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케어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과거 중장년층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탈모 케어가 2030 세대의 일상적인 '두피 스킨케어' 영역으로 확장하면서다. 세정 위주의 샴푸에 머물렀던 제품군도 에센스와 토닉 등 '스페셜 케어'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애경산업은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발맞춰 헤어케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대표 브랜드 '케라시스'와 함께 탈모케어 전문 브랜드 '블랙포레'를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탈모 샴푸의 진화
전현정 애경산업 헤어케어사업부문장은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블랙포레 소비자 행사에서 기자 차담회를 열고 탈모·두피케어 시장의 변화와 애경산업의 헤어케어 사업 전략을 소개했다.
전 부문장은 '르네휘테르', '클라란스', '시세이도' 등 글로벌 프리미엄 뷰티·헤어 브랜드에서 20여 년간 마케팅을 담당했다. 미용사 자격증까지 보유할 만큼 헤어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갖췄다. 애경산업은 헤어케어사업부를 신설하면서 이런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 전 부문장을 초대 사업부장으로 영입했다.
전 부문장은 최근 탈모케어 시장의 가장 큰 변화로 탈모 케어 제품의 '대중화'를 꼽았다. 그는 "이제 시중 헤어제품에 탈모 기능성은 '기본'이 될 정도로 대중화되면서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단순히 '탈모샴푸'라는 점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진 만큼 실질적인 두피 환경 개선 효과를 체감하게 만드는 기술력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탈모케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제품군도 세분화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탈모 증상을 관리하기 위한 샴푸가 시장의 중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피 토닉이나 에센스, 헹구지 않고 마무리하는 '리브인 트리트먼트' 등 스페셜케어 제품으로 소비자 관심이 확대되고 있다.
탈모케어를 찾는 소비자도 다양해졌다. 남성 중심이었던 시장에 여성 소비자가 유입됐다. 또 20대부터 탈모를 미리 관리하려는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 게 애경산업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탈모케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품의 차별화가 중요해졌다. 블랙포레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자가발포' 기술이다. 제품이 공기와 만나면 스스로 미세한 거품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전 부문장은 "기네스 맥주의 생크림처럼 정교하고 미세한 자가발포 거품이 두피 모공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딥클렌징을 돕고, 탈모 유효성분의 전달력을 획기적으로 높인다"면서 "이 기술이 실질적인 두피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이 블랙포레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영 탈모' 고객 잡아라
블랙포레는 젊은 층 공략을 위해 서울 성수동을 오프라인 첫 무대로 선택했다. 애경산업은 오는 14일까지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에서 블랙포레 브랜드 부스를 운영한다. 지난 2023년 브랜드 론칭 이후 처음으로 진행하는 오프라인 행사다. 2030 세대의 패션·뷰티 트렌드 성지인 무신사를 통해 탈모가 시작되기 전부터 두피를 관리하는 ‘얼리케어족’을 조기에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이번 팝업은 무신사 측에서도 반가운 제안이었다. 젊은 탈모인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블랙포레와 신뢰도 높은 더마·스페셜 케어 브랜드를 강화하려는 무신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 뷰티는 2030 고객층을 중심으로 새로운 뷰티 브랜드와 상품을 소개하며 차별화된 고객 기반을 구축해왔다"며 "최근 젊은 고객층과의 접점을 확대하려는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무신사 뷰티와의 협업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 모델로 코미디언 김원훈을 발탁한 핵심은 '진정성'에 있다. 전 부문장은 "유쾌한 직장인 이미지도 있지만 김원훈 씨 본인이 모발 이식 후 사후 관리에 진심인 '탈모 고관여자'"라면서 "직접 제품을 써보고 효과를 느꼈을 때 그 진정성이 소비자들에게 더 와닿지 않을까 해서 모델로 기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블랙포레는 이처럼 친근한 소통을 바탕으로 고객과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내년에는 두피·탈모 스페셜 케어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애경산업은 태광그룹이 인수한 동성제약과 협업해 '두피 항산화' 제품 개발을 추진 중이다. 동성제약의 '미녹시딜' 등 탈모 의약품 개발 노하우와 애경산업의 헤어케어 기술력을 결합해 샴푸 중심의 탈모 케어를 두피 관리 전반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무대로
케라시스가 주축인 애경산업의 헤어케어 사업은 해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며 핵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7월 누적 기준 헤어케어 부문의 해외 매출 비중은 이미 국내 매출을 넘어섰다. 해외 시장에서의 호조가 헤어케어사업부의 전사적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해외 사업의 성장에는 시장별 특성을 반영한 현지화 전략이 주효했다. 러시아·CIS 지역에서는 남성 전용 제품 수요에 주목했다. 현지 남성 소비자들이 남녀공용 샴푸보다 남성 전용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판단에 따라 '케라시스 옴므'를 별도로 선보였다.
유럽에서는 현지 대형 유통업체 '로스만'을 통해 한국적인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미주 시장에서는 월마트를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히는 동시에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 아마존 전담 조직을 신설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케라시스를 따라 블랙포레도 해외 시장으로 영토를 넓힐 계획이다. 현재 대만과 홍콩 왓슨스에 입점을 제안한 상태다. 국내에서는 코스트코 채널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쌓은 탈모 케어 전문성을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에서도 전문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애경산업은 글로벌 사업 확대를 발판으로 헤어케어를 회사의 핵심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현재 애경산업 전체 매출에서 헤어케어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다. 전 부문장은 이를 3년 안에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전 부문장은 "전체 애경 매출 중에서 최소 25%까지 헤어케어에서 매출을 하겠다"며 "3년 안에 이뤄지길 바라면서 현재 운영하는 제품뿐 아니라 내년에 여러 가지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