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인사이드 스토리]'이상기후'에 생크림 케이크가 사라진다?

  • 2026.09.01(화) 07:00

폭염에 젖소 산유랑 급감…생크림 값 급등
8월 가축 더위 스트레스 지수 역대급 수준
닭·돼지 등 가축 폭염 피해 확산 우려

그래픽=비즈워치

사라진 생크림

서울 강서구에서 작은 디저트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A씨는 요즘 홀케이크 주문을 받을 때마다 깊은 한숨을 쉽니다. 케이크를 완성할 핵심 재료인 생크림을 그날 과연 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생크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이달 초에 비하면 상황은 나아졌지만 여전히 생크림 가격은 평년에 비해 훨씬 비싼 상황입니다. A씨는 "매일 꼭 필요한 1~2개조차 구하는 게 생각보다 너무 어렵다"며 "홀케이크 주문을 받는 것이 아직 버거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이처럼 생크림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건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렸기 때문입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 들어오는 생크림 물량은 눈에 띄게 말라붙었고 입고되는 족족 순식간에 품절되기 일쑤였죠. 생크림을 구하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치러야 할 정도였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이달 초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서울우유 동물성 생크림 500㎖'가 2만6000원에 팔리기도 했습니다. 평소 6000~7000원 하던 가격의 네 배를 웃도는 수준이었죠. 지금은 폭염의 고비를 넘기며 9900원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평년보다 40% 이상 비쌉니다.

이렇게 생크림값이 올랐다고 하면 더운 날씨 탓에 유통 과정에서 크림이 잘 상하거나 녹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바로 농장입니다. 폭염에 지친 젖소들이 우유를 평소만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젖소도 못 견딜 더위

소는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더위에 매우 취약합니다. 기온이 치솟으면 체온을 낮추기 위해 거친 숨을 몰아쉬느라 사료 먹는 양이 현저히 줄어드는데요. 먹는 양이 줄어들면 자연히 산유량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국내 생산 우유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홀스타인 종의 젖소는 더위에 더욱 취약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젖소를 포함한 가축더위지수(THI), 일명 '가축더위스트레스지수'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THI는 기온(°C)과 상대습도(%)에 따라 가축이 느끼는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인데요. 이 지수가 높아질수록 가축의 스트레스가 커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THI 지수가 71을 넘어가면 젖소는 호흡이 가빠지고 사료를 남기기 시작합니다. 81을 넘으면 탈수 증상이 나타나면서 우유를 만들어내는 양이 뚝 떨어지고요. 91을 넘으면 심하게 헐떡이며 탈진 상태에 빠집니다. 나아가 99를 넘으면 아예 제 힘으로 일어서지 못하는 기립불능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올여름 이 지수는 관측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습니다.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사육정보기상시스템을 보면 오후 3시 기준 가축더위스트레스지수 최고값은 8월 들어 93까지 치솟았습니다. 2017년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문제는 이 지수가 올여름에만 '반짝' 치솟은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THI 지수는 상승하는 추세인데요. 연도별 8월의 THI 최고지수를 보면 2018년과 2020년 92까지 올랐다가 2021~2022년 88로 잠시 주춤했지만, 2023년부터 다시 91대로 뛰어오르더니 올해는 93으로 관측 이래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월평균 THI 지수 역시 2018~2022년에는 79~81 사이를 오갔으나 2024년 83을 기록한 뒤 2025년 82, 올해 83으로 최근 3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가축들이 체감하는 더위의 수위가 해를 거듭할수록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달걀도 삼겹살도

하지만 생크림 대란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해마다 더 강력해지는 폭염에 축산업계 전체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젖소뿐만 아니라 닭이나 돼지와 같은 다른 가축들 역시 매년 더 독해지는 더위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닭의 경우 땀샘이 거의 없고 온몸이 깃털로 덮여 있어 스스로 체온을 낮추기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30도를 웃도는 날이 이어지면 알을 낳는 비율과 무게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결국 집단 폐사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올해를 제외하고 이전까지 최고 폭염으로 꼽혔던 2018년에는 전국 농가에서 폐사한 닭만 200만 마리를 훌쩍 넘겼습니다. 돼지도 땀샘이 없어 더위에 매우 취약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119만 마리에 달합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6~2025년) 연평균 폭염일수는 18.3일로 과거 10년(1973~1982년) 8.3일의 2.2배에 달합니다. 열대야 일수는 같은 기간 4.1일에서 12.2일로 3배 늘었습니다. 폭염이 시작되는 시점도 지역에 따라 최근 10년 새 최대 한 달 가까이 빨라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경남 양산이 지난 2일 42.5도까지 오르며 국내 기상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을 새로 썼습니다. 더위가 더 일찍 시작하는 데다 갈수록 기승을 부리면서, 가축들이 악조건 속에서 버텨야 하는 기간과 고통도 그만큼 길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폭염을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매년 찾아오는 상시적인 위협이 되었습니다. 그 심각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직격탄은 고스란히 우리의 식탁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생크림 케이크 하나 마음 편히 먹기 어렵다는 건 기후변화가 더 이상 먼 나라의 환경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인 먹거리를 직접적으로 무너뜨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 식탁의 안정을 위해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마주하고 대비해야 할지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입니다.

naver daum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