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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부진' 한화, '초고가 주택' 승부수…재무 부담 어쩌나

  • 2026.08.31(월) 07:00

PFV에 550억원 대여·2100억원 보증까지
백화점 점유율까지 하락…새 수익원 절실
명품관 재건축 겹쳐… 실탄 부족 우려

그래픽=비즈워치

한화갤러리아가 백화점 본업을 넘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초고가 주택 개발 사업에 나섰다. 백화점 본업의 성장 정체나 대외 경기 변동 리스크를 보완할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다. 다만 수천억원이 필요한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까지 겹치면서 신사업 확장이 가져올 재무 부담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하이엔드 아파트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14일 부동산 개발 자회사 하이엔드도산피에프브이(PFV)를 신규 설립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초고가 주택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한화갤러리아는 앞서 지난 7월 신사동 633-3번지 토지 및 건물을 2367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237억원은 계약 체결에 앞서 같은달 8일 지급했고 잔금 2130억원은 오는 9월 14일 납입할 예정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26일 이 부지에 대한 매수인 지위와 개발사업권을 하이엔드도산PFV에 모두 넘겼다. 향후 부지 개발은 하이엔드도산PFV가 직접 추진한다.

한화갤러리아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PFV에 대한 금융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 21일 이사회를 열고 하이엔드도산PFV에 550억원을 대여하기로 했다. 이 중 237억원은 한화갤러리아가 앞서 직접 납부한 신사동 부지 계약금을 승계하는 용도다. 나머지 313억원은 신사동 부지 매입의 잔금 일부를 충당하기 위한 자금이다.

갤러리아 명품관. / 사진=한화갤러리아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 매입 대금은 하이엔드도산PFV가 더파크프라임제일차, 어센트도산제일차 등 대주단으로부터 2100억원을 직접 차입해 조달할 예정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이 대출에 대해서도 자금보충약정 형태의 채무보증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PFV가 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하면 한화갤러리아가 부족분을 대신 지급한다는 뜻이다. 이 보증 규모는 한화갤러리아 자기자본 대비 25.47%에 해당한다.

한화갤러리아는 이 부지에 하이엔드급 주거시설을 개발해 분양할 계획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가 이 부지에 30가구 안팎의 초고가 주택 단지를 조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부지는 과거 하이엔드 주거시설 '더피크 도산' 개발이 추진되다가 무산됐던 곳이다. 토지 매입 절차가 마무리되면 인허가 절차를 거쳐 준공까지 4~5년가량 걸릴 전망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구체적인 개발 규모와 세대 수, 착공·분양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며 "향후 인허가와 설계 등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은 나아지는데

한화갤러리아가 초고가 주택 개발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은 백화점에 쏠린 사업 구조를 보완하고 새 수익원을 찾기 위해서다.

한화갤러리아는 백화점 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전체 매출 중 백화점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97.8%다. 식음료 신사업을 시작하면서 올 상반기에는 이 비중이 84.1%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매출의 대부분을 백화점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이익 기여도는 편중이 더 심하다. 올 상반기 한화갤러리아의 매출총이익은 백화점 부문이 1901억원을 기록한 반면, 식음료 부문은 42억원에 그쳤다. 이익의 97.8%가 백화점에서 나왔다는 의미다.

문제는 갤러리아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이 계속 떨어진다는 데 있다. 국가통계포털의 백화점 경상판매액 기준 갤러리아백화점의 시장점유율은 2024년 8.0%에서 지난해 6.4%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는 6.1%에 그쳤다.

그래픽=비즈워치

이에 한화갤러리아가 눈을 돌린 것이 '초고가 주택 사업'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명품관을 통해 쌓은 고액자산가 고객층과 프리미엄 브랜드 운영 경험을 신사업에 접목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한남동 고급 주거단지 내 복합 플랫폼 '고메이494 한남'을 운영하며 하이엔드 주거·상업 공간을 결합한 경험도 이미 갖고 있다. 

실적 지표만 보면 한화갤러리아가 신사업에 나설 체력을 회복한 모양새다. 한화갤러리아는 연결 기준 2023~2024년 순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33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했다.

올 상반기에도 영업이익 275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94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2024년 635억원, 2025년 784억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 561억원으로 늘어나며 현금 창출력이 개선되고 있다.

감당 가능할까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한화갤러리아의 실적 개선을 감안하더라도 수천억원대 대형 프로젝트 두 개를 동시에 감당하기엔 재무 체력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갤러리아는 신사동 초고가 주택 사업 외에도 압구정 명품관의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7년 이후 명품관의 두 건물을 순차 철거하고 총 9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는 한화갤러리아의 연결 자기자본 8246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하지만 한화갤러리아가 이 두 사업을 모두 감당할 여력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화갤러리아의 연결 부채비율은 2024년 말 135%에서 2025년 말 145%로 올랐다. 지난해 유동비율은 52%에 그쳤다. 빚 의존도는 늘어나고 있는데 단기 상환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현금이 넉넉한 것도 아니다. 한화갤러리아의 6월 말 기준 연결 현금성 자산은 571억원에 불과하다. 하이엔드도산PFV에 대여하기로 한 550억원이 이 현금성 자산 대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부채비율이 상승 중인 상황에서 하이엔드도산PFV에 대한 대규모 채무보증까지 더해지면서 우발채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갤러리아 웨스트. / 사진=한화갤러리아

현금이 부족하면 자산을 팔아 마련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한화갤러리아가 손에 쥔 실질적인 자산이 압구정 명품관뿐이기 때문이다.

한화갤러리아는 과거에도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점포를 매각한 뒤 재임차하는 방식(세일앤리스백)을 써 왔다. 2020년 천안 센터시티점(3000억원), 2021년 수원 광교점(6535억원)을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이미 주요 점포 매각 카드를 써버린 만큼 명품관 재건축과 신사동 개발이라는 두 대형 프로젝트를 동시에 이끌고 가기엔 동원 가능한 실탄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신사업 다각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명품관 재건축과 신사동 주거 개발이라는 굵직한 프로젝트가 맞물려 있는 점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며 "결국 핵심은 본업의 현금흐름이 이 투트랙 전략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받쳐주느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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