월계점'의 문이 열리자 개장 전부터 입구 앞에 줄을 서 있던 인파가 차례로 밀려들었다. 유모차를 끈 부부부터 동네 산책 삼아 나온 인근 주민들까지 몰려들면서 평일 오전임에도 점포 안이 북적였다.
장바구니를 들고 빽빽한 매대 사이를 바쁘게 지나치던 평소 대형마트의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점포 중앙을 차지한 탁 트인 공간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을 수 있는 대형 소파와 낮은 테이블이 여유롭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 주변으로 책들이 촘촘하게 꽂힌 서가와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져 마치 잘 꾸며진 라운지를 연상케 했다. 필요한 물건만 사고 곧바로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발걸음을 멈추고 쉴 수 있는 일상 속 휴식처로 거듭난 모습이었다.
쉬다 가는 마트
이곳은 이마트가 서울 지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스타필드 마켓'이다. 이마트는 약 4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기존 월계점을 쇼핑과 휴식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스타필드 마켓 월계점이 겨냥한 타깃은 노원·성북·도봉 일대의 3040 유아 동반 가족이다. 이 지역은 대규모 재개발이 예정돼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곳이다. 인근 의정부·구리·남양주 등 경기 북부권 가족 단위 방문객의 유입도 활발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현재도 의정부나 남양주 등에서 트레이더스를 목적으로 방문하는 고객이 많다"며 "이번 리뉴얼의 방향을 이들 가족 단위 고객에 맞췄다"고 밝혔다.
이마트가 이번 월계점 리뉴얼에서 가장 공들인 대목은 '매출이 직접 나오지 않는 공간'이다. 과거 팝업 행사장이나 계절 상품 매대로 쓰이던 1층 중앙은 도서와 쉼을 결합한 문화 공간인 '햇빛광장'으로 바뀌었다. 2층에는 스타필드의 시그니처 공간인 별마당 도서관 디자인을 차용해 서가와 좌석을 배치한 157평 규모의 북 그라운드를 조성했다. 바로 옆에는 그 옆에 스타벅스와 영풍문고를 배치해 독서와 휴식 공간을 확장했다.
이마트는 가족 단위 고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F&B와 키즈 콘텐츠 개편에도 공을 들였다. F&B 브랜드는 기존 애슐리퀸즈 등을 제외하고 80%를 신규 브랜드로 교체해 한식, 아시안, 중식, 일식 등으로 선택지를 넓혔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연령대별로 분리해 확대했다. 북 그라운드 인근에는 3~7세 아동을 위한 독서 공간을, 푸드코트 안쪽에는 영유아 전용 놀이 공간을 조성했다. 또 문화센터, 소아과, 유아휴게실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어 편의성을 높였다.
이마트는 다양한 쇼핑 수요를 흡수할 테넌트 구성에도 힘을 줬다. 정문 앞에는 50평 규모의 노브랜드 전문점을 새롭게 선보였다. 기존 40평이던 올리브영은 120평으로 확장해 일상적인 뷰티·잡화 쇼핑 동선을 넓혔다. 2층에는 스포츠용품 전문점 데카트론과 아울렛형 매장인 신세계팩토리스토어를 들였고, 오는 11월에는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이 각각 300평 규모로 입점할 예정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이 대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깊이 고민했다"며 "고객들이 매장에 직접 찾아와 편안히 쉬고, 즐기며, 온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체류형 콘텐츠'를 만드는 데 스타필드 마켓의 역량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증명된 흥행공식
실제 고객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의정부에서 온 김 모 씨는 "예전엔 2층에 일반 대형마트처럼 의류 매장들이 늘어서 있어 그냥 스쳐 지나가곤 했는데, 지금은 쉴 수 있는 공간도 많고 볼거리도 다양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마트가 기존 점포를 '스타필드 마켓'으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한 상품 판매만으로는 고객을 붙잡을 수 없다는 한계 때문이다. 이에 고객의 시간을 점유할 수 있는 체류형 공간, 상권별 고객 특성을 반영한 앵커 테넌트를 강화한 스타필드 마켓을 새로운 오프라인 모델로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스타필드 마켓으로 전환한 일산점(6월 26일), 동탄점(7월 31일), 경산점(8월 21일) 등 3개 점포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79.5%나 늘었다. 같은 기간 방문 고객 수도 42.4% 증가했다. 고객의 체류 시간이 길어졌다는 점 역시 눈에 띈다. 스타필드 마켓으로 리뉴얼한 이 3개 점에서 3시간 이상 머물다 가는 장기 체류 고객 비중은 평균 90.8% 늘었다.
이마트는 상품 판매 공간을 넘어 쇼핑, 체험, 휴식, 문화 콘텐츠를 결합한 체류형 공간으로 기존 점포를 계속 바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미래 성장을 위해 기존 점포 리뉴얼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리뉴얼 점포는 점포 입지, 시장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