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반려동물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이재명 후보는 반려동물 등록률 제고·표준수가제 도입을, 김문수 후보는 전 의료서비스 항목 표준화·펫보험 상품 다양화 등을 내걸었다.

이 "표준수가제" vs 김 "진료비 공개"
27일 각 당 캠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 후보는 최근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 도입과 표준 진료 절차 마련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했다.
건강보험제도가 없는 반려동물은 모든 진료 항목이 비급여 항목으로 들어가고 진료비도 동물병원마다 천차만별이다. 이에 표준수가제·표준 진료 절차 도입을 통해 동물병원 진료비를 관리하고 반려인들에게 진료 과정을 투명하게 제공해 반려동물 양육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후보는 진료비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 면제 확대도 추진한다. 반려인들이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게끔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일부 항목에만 적용되는 부가세 면제를 넓혀 진료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가 표준수가제를 통해 진료비를 '관리'하겠다고 밝힌 반면, 김 후보는 먼저 모든 동물병원 의료서비스 항목을 표준화하고 이를 온라인에 게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진료비 항목과 내용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진료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인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시장 경쟁이 활성화하고 소비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펫보험 상품의 다양화를 추진하고 보장 범위와 지원 조건 개선을 통해 실질적인 진료비 경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펫보험은 보장 범위가 좁고 보험료 대비 혜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만큼 현실적인 보험 설계에 중점을 두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수가 표준화 없인 반려인도 보험사도 '난감'
두 후보의 공약 모두 반려동물 진료비 문제와 투명한 의료 정보 제공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특히 의료서비스 항목 표준화나 표준 진료 절차 마련 등은 이미 정부가 제도 정비에 나선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 진료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동물의 질병명과 진료행위명 등을 표준화(코드화)하는 내용으로 '동물 진료의 권장 표준' 고시를 개정했다. 이에 질병 3511종과 진료행위 4930종의 명칭과 코드가 표준화됐다.
또 설사나 당뇨 등 동물병원에서 자주 진료하는 항목 40종의 표준 진료 절차도 마련됐다. 그러나 이들 모두 권장 사항에 불과해 아직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1년 짜리 '펫보험', 이마저 가입 거절당할 수 있다고?(5월5일).
보험업계는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선 수가 표준화가 선결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표준수가가 없는 상황에서는 진료 비용을 정확하게 예측하거나 통계화하기 어렵다. 보험사는 리스크를 예측하고 보험료를 산정해야 하는데 표준수가가 없는 경우 질병별 평균 진료비 산출이 어렵기 때문에 손해율을 제대로 예측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보험료가 비싸지거나, 보장 범위를 축소하는 등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수의료계의 반발이 커 도입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표준수가제는 1999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율 경쟁 유도 방침에 따라 폐지됐는데, 농림축산식품부는 2017년 표준수가제 부활을 추진했다. 이때 동물병원 수의계는 우리나라의 동물병원 진료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저렴한 편이고 사람 의료와 달리 진료항목이 표준화되지 않아 비용을 통일하는 것이 어렵다며 반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표준수가제 도입을 공약했지만, 지난해 주요 진료 항목의 진료비 게시를 의무화한 단계에 그쳤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려동물은) 진료비용 체계가 비표준적이고 불투명해 진료비 예측이 어렵고 동물병원마다 진료비 편차가 큼에 따라소비자 불만이 지속되고 있다"며 "보험회사는 손해율 관리 및 보장한도 확대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체계 표준화와 진료기록부 발급 의무화를 통해 반려동물 진료기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더 나아가 표준수가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려동물 문화·제도 정비 없인 실효성 한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반려동물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문화와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은 이상, 비용이나 상품 가입 지원 등은 단기적인 처방에 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두 후보가 공통적으로 약속한 동물 등록률 제고는 반려동물 관리체계의 핵심이다. 이 후보는 더 나아가 △반려동물 양육 전 기본소양 교육제도 점진적 도입 △동물 학대 가해자는 일정 기간 동물 사육 금지 등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지난 2014년부터 동물등록제 의무화에 따라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월령 2개월 이상인 개는 거주하는 시·군·구청에 등록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반려견 약 499만마리·반려묘 약 277만마리) 비율은 지난해 기준 28.6%로 집계됐다.
그러나 '2023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고양이 누적 등록수는 328만6216마리로 집계돼 등록 개체 수는 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전히 등록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반려견이 사람이나 다른 반려동물에 손해를 입혔을 때를 대비한 배상책임보험 확대도 반려동물 양육 환경을 보다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만드는 데 필수적인 장치로 평가된다.
현재 배상책임보험은 법에서 정한 5대 맹견(도사견·아메리칸 핏불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셔 테리어·스태퍼드셔 불테리어·로트와일러)에 한해 가입이 의무화된 상태다. 그러나 이외의 견종에서도 개 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보험 의무화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 등록 의무화 등을 통해 반려동물을 제도권 안으로 들여와야 한다"라며 "문화와 제도가 뒷받침돼야 펫보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