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품은 처음이어서 신선했는데요. 은행은 본격적인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고객을 끌어와야 하고, 통신사도 번호이동제로 빠져나가는 고객을 붙잡아야 하니 양 측의 이해도 맞아떨어집니다.
엊그제(3월8일) 국민은행도 비슷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는데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신상품을 개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통신사 데이터와 연계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 SKT와 먼저 접촉했던 쪽은 국민은행이었습니다. 다만 여러 조건 등이 맞지 않아 무산됐다는 건데요. 국민은행 측의 얘기입니다.
SKT는 그 제안서를 들고 경쟁은행인 신한은행으로 갔겠지요. 그렇게해서 나온 상품이 '신한T주거래통장·적금'입니다. 국민은행은 SKT 대신에 LG유플러스와 손잡았고요.
국민은행은 한시적인 서비스(데이터 제공)나 이벤트성이 아닌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를 원했습니다. 국민은행이 통신사 쪽에 요청했던 '조건'이라는 것은 이번에 국민은행에서 낸 보도자료에서도 대강 짐작할 수 있습니다.
'기존 금융상품은 이벤트성 통신관련 부가서비스를 한시적으로 제공했지만, 새로 출시될 신상품은 고객과의 장기적인 관계형성을 위해 지속적이고 차별화된 우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미묘한 신경전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굳이 기존 금융상품 얘기를 꺼낸 것을 보면요. 여기서 말하는 기존 금융상품은 신한T주거래통장·적금을 말하는 것일테고요. 신한은행의 상품은 통장의 경우는 가입후 3개월간 추가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이벤트성에 가까워보이기도 합니다. 적금은 만기 해지 후 만기 기간에 따라 3개월~1년간 한시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고요. 국민은행은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로 해석됩니다.
▲ 국민은행 오평섭 개인고객그룹대표(사진 오른쪽)와 LG유플러스PS본부 황현식 PS본부장이 업무협약 체결 후 사진촬영.(사진=국민은행) |
국민은행이 LG유플러스와 구상하고 있는 상품은 입출금식통장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은행 측에서 제시하는 몇가지 조건에 맞으면 데이터를 얹어주는 식인데요. 한시적인 게 아니라 항구적으로 상품이 존속하는한 꾸준히 주는 것으로 구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상품은 오는 4~5월쯤에 출시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보도자료 낸 시점이 이른 감은 있습니다. 물론 이번처럼 협약식 체결 자료도 종종 나오지만 상품 자체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쟁은행을 의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국민은행 입장에선 선수를 빼앗긴 셈이니 다급하기도 했을 것 같고요. 그러니 '우리도 이런 상품 준비중이니 기다리세요. **은행보다 더 좋은 상품입니다' 라고 고객님들께 말하는 겁니다.
사실 이런 미묘한 신경전을 순전히 '기자적인(?)' 관점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텐데요. 그동안의 KB와 신한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쉬이 넘겨지지 않는 것을 어떡합니까.
원래는 1등이었던 KB가 신한에 1등을 빼앗겼죠. 지난해부터 그 자리를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분기 실적을 일일이 비교해가며 간격을 좁히고 있다고 자랑하기도 했고요. 이 과정에서 서로 신경을 긁기도 했습니다. 카카오와 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을 꾸릴 땐 처음 신한이 유력하다가 막판에 국민은행이 들어간 것을 두고도 뒷 얘기들이 많았고요. 이런 그간의 사정을 볼 때 말이죠.
아무튼 소비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러한 신경전이든 선의의 경쟁이든 나쁘지는 않습니다. 조금 더 다양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만나볼 수 있을테니까요. 우리는 즐기면서 충분히 활용하면 되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