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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내 일]'경기도산' 파파야는 이렇게 탄생했다

  • 2026.10.09(금) 10:00

홍성빈 트로피칼베이 대표 인터뷰
필리핀 경험 살려 열대과일 재배
판매·체험·육묘까지 사업 확장
지자체 지원으로 스마트팜 구축

홍성빈 트로피칼베이 대표/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일자리를 찾고, 집을 구하고, 자산을 불리는 일까지. 청년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에 몰린 일자리와 높은 주거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 도시를 떠나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이들에게 지역은 단순히 삶의 터전을 옮기는 곳을 넘어, 자신만의 일을 만들고 자립을 시작하는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비즈워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통해 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일군 청년 창업가들을 만났습니다. [청년, 내 일]을 통해 지역에서 자신의 일과 미래를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

경기도 화성시 팔달면의 한 비닐하우스. 가을이 제법 짙어진 날씨임에도 하우스의 문을 열자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덥고 습한 공기가 몸을 감쌌다. 머리 위로는 거대한 바나나잎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곳은 경기도 화성시 남양읍에 위치한 열대과일 체험농장 '트로피칼베이'다.

트로피칼베이를 이끄는 홍성빈 대표는 2018년 귀농을 결심하고 2020년 본격적으로 농장 문을 열었다. 농업 기반이 전혀 없던 청년이 귀농 6년 차 만에 연간 6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지역 대표 농업 시설을 일궈낸 비결은 무엇일까. 홍 대표를 만나 그의 실패 없는 창업 전략과 한국 농업이 나아가야 할 길을 들어봤다.

남들과 다르게

홍성빈 대표는 농업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필리핀에서 대학을 다녔고 국내에서는 글로벌 화장품 제조사 코스맥스에서 관리자로 일했다. 그랬던 그가 농업을 시작한 계기는 아버지의 제안 때문이었다.

농업과 체험을 결합한 사업을 구상하면서 홍 대표는 2017년부터 귀농을 준비했다. 2년여 의 준비 끝에 2019년 서른두 살에 직장을 그만두고 화성으로 내려왔다. 이후 농장 설계와 작물 재배를 준비해 2020년 6월 트로피칼베이의 문을 열었다.

그는 "저는 직장생활도 재미있고 열심히 잘 했는데 제 사업을 더 좋아했다"며 "20살 때 필리핀에 갔을 때도 학교를 다니면서 사업을 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별개의 부수적인 사업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농업에 처음으로 뛰어든 그는 작물 선택 과정부터 남들과 달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홍 대표가 눈여겨본 작물이 '파파야'였다. 필리핀에서 생활하며 익숙하게 접했던 과일이라는 점도 선택에 영향을 줬다.

하지만 막상 농사를 시작하니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국내에서 파파야를 재배한 사례가 많지 않아 참고할 만한 정보가 부족했다. 감자나 고구마, 옥수수처럼 국내에서 오랫동안 재배된 작물은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재배 시기와 비료 사용법 등 축적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파파야는 국내 재배 사례가 많지 않아 참고할 만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았다.

파파야 나무에 파파야가 열린 모습/사진=트로피칼베이

결국 홍 대표는 직접 부딪히며 답을 찾아야 했다. 온도와 생육 상태를 살피고 매년 재배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데이터를 쌓았다. 그렇게 하나둘 축적한 경험은 어느새 홍 대표만의 재배법이 됐다. 현재 트로피칼베이에서 생산되는 파파야는 연간 20톤에 이른다.

이제는 그 경험을 지역 농업기관과 나누고 있다. 현재 홍 대표는 경기도농업기술원과 화성시농업기술센터에 파파야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자문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홍 대표는 "파파야는 제가 처음 시작할 때 재배와 관련해서 도움받을 수 있는 데이터가 없었다"면서 "직접 부딪히면서 쌓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지금은 제가 오히려 연구원들을 가르쳐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재배법을 익히는 것만큼이나 어려웠던 건 판로를 찾는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소비자에게 파파야는 익숙한 과일이 아니었다. 홍 대표는 화성에 거주하는 태국·베트남 등 외국인들에게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파파야를 식재료로 사용하는 이들이 직접 농장을 찾아와 수확하고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판매처를 찾기가 어려웠다"며 "다른 농가들은 가락동 시장에 내거나 로컬푸드, 인터넷 판매 등을 하는데 저희는 직접 와서 따가고 계산만 해준다. 지금도 그렇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먹는 잭프루트

파파야를 시작으로 트로피칼베이는 재배 품목을 하나씩 늘려갔다. 파인애플과 바나나에 이어 잭프루트까지 재배하면서 열대과일 농장으로 영역을 넓혔다. 현재 3700평의 농장에서 파파야 15종, 바나나 3종, 잭프루트, 파인애플 등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잭프루트는 트로피칼베이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도 잭프루트를 재배하는 농가는 있지만 생과를 지속적으로 판매하는 곳은 트로피칼베이가 처음이라는 게 홍 대표의 설명이다. 

트로피칼베이가 차별화한 지점은 수확 시기다. 유통 과정에서 익도록 일찍 수확하는 대신 나무에 매달린 상태에서 충분히 익힌 뒤 소비자에게 보낸다. 해외에서 갓 수확한 잭프루트를 먹는 것과 비슷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온실에서 자라고 있는 잭프루트/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홍 대표는 "해외는 유통 과정 때문에 익기 전에 따서 진열하는 기간이 있지만 우리 잭프루트는 나무에서 완전히 익었을 때 바로 수확해서 보내준다"면서 "이렇게 먹으면 해외에서 바로 먹는 것처럼 신선하고 맛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은 ㎏당 2만5000원 수준이다. 한 개가 최대 30㎏까지 나가기도 한다. 현재 예약자가 3000명을 넘어 향후 4~5년간은 구매를 원해도 바로 물량을 받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다.

바나나 나무에 바나나가 열린 모습/사진=트로피칼베이

모든 열대과일을 판매용으로만 키우는 건 아니다. 파인애플과 바나나는 주로 과일 수확 체험 프로그램에 활용한다. 계절에 따라 앵두, 애플수박, 사탕수수, 파인애플, 바나나, 사과대추 등을 직접 수확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같은 체험 프로그램을 찾는 방문객은 연간 약 6만명에 달한다. 평일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단체 체험객이, 주말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이 주로 농장을 찾는다.

농장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트로피칼베이의 사업 영역도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홍 대표와 동생은 현재 열대과일 생산·소매판매를 비롯해 체험학습, 육묘업, 종자업, 통신판매, 귀농·귀촌 교육, 체인점 사업 등 7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팜 구축

농장을 키우는 과정에서 지자체 지원사업도 적극 활용했다. 홍 대표는 창업 이후 가장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지원으로 2022년 받았던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사업'을 꼽았다. 이 사업은 청년 농업인의 안정적인 영농 정착을 돕고 차별화된 영농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모사업이다.

융자나 영농정착지원금과 달리 청년 농업인이 직접 기획한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 농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 총 5000만원의 사업비가 지원되며, 이 가운데 10%는 자부담으로 충당해야 한다. 신청은 시군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지원하면 된다.

홍 대표는 2022년 이 사업을 통해 트로피칼베이의 사업 기반을 다지는 데 지원금을 활용했다. 그는 "이렇게 받은 비용은 농장의 홍보 기반을 마련하는 데 사용됐다"면서 "단순히 재배시설을 늘리는 대신 로고와 포장 디자인을 만들고 카카오채널과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영상 제작과 홍보에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비즈워치

올해 3월에는 화성시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스마트팜 보급사업 지원을 받았다. 온실의 자동 개폐와 환풍 시스템 등을 구축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온실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온도에 따라 시설이 자동으로 작동하고 관련 데이터도 쌓인다.

그는 "매일 아침마다 출근해서 온도를 맞추는 수고로움을 덜게 됐다"면서 "예전에는 감으로 했지만 지금은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니까 연구하기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몸이 편해져 다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미소를 보였다.

스마트팜 구축 경험은 열대과일 재배의 현실적인 진입장벽도 다시 보여줬다. 홍 대표는 작물 자체보다 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업은 사실 작물을 키우는 게 어렵지는 않다. 다만 시설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열대과일 재배는 온열 시설을 더 많이 갖춰야하기 때문에 시설 투자비가 진입장벽"이라고 강조했다.

미래 청년 농부들에게

이 같은 경험은 홍 대표가 예비 농업인과 청년농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도 주요 내용이 된다. 경기도와 화성시 농업기술센터 등에서 재배법뿐 아니라 시설 구축과 지역 정착 과정에서 겪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그가 예비 농업인들에게 가장 먼저 권하는 곳도 농업기술센터다. 홍 대표는 "농업에 도전하고 싶다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가장 먼저 해당 지역의 '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라"면서 "무료로 토양·수질 검사부터 교육, 지자체 지원 정보까지 국가가 제공하는 인프라를 200% 활용하는 것이 성공의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홍 대표가 직접 재배법을 알려주고 시설 구축을 지원하면서 파파야 재배 농가도 늘었다. 현재 공사 중인 곳까지 포함하면 연결된 농장이 22곳에 이른다. 대부분 농업기술원이나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강의를 통해 인연을 맺은 농가들이다. 홍 대표는 자본이 부족한 예비 농업인에게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고 하우스 시공이나 난방시설 구축 과정까지 직접 돕고 있다.

홍성빈 대표가 온실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그가 컨설팅을 이어가는 이유는 단순히 묘목을 판매하는 것에만 있지 않다. 자신에게 배운 농가가 스스로 농장을 운영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농업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컨설팅은 어떻게 보면 재능 기부라고 생각한다"며 "3년 정도 하면 제가 없어도 독립한다. 제가 묘목을 판매했으니까 알려주는 것이고, 그분들이 잘되는 게 또 기쁜 일이다"라고 했다.

청년 농업인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느끼는 현실적인 한계도 꼬집었다. 홍 대표가 청년창업농으로 선정됐던 당시와 비교해 지원 조건은 달라졌지만, 수도권에서 농업을 시작하기에는 여전히 초기 투자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수도권은 5억원으로 땅도 못 산다"며 "지원사업에 선정되더라도 실제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담보가 필요하거나, 토지와 시설을 동시에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청년 창업농이나 후계농, 귀농·귀촌 정책이 정권마다 달라지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시 태어나도 농업"

홍 대표가 농업을 시작한 지 8년 가까이 됐지만 농장을 비운 날은 손에 꼽는다. 그는 예비 농부들에게 농업이 쉽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농업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어려움을 먼저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태어나도 농업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농업은 공산품과 달리 작물이 살아 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많고, 한 번의 실수로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농업에는 다른 산업에서 찾기 어려운 재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일은 힘든데 마음은 편하다. 일이 재미있고 즐겁다"며 "농업은 가공도 할 수 있고 체험도 할 수 있고 화훼 등 여러 분야로 파생할 수 있는 사업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어설픈 마음으로 오면 안 된다.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가 인터뷰를 진행 중인 모습/사진=김다이 기자 neverdie@

트로피칼베이의 앞으로의 목표는 농장 규모를 더 키워 종합 열대 과일 농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내년부터는 지자체와 함께 대규모 스마트팜 온실 사업도 추진한다. 약 3만평 규모의 온실 가운데 2만평에 파파야를 재배하는 계획이다.

홍 대표는 "많은 분들이 한국에서 열대과일이 되겠냐고 하셨지만, 저희는 가능성을 증명해냈다"면서 "우선 지자체와 협력해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팜 온실을 안정적으로 조성하는 데 집중할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트로피칼베이의 농장 부지를 1만 평까지 확대해 손님들이 농장에 오셔서 잭프루트, 망고스틴 등 다채로운 열대과일을 직접 수확하고 구매할 수 있는 대규모 관광형 농장을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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