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모리 오너 2세 배진형 대표가 아버지 배해동 회장으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으며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했다. 배 대표는 지난 3월 각자대표이사에 취임한 데 이어 이번에 최대주주 자리에까지 올라섰다. 올해 토니모리의 실적이 다시 뒷걸음질 치고 있어 반등의 발판을 다시 마련하는 것이 배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2세 승계
토니모리 창업주 배해동 회장은 지난 3일 보유하고 있던 토니모리 보통주 486만주를 배진형 대표에게 증여했다. 기존 최대주주 배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669만주 가운데 72.6%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증여로 배 대표는 토니모리의 최대주주가 됐다. 지분율은 6.3%에서 26.5%로 크게 올랐다. 배 회장 지분율은 27.8%에서 7.6%로 낮아졌다.
배 대표는 1990년생으로 미국 뉴욕대를 졸업하고 2015년 토니모리 해외사업부 사원으로 입사했다. 2016년 사내이사에 취임했으며 해외사업본부장과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거쳤다. 지난 3월 김승철 대표와 함께 각자 대표이사에 선임되며 본격적으로 토니모리의 경영 전면에 나섰다.
토니모리는 배해동 회장이 지난 2006년 설립한 '1세대 로드숍'이다. 배 회장은 당시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태성산업을 운영하다 화장품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용기 제조 경험을 살려 트렌드에 맞는 디자인을 빠르고 저렴하게 시장에 내놓는 전략을 앞세워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토마토 모양 마스크팩, 바나나·복숭아·오렌지 등 과일을 닮은 용기의 스킨케어 제품 등이 대표적이었다. 가성비 전략에 힘입어 설립 이후 매년 순이익을 냈고 2015년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토니모리가 상장한 2015년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몰리며 K뷰티 로드숍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였다. 토니모리도 중국인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급성장했다. 배 회장이 이듬해인 2016년 창립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매출 2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 정도였다. 실제로 그해 기록한 매출 2331억원, 영업이익 176억원은 현재까지도 토니모리의 역대 최고 실적이다.
로드숍의 몰락
하지만 토니모리의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7년 사드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고 현지 사업이 흔들리면서 상장 자금을 투입했던 중국 투자는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왔다. 여기에 올리브영 등 H&B스토어가 성장하며 로드숍 시장 자체가 쇠퇴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토니모리는 2017년 1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선 뒤 2022년까지 6년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친 2020년에만 255억원의 손실을 냈다. 배해동 회장은 2022년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2015년 회장 겸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 7년만이었다.
이후 토니모리는 로드숍을 정리하고 다이소·올리브영 등 신채널에 입점하며 돌파구를 찾았다. 국내 화장품 유통 시장이 다이소·올리브영 등 멀티브랜드 매장 중심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토니모리는 조금씩 반등하기 시작했다. 토니모리의 영업이익은 2023년 96억원을 기록하며 7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2024년 121억원, 2025년 144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매출도 2023년 1511억원, 2024년 1770억원, 2025년 2203억원으로 2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16년 이후 최대 수치다.
토니모리의 반등을 이끈 것은 다이소·PX·H&B 등 신채널이었다. 신채널 매출은 2023년 9억원으로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6%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4년 다이소 전용 브랜드 '본셉' 출시를 기점으로 신채널 매출은 2024년 118억원, 2025년 289억원으로 증가했다. 신채널의 매출 비중도 6.7%, 13.1%로 상승했다. 토니모리의 100% 자회사인 화장품 제조사 메가코스도 본사와 다이소·올리브영 납품, 해외 수출용 생산을 도맡으며 이익 개선에 힘을 보탰다.
아쉬운 첫 성적표
토니모리의 새 주인이 된 배진형 대표에게 시급한 최우선 과제는 실적 개선으로 꼽힌다. 배 대표가 올해 초 취임한 후 토니모리의 실적이 다시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모리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060억원으로 전년 대비 4.9% 줄었다. 영업이익은 64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0.3% 감소했다.
본셉 이후 이렇다 할 후속 히트 상품이 나오지 않은 데다, 신채널 자체가 저가 제품 위주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본셉을 이을 후속 히트 상품을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가 실적 개선의 열쇠로 꼽힌다. 또 저가 채널 의존도를 낮출 새로운 매출처를 확보하는 것도 과제로 남아 있다.
화장품 외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도 배 대표의 과제다. 토니모리는 여러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대부분 부진한 상태다. 2021년 88억원에 인수한 반려동물 자회사 '오션'은 편입 첫해부터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3년에는 대규모 영업권 손상차손까지 반영했다. 지난해 반려동물 간식 매출은 60억원으로 전년(82억원)보다 크게 줄었다. 중국 판매법인도 지난해 매출 7000만원에 순손실 93억원을 내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오너 일가로 흘러가는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는 것도 배 대표가 풀어야 할 숙제다. 토니모리는 배 회장 일가의 소유인 태성산업으로부터 화장품 용기를 매입하고 있다.
또 배 회장 개인 소유인 서초동 사옥에 임차료를 지급하는 중이다. 이 용기 매입액과 임차료를 합친 금액은 지난해까지 별도 기준 매출의 10%를 꾸준히 차지해왔다.
올해 상반기에도 태성산업 매입액 75억원과 임차료 8억원 등 총 83억원이 오너 일가로 흘러갔다. 오너 일가가 실적과 무관하게 안정적인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부거래를 줄여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년째 방치된 부실 자회사와 오너가 일감 몰아주기는 전임 회장 체제에서부터 이어진 오랜 굴레"라며 "저가 채널 위주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수익성을 증명하는 것이 배 대표의 진정한 경영 능력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