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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젠 된다던 대출, 오늘은 안돼" 사전 공지 실종…소비자 '막막'

  • 2026.08.12(수) 08:00

대출 확인후 계약서 작성했는데…소비자 피해만
5대 은행 3개월간 제한조치 30여건…공지 없어
총량규제 다급한 은행 당일 발표도…"규정·의무 없어"

"어제까지 대출이 잘 된다고 했다가 막상 계약해놓고 찾아가면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 관악구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부동산 거래 현장에서 이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은행에서 한도를 확인하고 자금 계획을 세운 뒤 계약서를 썼는데, 막상 계약서를 들고 다시 창구를 찾으면 조건이 달라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가 생긴 뒤에는 당장 중도금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 이의를 제기하고 구제받을 여유도 없다"고 덧붙였다.

은행들이 대출 총량 규제를 맞추기 위해 한도를 제한하거나 상품 취급을 갑작스레 중단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상품 등과 달리 공지 의무가 없어서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당일에도 바뀌는 대출 조건…소비자는 언론 보도로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5월 이후 30여건의 가계대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지만 이 중 홈페이지에 사전 공지된 것은 한 건도 없었다.

5대 은행 대출 관련 민원 건수 및 비중/그래픽=비즈워치

은행들은 신용대출 신상품 출시, 수신상품 판매중단, 수수료 한시 면제 등은 꾸준히 공지하고 있지만 대출 제한 조치에 대한 공지는 없었다.

은행 한 관계자는 "상품 취급 변경 등을 공지하는 채널은 딱히 없고 공시에 대한 의무도 없다"며 "가계대출 금리 정도는 공시하지만 대출 한도 변경이나 보험 중단 등의 공시 및 시점에 대한 별도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은 약관이나 수수료가 바뀌면 공시해야 하지만 은행의 대출 취급 중단 등은 각 은행의 경영 판단에 따른 조치기 때문에 사후에도 공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제한 조치는 통상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는 본부 부서나 경영진 선에서 결정된다. 한도가 소진되면 취급을 중단하거나 조건을 조이는 방식이다. 결정이 내려지면 영업점에 공문이 내려가고, 대출모집인에게는 그보다 먼저 전달되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알리는 절차는 없다. 창구를 찾거나 앱에서 대출을 신청하는 시점에야 바뀐 조건을 확인할 수 있다. 사전 확인 통로는 사실상 언론 보도가 유일한 셈이다.

일부 은행들은 며칠 간격을 두고 언론을 통해 공지하기도 하는데 최근 은행들의 조치가 잦아지고 시행 시점도 빨라지면서 소비자가 조건 변경을 인지할 시간은 더 줄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당일 중단하기도 했다. 해당 조치 역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조치가 시행되기 전 접수를 마친 경우 기존 조건대로 실행할 수 있지만 부동산 매매 전 한도를 확인하고 자금 계획을 세우는 상담 단계에서 기준이 바뀌면 대출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대출 관련 민원도 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2분기 대출 관련 민원은 79건으로 1분기보다 27.4% 증가했다. 전체 민원에서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1.3%로 절반을 넘어섰다.

은행 영업점/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금융당국 "명확한 규정 없어"…"자율규체 차원에서라도"

은행들도 사전 공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한다. 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 총액이 넘어서면서 급박하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상 공지 의무도 없다. 은행 상황에 따라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것을 알리는 것까지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 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소법에 신용카드 부가서비스 등 계약관계가 있거나 이미 가입한 상품의 연계 서비스를 줄이려면 6개월 전부터 매월 공지하도록 한 규정은 있다"면서도 "일반적인 상품 판매 중단에 대해 사전에 공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회사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취급하지 못한다고 판단하면 그 자체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법으로 강제하지 않더라도 은행이 자율적으로 나설 여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서강대 교수는 "법령이나 내부 규정에 정해져 있지 않으면 공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도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을 위해 자율규제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컴플라이언스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라도 공지하는 것이 낫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평판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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