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푸라기]는 알쏭달쏭 어려운 보험 용어나 보험 상품의 구조처럼 기사를 읽다가 보풀처럼 솟아오르는 궁금증 해소를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을 궁금했던 보험의 이모저모를 쉽게 풀어드립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각 방송사에서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과 특선영화들을 준비했습니다. 단골 주인공은 영국 작가 조앤 롤링의 판타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인데요.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만큼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죠.
영화의 초반 내용을 살펴볼까요. 해리포터는 1살때 부모를 잃고 더들리 이모 내외에게 맡겨집니다. 이모네 집 계단 아래 작은 벽장이 해리의 방인데요. 식구들로부터 온갖 구박을 받으며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한 해리는 11살 생일에 마법학교인 호그와트 입학 편지를 받게 됩니다.
호그와트에 가기로 결심한 해리포터는 마법학교의 사냥터 지기인 거인 해그리드의 안내로 부모님의 유산이 남겨진 그린고트 은행을 찾아가게 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금화 등 어마어마한 양의 유산이 해리포터에게 상속된 것이죠.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부모님이 해리포터에게 사망보험금을 남겼다면 어땠을까요? 돌아가신지 10년이 지난 데다, 해리포터는 아직 미성년자입니다.
소멸시효 3년 지나면 휴면보험금으로…
정답은? '원칙적으로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수 없다' 입니다.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법 상 청구권 소멸시효는 3년이므로, 부모님 사망후 3년 안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청구권이 소멸돼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보험금을 찾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소멸시효가 완성된 보험금은 휴면보험금으로 분류돼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 출연되는데요.
서금원을 통해 휴면보험금을 조회한 후 1000만원 이하라면 창구 방문없이 서금원 모바일 앱 등을 통해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1000만원이 넘으면 서금원센터에 방문해 본인 여부나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면 됩니다.
해리포터가 미성년자라는 점이 걸리긴 하는데요. 큰돈을 직접 관리할 능력을 갖추긴 아직 어린 나이이기 때문이죠.
이럴 때는 보험금을 수령하는데 해리포터의 친권자나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관계 확인을 위해 보험사마다 다른 제출서류를 요구하고 있으니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를 통해 추가서류를 알아보는 게 필수적이라고 하네요.
사실 사망을 주요 담보로 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한다면 사망보험금 수익자 지정을 가장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관련 분쟁이 빈번한 데다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를 사전에 막기 위해서인데요. 실제 가족이 없는 장애인을 보험에 가입시키고 살해하는 등 보험범죄가 이슈화되기도 했죠.
'법정상속인' 지정은 문제 발생할 수도
보험 가입자들은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수익자를 흔히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하곤 하는데요. 법정상속인은 민법에 따라 직계비속 및 배우자가 1순위이고, 다음으로 직계존속 및 배우자,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이라고 합니다.
종신보험 계약자가 사망시 수익자를 명확히 정했을 때는 사망한 자의 사망진단서, 기본증명서, 수익자의 신분증 등 간략한 서류만 준비하면 보험금 수령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법정상속인으로 지정해 애매모호할 경우엔 상속순위를 확인하기 위해 훨씬 많은 서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보통 사망보험금을 탈 수익자가 여러 명인 상황이 많다고 하는데요. 이럴 땐 사망진단서, 기본증명서는 물론 가족관계증명서, 제적등본, 혼인관계증명서, 법정상속인들 모두의 위임장이나 인감증명서 등을 추가로 준비해야 합니다. 사망한 사람의 이혼이나 재혼으로 부모가 다른 자녀가 여러 명이거나 수익자가 미성년자인 경우엔 갖춰야 할 서류가 더 늘어난다고 하네요.
존재를 몰랐거나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아 불편한 가족 간이라면 서류를 준비하는 절차부터 쉽지 않다고 합니다. 사망보험금 분쟁이 다수 발생하는 이유입니다. 보험사 관계자는 "종신보험에 가입할 땐 수익자를 명확히 지정하는 게 미래를 위해 좋다"고 얘기합니다. 해리포터가 마법학교에서 필요한 도구들을 모두 사 풍족하게 입학할 수 있었던 것처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