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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S 2.0]블랙록도 뛰어든 '온체인'…전통-가상자산 경계 허문다

  • 2026.08.26(수) 08:30

국채·펀드·주식 토큰화…블록체인 인프라 위에서 거래
RWA·DeFi 결합해 거래·결제…온체인 전략·규제 요구 

가상자산 시장에서 출발한 블록체인이 이제는 국채와 펀드, 주식 같은 전통 금융자산을 담는 그릇으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기술로 인식돼온 블록체인이 금융상품을 만들고 거래·결제하는 새로운 인프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토큰화'다.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에서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토큰으로 바꾸는 것이다. 전통자산이 토큰으로 만들어지면서 가상자산과 전통자산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이에 금융사의 역할과 규제 체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채도 비트코인처럼 거래…온체인이 바꾸는 판

유지원 하이퍼리즘(디지털 자산 트레이딩 기업) 매니저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 2기(SFS 2.0)' 제3차 회의에서 "토큰화는 새 자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장부를 바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이에 적힌 자산의 소유권을 전자장부에 기록해 거래 효율성을 높여온 것처럼 블록체인을 활용해 자산의 기록과 거래 방식 등 인프라를 바꾸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통자산과 가상자산의 융합, 규제의 재해석'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이 같이 밝혔다. 

실제로 토큰화가 확산하면 국채나 펀드 같은 전통 금융자산을 비트코인과 같은 블록체인 인프라 위에서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전통자산과 가상자산이 서로 다른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프라에서 연결되는 셈이다.

이처럼 현실에 존재하는 자산을 블록체인에서 거래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이 RWA(Real World Asset, 실물자산 토큰화)다. 국채·펀드·주식뿐 아니라 금,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이 토큰화 대상이 될 수 있다.

유 매니저는 특히 토큰화가 단순히 자산을 디지털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거래와 결제, 대출 등 금융서비스 전반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에 탈중앙화금융(DeFi)이 결합하면 금융상품 형태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대출·거래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금융자산을 토큰화해 블록체인 위에 올리고 그 위에서 거래와 결제 등 금융서비스까지 이뤄지는 구조를 '온체인 금융'이라고 한다. 금융거래의 기록과 실행이 블록체인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RWA가 '자산'이라면 스테이블코인은 '돈', DeFi는 '금융서비스', 지갑은 '고객 접점', 블록체인은 '금융 인프라'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토큰화된 국채 혹은 스테이블코인을 담보로 맡기면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DeFi 프로토콜)의 스마트계약 프로그램이 정해진 조건에 따라 담보와 대출 규모 등을 확인하고 자동으로 대출을 실행해 준다. 

가상자산 금융 서비스 기업 하이퍼리즘 유지원 매니저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시즌2 3차 회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해외는 이미 시작…국내는?

이런 변화는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 곳곳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다. 블랙록은 미국 국채 등을 담은 토큰화 펀드 '비들(BUIDL)'을 선보인데 이어 탈중앙화 거래 인프라와의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의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 'WTGXX'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24시간 거래와 결제를 승인받았다. 토큰 보유시간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보유한 시간에 비례해 수익을 배분하고 토큰화된 MMF를 대출 담보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미래에셋 등 전통 금융사들이 RWA 토큰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유 매니저는 "펀드 같은 전통 금융상품이 토큰화되면 투자자가 자산 내역과 담보 현황, 유동성 같은 정보를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유 매니저는 전통금융과 가상자산의 방향이 서로 만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가상자산 투자자가 비트코인 등 디지털자산에 투자했다면 이제는 가상자산 기술을 활용해 삼성전자 주식이나 국채 등 전통자산에 투자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시즌2 3차 회의에서 주제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토큰 ≠ 자산가치 권리…법 체계 정립 과제 

온체인 금융은 자산을 거래하는 방식뿐 아니라 금융서비스 작동 구조도 바꾸고 있다. 김효봉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온체인 금융과 국내외 규제 현황' 주제 발표에서 "온체인 금융은 투자자가 금융회사나 거래소를 반드시 거치지 않고 자신의 지갑을 통해 탈중앙화거래소(DEX)나 DeFi서비스에 직접 연결할 수 있다"며 "향후에는 '지갑' 하나만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수탁형 지갑은 은행 등 수탁자 없이 이용자가 자신의 자산과 개인키를 직접 관리하는 방식이다. 지갑을 통해 거래소나 금융서비스에 직접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금융과 다른 구조다.

다만 블록체인에 토큰을 올렸다고 해서 기초자산에 대한 법적 권리가 자동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김 변호사는 "토큰화가 곧바로 법적 권리 이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블록체인에서 국경을 넘어 토큰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더라도 실제 기초자산에 대한 소유권이나 수익권은 해당 자산이 속한 국가의 법률과 토큰화 구조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RWA 토큰화 방식에 따라 기초자산 소유권을 직접 토큰에 연결하는 방식이 있는가 하면, 실물자산은 별도로 보관하고 그 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나 가치 변동을 토큰에 연계하는 간접적인 방식도 있다. 후자의 경우 토큰 보유자는 기초자산의 소유권이 아닌 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른 경제적 이익만 갖게 된다.

미국과 한국의 접근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김 변호사는 미국은 국채, 주요 지수 추적 ETF 등 기존 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유동성 매우 높은 정형 증권을 중심으로 토큰화를 추진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유동성이 낮은 비정형 증권을 중심으로 토큰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자산을 새로운 인프라에서 거래하는 과정에서 기존 금융 규제와 새로운 디지털자산 규제를 어떻게 연결할지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 매니저는 "자산의 경계는 사라지고, 남는 것은 인프라의 법적 경계"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토큰화 확산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글로벌시장 변화와 대응을 위해 글로벌 규제 정합성이 있는 국내 규율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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