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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머니'에서 '젠지'까지…다시 들썩이는 도산공원 상권

  • 2026.09.11(금) 07:20

럭셔리 이어 스트리트·애슬레저 브랜드 집결
글로벌 인기 브랜드 첫 진출지로도 선호
F&B까지 가세…패션 너머로 상권 확장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 스투시 매장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지난 10일 오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이 운영하는 '헬리녹스 웨어'가 브랜드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데오역에서 도보로 8분 거리에 위치한 도산공원 상권이다. 매장은 단순한 쇼핑 시설이 아니라 브랜드 콘셉트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브랜드 상징 '이클립스(Eclipse)'를 형상화한 전시와 카페까지 복합 공간으로 구성됐다. 옷을 사려는 목적보다 브랜드를 체험하고 사진을 남기려는 방문객을 겨냥한 공간이다. 

코오롱FnC가 헬리녹스 웨어의 첫 플래그십 무대로 도산공원을 택한 것은 최근 많은 패션·유통 브랜드의 핵심 거점이 이 일대로 모이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도산공원 일대는 최근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가 공존하는 상권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헬리녹스 웨어의 브랜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첫 플래그십 스토어 입지로 도산공원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도산공원 일대는 최근 패션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상권으로 떠오르고 있다. 명품 브랜드뿐만 아니라 스트리트 패션과 뷰티, 식음료(F&B)까지 아우르는 '취향의 메카'로 변신하고 있어서다.

언제적 압구정?

도산공원 일대는 원래 청담동 명품거리와 함께 묶이던 럭셔리 중심의 상권이었다. '에르메스'와 '루이 비통', '까르띠에', '디올', '샤넬', '프라다' 등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던 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 스트리트 패션과 애슬레저 브랜드가 대거 유입되며 상권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도산공원 인근에 자리 잡은 브랜드들은 패션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누구나 이름을 아는, 그러면서도 확고한 팬덤을 갖춘 곳이 대부분이다.

코오롱FnC가 10일 서울 도산공원 인근에 '헬리녹스 웨어' 플래그십 스토어를 개장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대표적인 것이 '슈프림'이다. 1994년 뉴욕에서 시작해 '스트리트 패션의 샤넬'로 불리는 '슈프림'은 2023년 8월 도산공원 인근에 아시아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 열여섯 번째 매장을 열었다. 현재도 매장 오픈 전에는 긴 줄이 늘어선다.

미국 스트리트웨어의 원조격인 '스투시' 역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긴 대기줄을 형성한다. 일본 스트리트 브랜드 '휴먼메이드'와 영국 스케이트보드 브랜드 '팔라스' 등도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애슬레저·스포츠 브랜드도 도산공원을 주요 거점으로 선택하고 있다. 미국 프리미엄 애슬레저 브랜드 '알로(Alo)'는 지난해 7월 아시아 첫 플래그십 매장을 도산공원에 열었다. 알로는 켄달 제너와 벨라 하디드 등 셀럽들이 즐겨 입으며 룰루레몬의 대항마로 떠오른 브랜드다. 이 매장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등 아시아 각국 관광객들까지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이외에 나이키와 룰루레몬,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등 스포츠 브랜드도 도산공원 일대 곳곳에 매장을 두고 있다.

패션 격전지로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한국 첫 매장 입지로도 도산공원을 선호하고 있다. 201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한 '매드해피'는 지난 5일 도산공원 골목에 국내 첫 플래그십을 열며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 블랙핑크 제니가 협업 후드티를 입으면서 국내 인지도가 크게 뛴 브랜드다.

미국 이너웨어 브랜드 '스킴스(SKIMS)'도 도산공원 인근에 아시아 첫 플래그십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타 킴 카다시안이 2019년 만든 보정 속옷 브랜드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브랜드로 꼽힌다. 한섬이 독점 유통 계약을 맺고 한국에 들여올 예정이다. 또 스위스 러닝화 브랜드 '온(ON)'도 도산공원 인근에 매장을 추가로 준비 중이다.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인근의 루이 비통 매장과 슈프림 매장 앞. / 사진=정혜인 기자 hij@

K패션 브랜드도 대거 도산공원에 발을 들이고 있다. '마뗑킴'과 '마르디메크르디', '블루엘리펀트', '락피쉬웨더웨어' 등 2030세대에게 인지도 높은 K브랜드들도 골목 사이사이에 자리 잡았다. 최근 떠오르는 신흥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이미 어느 정도 팬덤을 쌓은 '아뜰리에 에디션'과 '파르뱅', '더티스' 등이 대표적이다.

패션뿐만 아니라 편집숍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도 도산공원 상권을 택하고 있다. LF가 운영하는 라움은 도산공원 인근에 자리를 잡고 글로벌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소개하고 있다. 신세계까사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도 지난 6월 압구정로데오에 매장을 내며 패션 정체성을 강화 중이다.

패션뿐만 아니라 인기 F&B 브랜드의 진입도 눈에 띈다. '런던베이글뮤지엄'과 '카멜커피' 등이 도산공원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LF도 프리미엄 미식 브랜드를 소개하는 '메종드구르메'를 운영 중이다. 일본 시계 브랜드 '카시오'는 매장에 아예 카페를 함께 운영하며 브랜드 경험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몰려드는 새 매장

이처럼 도산공원은 성수동과 비교했을 때, 글로벌 하이엔드 브랜드와 스트리트 브랜드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는 게 패션업계의 평가다. 특히 매장 자체를 거대한 전시관이나  체험형 공간으로 꾸민 곳이 많아 '경험 중심 소비'를 하는 젊은 층의 발길을 사로잡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운영하는 복합 공간 '하우스 노웨어'는 파격적인 설치미술과 독특한 공간 연출로 도산공원을 대표하는 매장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남기기 위해 줄을 서는 대표적인 포토 스팟으로 자리 잡았다. 네이버(NAVER)의 트렌드 거래 플랫폼 '크림(KREAM)' 역시 브랜드 체험이 가능한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도산공원 인근에서 운영 중이다. 

이렇다 보니 성수동에 비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의 비중도 높은 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도산공원은 명동처럼 대중적인 국내 브랜드가 몰리는 상권이라기보다는 소비자가 일부러 찾아가서 사는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잘 살려내는 곳"이라며 "이런 브랜드와 타깃 소비자층이 맞아떨어지면서 도산공원을 택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10일 오전 '온' 매장과 '어티슈' 매장 앞.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실제로 성수동이 신진 브랜드들의 팝업스토어 위주로 유행을 가볍게 소비하는 곳이라면, 도산공원은 탄탄한 팬덤을 지닌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매장을 차리고 자리를 잡는 상권으로 성장 중이다. 새로운 것을 우연히 발견하기 위해 구경 가는 성수와 달리, 내가 갖고 싶고 좋아하는 취향의 브랜드 매장을 직접 찾아가는 소비가 중심을 이룬다는 게 패션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수동은 아직 인지도를 쌓아가는 신흥 브랜드가 한 달 단위로 교체되는 느낌이 강해 연속성이 다소 떨어지는 분위기"라며 "도산공원은 그보다 성숙한, 이미 팬덤을 확보한 브랜드가 플래그십 중심으로 자리를 잡는 상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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