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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통' 경기도 지역화폐카드…도민도 운영사도 난감

  • 2020.04.22(수) 13:55

신청자 몰려 시스템 과부하
발급·충전 보름 가까이 차질 

"이달 10일에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했어요. 오늘이 21일인데 아무 소식이 없어요. 재난기본소득은 타이밍이 생명이라면서요. 신청하면 즉시 나올 것처럼 해놓고 감감무소식인데 이럴 거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경기도 군포시에 거주하는 구 아무개(46) 씨는 수화기 너머로 한숨을 쉬었다. 지역화폐카드를 통해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했지만 열흘이 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다. 답답한 마음에 경기지역화폐 고객센터와 경기도 콜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통화 중이니 잠시 뒤에 다시 걸어달라"는 자동응답만 무한 반복됐다.

화성시에 사는 송 아무개(30) 씨는 더욱 황당한 경험을 했다. 지역화폐카드에 20만원을 충전하면 12만원의 인센티브를 준다는 안내를 듣고 이달 1일 통장에서 20만원을 빼 경기지역화폐 앱에 넣었지만 이체금액(20만원)은 사라지고 인센티브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고객센터 연결은 불가능했다. 원래 넣었던 이체금액은 며칠 뒤에야 들어왔다.

경기도와 도내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이 허술한 지역화폐카드 시스템 탓에 주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신속하게 지원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돈이 들어오지 않아 각 지역커뮤니티에는 지급여부를 확인하는 글들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 9일부터 재난기본소득 온라인 신청을 받아 도민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과천, 동두천, 안성, 용인, 평택 등 각 시·군이 별도로 책정한 재난기본소득도 같이 지급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많게는 1인당 35만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청한 지 보름 가까이 됐지만 지역화폐카드 발급 자체가 안되거나 기존 지역화폐카드 소지자들도 제때 충전을 받지 못하는 등 지급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을 받으려면 먼저 지역화폐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신청 폭주로 지역화폐카드 발급이 지연되면서 뒤늦게 자신의 신용카드를 통해 지급받거나 선불카드를 신청하려고 주민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기존 지역화폐카드 소지자의 경우 한번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신용카드나 선불카드 등 다른 수단으로는 변경이 안 돼 하염없이 지급시기만 기다리고 있다.

의정부시에 거주하는 김 아무개(43) 씨는 "사전에 충전이 늦어질 수 있다는 안내라도 했으면 아예 포기하고 신용카드 등 다른 수단을 선택했을 텐데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무조건 지급수단 변경은 안 된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역화폐카드가 애물단지가 된 것은 이를 운영하는 회사인 코나아이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이다. 직원 수 350여명(지난해 기준)의 코나아이는 유심칩 제조사로 시작해 현재는 IC카드 제조에 주력하는 회사다. 경기도 지역화폐 사업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부산·인천·대전 등 주요 지자체가 시행하는 지역화폐카드 운영도 대행하고 있다.

경기지역화폐 앱 공지사항에 들어가면 각종 서비스 지연 공지를 확인할 수 있다. 경기지역화폐 앱은 코나아이가 운영을 대행하고 있다. [사진=경기지역화폐 앱 공지사항 갈무리]

하지만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역화폐카드 신청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카드발급부터 충전, 전산시스템까지 핵심업무에서 차질이 발생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역화폐카드 발급신청자수는 올해 1월 6만5000건, 2월 5만7000건에서 재난기본소득 지급방침이 알려진 지난달에는 138만6000건으로 폭증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지역화폐카드 발급과 배송 지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뾰족한 수는 없다"면서 "신용카드와 선불카드 신청을 받고 있는 만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요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지역화폐카드 발급신청을 한시적으로 중단해 과부하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발급 수요를 감당할 수준이 안되는데도 신청통로를 열어놨으니 문제해결이 안되는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각 지자체가 어렵게 쌓은 지역화폐에 대한 주민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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