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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말하는 해외진출上…무엇을 하고 있나

  • 2018.08.20(월) 14:58

유광열 수석부원장 인터뷰
"금융 진출 신흥아시아 집중..규제강화·부실화 대비해야"
"당국, 우호환경 조성 다각 노력..국제 전문가 육성 고민"

올해 금융감독원은 뜨거웠다.

 

3월과 4월 한달여만에 두명의 금감원장이 물러났다. 금융사 채용비리 연루 의혹,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논란이 직접적인 이유였지만, 그 뒤에는 금융사 지배구조 개선 이슈가 있었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사 채용비리 조사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이는 금융사 최고경영진에 대한 사퇴압박으로 받아들여져 금감원과 금융업계 사이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아직도 금감원은 뜨겁다. 다만 내용은 달라졌다.

 

윤석헌 원장이 취임한 뒤 소비자보호에 방점을 찍으면서 이를 놓고 금융회사와 신경전이다. 즉시연금이 대표적이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이 판매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이 1조원 가량 과소 지급됐는데 약관에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며 일괄지급하라고 요구했고 보험사들은 "법의 판단을 받겠다"며 거부했다.

 

금감원이나 금융업계에서는 "일찍이 이렇게 금감원과 금융업계가 오랜시간 대립한 적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사들은 "금감원이 금융사들을 적폐 수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볼멘소리다. 불투명한 지배구조, 채용비리, 대출금리 조작, 즉시연금 과소지급 등 폭발성이 큰 이슈들을 제기하면서 금융회사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금감원도 할말이 있다. 잘못된 관행이나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으로서 할일을 하고 있는데 금융회사에 갑질을 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보호는 금감원이 반드시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한다. 금감원은 또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채용비리 조사나 즉시연금 같은 이슈만 부각돼 갈등과 대립의 아이콘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당혹스러워 한다.

 

그래서 '협력'과 '지원'으로 눈을 돌려봤다. 금융사 해외진출과 핀테크산업 육성이란 화두와 씨름하고 있는 유광열 수석부원장을 만났다.

 

유광열 수석부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 이코노미스트  ▲주중 대한민국대사관 재경관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관, 국제금융심의관, 국제금융협력국장  ▲금융정보분석원장  ▲금융위 증선위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중국을 비롯해 국제 분야서 풍부한 경험과 네트워크를 가진 대표적인 국제금융 전문가다.

 

- 해외진출 상황은?

현재 국내 금융회사들은 수익성과 성장가능성을 감안해 아시아 신흥국(특히 동남아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말 국내은행의 총자산이익률은 0.48%다.(ROA: 순이익을 자산총액으로 나누어 계산,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는지를 보는 지표). 그마나 2015년 0.21%, 2016년 0.11%에서 다소 높아졌다.

 

이에 비해 은행의 해외점포 전체 ROA는 0.77%로 국내에 비해 높다. 특히 인도네시아 1.74%, 베트남 1.07%, 일본 0.99% 순서로 아시아지역의 수익성이 뚜렷하다.

 

대부분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업 진입장벽은 상대적으로 낮은 반면 자금수요가 높은 것도 중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소액 신용대출, 할부금융업, 리스업 등의 진출이 용이하다.

 

특히 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 등은 높은 성장가능성, 인프라 확충에 따른 금융수요 증가, 자동차할부·신용카드시장 성장 등에 주목해 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 중심으로 진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해외점포는 2012년 총 53개에서 2014년 73개, 올해 6월말 98개로 늘었다.

 

신규 진출계획 역시 은행과 여전사를 중심으로 신흥 아시아 지역에 집중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말에 조사해봤더니 32개 금융사가 17개 국가에 49건의 해외진출을 추진중인데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신흥 아시아시장 진출계획이 38건, 77.6%로 대부분이었다.

 

[데이타 : 올해 6월말 현재 국내 금융회사는 총 43개국에 435개 해외점포를 갖고 있다. 은행이 188개(43.2%)로 가장 많고 금융투자 117개(26.9%), 보험 82개(18.9%), 여전사 46개(10.5%), 금융지주 2개다. 지역별로는 중국 63개(14.5%), 베트남 52개(12%), 홍콩 34개(7.8%), 인도네시아 25개(5.7%), 미얀마 21개(4.8%)로 아시아지역이 69.7%에 달한다. 미국과 브라질이 합쳐 16.8%, 유럽이 9.7% 등이다.]

 

- 진출방식은 어떤가

▲ 금융회사들은 단시일 내 현지 영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지분투자, 인수·합병(M&A), 합작법인 설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진출하고 있다. 마이크로파이낸스(소액대출업), 소비자금융, 자산관리, 저축은행 등 이종업종으로 진출도 활발하다.

 

또 모든 업권에서 영업기능이 없는 사무소 비중은 축소되고 현지법인과 지점은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은행은 현지 기업과 개인고객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현지 금융사를 인수·합병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기초로 지점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보험은 업의 특성상 현지시장 영업기반을 구축하는데 장기간 소요되는 구조적인 요인으로 사무소 비중이 48.8%로 다른 업권에 비해 높다. 보험상품 판매를 위한 설계사 육성과 영업관리체계를 구축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데이타 :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점포(사무소+영업소) 435개중 300개가 돈을 버는 영업소(현지법인+지점)다. 영업소 비중이 2011년말 62.2%에서 올해 6월말 69%로 높아졌다. 은행 해외점포 188개중 사무소는 58개(30.9%), 영업소(현지법인+지점)는 130개(69.1%)다. 금융투자는 해외점포 117개중 사무소 32개(27.4%), 영업소 85개(72.6%)다. 보험은 총 82개중 사무소 40개(48.8%), 영업소 42개(51.2%)다. 여전사는 46개중 사무소 5개(10.9%), 영업소 41개(89.1%)다.]

 

- 신흥아시아 또는 동남아시아 집중, 우려는 없나

▲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업범위나 현지영업이 확대돼 해외 점포수와 순손익, 자산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자산·손익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말 기준 은행의 해외점포 총자산은 국내은행 총자산(은행계정)의 4.8%, 당기순익은 7.7% 수준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 아시아 지역으로 진출이 집중되는 것은 높은 수익성과 성장잠재력을 감안한 금융회사들의 전략적 선택으로 아직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다만 특정 지역으로 진출이 집중되면서 해당국가 감독당국의 진입 관련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 인허가 심사기간 지연, 최소자본금 요건 강화, 외국인 지분 인수 비율 제한, 현지에서의 본국 지원 직원수 제한 등이 있을 수 있다. 또 수익모델이 비슷한 국내 금융회사간 과도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 비해 제도적인 안정성이 다소 미흡한 동남아지역에서 규제 변화 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부실화에 대비한 리스크관리도 신경써야 한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은행 전체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18%고 해외점포는 0.9%다. 다만 베트남 1.5%, 인도네시아 1.1%, 중국 1.1% 등 일부 국가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


[데이타 : 지난해말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총자산은 1048억8000만달러다. 국내은행 총자산의 4.8%다. 2015년말 883억2000만달러, 2016년말 958억4000만달러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지역별로는 중국이 지난해말 263억9000만달러, 28.4%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전년말 대비 증가율로는 인도네시아가 21.2%로 가장 높았다. 베트남이 18.9%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은행 해외점포 당기순익은 총 8억660만달러다. 국내은행 전체 순익의 7.7%다. 2015년 5억6910만달러, 2016년 6억511만달러로 증가추세다. 지난해 전체 금융회사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9억3000만달러로 전년대비 42.1% 증가했다.]

 

 

- 금융당국은 어떻게 지원하고 있나

▲ 무엇보다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권역별·지역별 간담회를 수시로 개최해 애로·건의 사항을 청취하고 있고 금융회사들간 상호 정보교환과 모범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를 중심으로 '보험회사 해외진출 회의체' 구성을 추진중이고 올해안에 출범할 예정이다.

 

대외적으로는 금융회사 진출이 집중되는 국가의 감독당국과 면담, 감독지원 초청 세미나와 연수를 통해 직·간접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향후에는 1년 이상 장기간 직원을 상호파견하는 것도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금융회사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측면에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대상국가 금융사의 국내 진입이나 정착도 지원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금융위·금감원, 권역별 협회 등이 모두 참여하는 '금융분야 대외협력협의회'가 신설돼 진출 전략 수립과 효율적인 지원방향 등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해외로 진출하거나 영업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 가장 큰 애로사항중 하나가 현지 감독당국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50개국 77개 감독당국과 MOU를 체결해 공식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했고 정례 컨퍼런스 콜이나 국제회의 참석시 비공식 면담 등 상시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국가의 경우는 지자체가 감독기능을 가지고 있거나 현지 영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이들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도 추진 중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의 진출이 집중된 국가들에 대해서는 한국 주재 대사관 등 외교 라인 네트워크도 관리하고 있다.

 

현재 동남아 소재 금융감독원 해외사무소는 베트남 하노이 한 곳으로 동남아지역 전체를 총괄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회사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현지 감독당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고 국제회의에도 참석해야 하는데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제업무란 게 빛이 나지 않는다. 도와주는 기관이니까 성과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일본은 꾸준하게 국제담당 전문가를 키운다. 업권별 국제전문가를 키워 해당 업권을 특화해 커버한다. 우리 금융위나 금감원도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이런 체계가 없다보니 국제담당으로 안가려고 한다. 그 다음이 없기 때문이다. 숙제다.

 

[데이타 : 금융당국 해외진출 지원 일정 ▲아시아계 은행 CEO 간담회(5.8일, 부원장보 주재) ▲몽골 금융감독위원회 직원 수견연수(OJT) 실시(6.4일~7.20일) ▲보험회사 해외진출 지원 간담회 (6.26일, 부원장보 주재) ▲심천시 및 북경시 방문 부시장 및 외사판공실 담당자 면담(7월, 수석부원장) ▲중국 은보감회(CBIRC), 증감회(CSRC) 방문 면담(7월. 수석부원장)  ▲동남아 진출 전략 간담회 (예정)) ▲금융분야 대외협력협의회 회의(예정) ▲중동계 은행 CEO 간담회 개최(예정) ▲신흥국 감독당국 초청 세미나(예정)▲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방문 면담(예정) ▲동남아 4개국(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감독당국 직원 연수(하반기)▲주한 아세안 10개국 대사 초청간담회(예정)]

 

<유광열 수석부원장 인터뷰,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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