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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에 부는 '세컨드 브랜드' 바람…'브랜드 공식' 바꿨다

  • 2026.09.30(수) 16:45

기존 브랜드 자산 활용해 고객 확장
구호플러스·히스 헤지스 이어 지이크도
신규 브랜드보다 유통망·인지도 확보 유리

그래픽=비즈워치

패션업계가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이는 대신 기존 브랜드의 정체성을 활용한 '세컨드 라인' 육성에 나서고 있다. 모(母) 브랜드가 쌓아온 인지도와 브랜드 DNA를 공유하면서 새로운 타깃층으로 외연을 넓히는 방식이다. 경기 침체로 신규 브랜드 투자 부담이 커진만큼 기존 브랜드의 팬덤을 연결시키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검증된 브랜드

최근 패션업계에서 브랜드 세컨드 라인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젊은 고객을 겨냥한 하위 브랜드를 넘어 성별과 카테고리의 경계를 허무는 라인까지 등장했다.

LF의 '히스 헤지스'는 헤지스의 브랜드 자산을 활용하면서 타깃 연령대를 낮춘 세컨드 브랜드다. 기존 헤지스보다 젊은 2030세대를 겨냥해 영한 디자인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의 상품을 선보인다. 헤지스의 클래식한 이미지는 유지하면서 디자인과 가격에 변화를 줘 기존 고객층과 다른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LF가 운영하는 '질바이질스튜어트'는 질스튜어트뉴욕에서 젊은 고객층을 겨냥해 출발한 세컨드 브랜드다. 최근에는 가방과 슈즈를 핵심 카테고리로 육성하며 독자적인 브랜드 색깔을 강화하고 있다.

남성복 시장에서는 세컨라인을 통해 여성복과 젠더리스 영역으로 외연을 넓힌 사례도 등장했다. 신원의 남성복 브랜드 '지이크(SIEG)'는 지난해 브랜드 론칭 30주년을 맞아 젠더리스 컬렉션 '서촌 라인'을 선보였다. 남성복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지이크가 여성 아이템까지 영역을 넓힌 첫 사례다. 최근에는 브랜드 최초의 여성 모델로 최미나수를 발탁하며 여성 고객과의 접점도 넓혔다.

지이크 서촌 하우스 3층 서촌 라인/사진=신원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구호플러스'는 2019년 온라인 브랜드로 출발해 독자적인 정체성을 구축했다. 모브랜드인 '구호'의 핵심 DNA인 '미니멀'을 공유하면서도 젊은 세대를 겨냥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현재는 구호와 별도의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하며 여성복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SSF샵, 29CM 등 패션 플랫폼 뿐만 아니라, 더현대 서울 등 백화점에서 단독 매장 8개를 운영 중이다. 

이처럼 패션브랜드의 세컨드 브랜드는 더 이상 모브랜드의 '젊은 버전'에만 머물지 않는다. 별도의 제품과 디자인, 유통 채널을 구축하면서 하나의 브랜드로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세컨드 브랜드의 유통 전략도 모 브랜드와 달라졌다. 백화점과 아울렛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구축해온 기존 브랜드와 달리 젊은 소비자가 많이 찾는 패션 플랫폼과 플래그십 스토어를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이크의 서촌 라인은 지이크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지이크 서촌 하우스'를 비롯해 29CM와 무신사에서 판매하고 있다. 여성 아이템 비중을 높인 만큼 2030 여성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질바이질스튜어트 역시 온라인에서 제품 경쟁력을 먼저 확인한 뒤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혔다. 올해 1월 무신사 킥스 홍대 입점을 시작으로 킥스 성수, 스타필드 고양, 메가스토어 성수까지 현재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고객층 확대

패션업계가 세컨드 브랜드에 주목하는 것은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와 품질에 대한 신뢰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세컨드 브랜드는 모 브랜드가 가진 브랜드 헤리티지는 유지하면서 젊은 고객이나 신규 타깃층이 접근하기 쉬운 상품을 선보일 수 있다. 세컨드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모 브랜드에도 새로운 고객 접점을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새로운 브랜드를 독립적으로 론칭하려면 브랜드 인지도를 쌓는 것부터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세컨드 브랜드는 모 브랜드가 쌓아온 인지도와 브랜드 자산을 활용할 수 있어 초기 시장 진입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히스 헤지스 화보/사진=LF

실제로 세컨드 라인에서 시작해 독립적인 브랜드로 운영 체계를 바꾸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헤지스의 서브라인에서 출발했지만 지난해 기존 헤지스남성 사업부에서 분리해 별도 TFT 체제로 전환했다. 글로벌 컨템퍼러리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은 벤자민 브라운을 전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하며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비주얼까지 독자적인 브랜드 운영 체계를 구축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히스 매출은 전년 대비 80%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30 고객 매출은 60% 늘었다. 무신사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상반기 전체 매출도 전년 대비 120% 성장했다.

질바이질스튜어트 역시 올해 7~9월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특히 젊은 패션 소비자가 많이 이용하는 무신사에서 최근 3개월간 온라인 슈즈 매출이 전년 대비 21% 늘었다. 온라인 채널은 젊은 소비자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판매 데이터를 통해 상품과 카테고리별 반응을 확인한 뒤 오프라인 매장과 후속 제품 기획에 반영할 수 있어서다.

비슷한 듯 아닌 듯

다만 세컨드 브랜드 전략이 모든 브랜드에 통하는 건 아니다. 핵심은 모 브랜드와의 연결고리를 유지하면서도 별도의 브랜드로 인식될 만큼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있다.

모 브랜드와 세컨드 브랜드의 디자인과 가격, 타깃층이 지나치게 비슷하면 오히려 메인 브랜드의 프리미엄 가치와 차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반대로 새로운 고객을 겨냥한다는 이유로 차별화에만 집중하면 모브랜드와의 연결성이 약해져 기존 브랜드가 쌓아온 헤리티지를 활용하기 어려워진다.

구호(왼쪽)와 구호플러스 화보/사진=삼성물산 패션부문

결국 세컨드 브랜드의 성패는 모 브랜드의 자산을 이식받되, 신규 고객에게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모 브랜드가 가진 브랜드 인지도와 헤리티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고객과 카테고리, 유통 채널을 연결하고, 이를 통해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체의 외연을 넓히는 데 의미가 있다. 세컨드 브랜드가 독자적인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동시에 모브 랜드와 새로운 고객을 잇는 '브릿지' 역할까지 해낼 수 있어야 전략적 가치가 커지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컨드 브랜드가 각자의 색깔과 고객층을 구축하면서 브랜드 포트폴리오 내 역할도 커지고 있다"며 "모 브랜드가 모든 세대와 취향을 한 번에 담기 위해 급격하게 변하기보다 각 브랜드가 서로 다른 고객과 시장의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전체 포트폴리오가 보다 유연하게 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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