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성과평가표(KPI)에는 금융지주가 어디를 보고 뛰는지 드러난다. 자본비율과 비은행 이익, 내부통제, 생산적 금융까지 각 사가 힘을 싣는 분야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회장 성적표를 어떻게 매기지는지에 따라 금융지주의 경영전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각사의 우위와 열위 부분을 강조하는 동시에 정부와 금융당국의 기조도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 비은행 이익 KPI 반영
KB금융은 자본을 보는 잣대를 더 엄격하게 바꿨다. 지난해 양종희 회장 단기 KPI의 자본적정성 지표를 기본자본비율(Tier1)에서 보통주자본비율(CET1)로 바꿨다. 채권 성격의 신종자본증권 등을 포함하는 Tier1 대신 보통주 중심의 핵심 자본을 따로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비은행이다. 비은행부문 이익을 회장 성과평가 항목으로 따로 두고 있는 곳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KB금융이 유일하다. 단기·장기평가에 모두 넣었다. 은행 밖에서 얼마나 벌었는지도 회장 성적으로 보는 것이다.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탄탄한 가운데 민간 출신의 현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유일하게 비은행 최고경영자(CEO)를 경험한 경력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의 비은행 이익 기여도는 2024년 39.9%에서 지난해 37.0%로 소폭 감소했지만 올 상반기 44%로 올라섰다. 매년 그룹 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은행 밖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올 상반기 비은행 이익 기여도는 신한금융 35.0%, 우리금융 22.3%, 하나금융 18.8%로 KB보다 낮았다.
신한금융, 내부통제 비중 확대
신한금융은 비재무 평가에서 변화가 두드러진다. 진옥동 회장의 경영성과는 그룹 KPI(재무지표)와 전략과제로 나눠 각각 70%, 30%씩 반영한다. 지난해부터 수익성의 질과 AI·디지털, 고객경험, 내부통제에 전략과제 초점이 맞춰졌다. 전략과제 중 평가비중은 고객 편의성 혁신이 20%, 플랫폼·AI 성과 창출과 고객 기반 확대가 각각 15%씩 반영된다.
내부통제 비중도 커졌다. 2023년부터 '리스크 관리(20%)' 항목 내에서 높은 비중(내부통제 15%, 리스크관리 5%)을 차지하기 시작한후 2024년에는 '내부통제·리스크 관리', 지난해에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로 평가항목 이름을 바꾸고 평가비중을 20%에서 25%까지 키웠다. 전략과제 가운데 가장 큰 가중치다. 고객·디지털 성장과 함께 금융사고를 막는 책임도 회장 성적표에서 중요해진 것이다.
그룹 KPI 내 수익성 지표도 2024년부터 자기자본이익률(ROE)·총자산이익률(ROA)에서 ROE·유형자본이익률(ROTCE)로 바뀌었다. 무형자산을 제외해 수익성 평가를 더 정교화 한 것으로 유형보통주자본의 효율성을 보겠다는 의미다. 올해 부여된 장기성과급에도 ROE와 ROTCE가 포함됐다. 지난해 ROE와 ROTCE는 각각 9.1%, 10.3%였고 올 상반기에는 12.4%, 13.9%로 높아졌다.
하나금융, 생산적 금융 전환이 핵심
하나금융은 올해 함영주 회장 KPI 중 중점추진 과제에 '생산적 금융 전환 및 포용금융 확대'와 '디지털금융'을 새로 넣었다. 2024년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지난해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무게를 뒀었다. 정부 정책과 경영환경이 바뀌면서 회장의 중점과제도 ESG에서 밸류업, 다시 생산적·포용금융으로 옮겨갔다.
하나금융은 올해 생산적 금융 공급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1조6000억원 늘린 17조8000억원으로 확정했다. 2030년까지 총 84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비은행 경쟁력 강화와 기업금융 경쟁력 확대를 강조한 함 회장 경영 방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이와 더불어 하나금융은 재무평가에서 지난해부터 위험가중자산이익률(RoRWA)을 단기뿐 아니라 장기성과 지표에도 넣었다. 위험을 얼마나 떠안고 이익을 냈는지도 중장기 성과로 보겠다는 의미다.
장기성과급에 반영하는 고정이하여신비율(NPL비율) 등 건전성 지표도 3년간 평가한다. 하나금융 NPL비율은 2024년 말 0.62%에서 지난해 말 0.72%, 올 상반기 0.93%로 악화됐다. 올해 건전성 평가 비중을 15%에서 20%로 확대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대신 ROE와 당기순이익 달성 등 그룹사 성과비중은 45%에서 40%로 낮췄다. 생산적 금융 확대에 맞춰 부실 관리 강화가 새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금융, 자본비율 강화·ROE 숙제
순이익 하위권인 우리금융이 자본비율에선 '리딩금융' KB금융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6월 말 CET1은 13.74%로 공동 1위다. 4대 금융 가운데 자본비율 최약체였던 우리금융이 그룹차원에서 역량을 모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KPI에도 드러나 있다. 우리금융은 2024년 단기성과평가에만 있던 CET1을 지난해 장기성과평가에도 함께 넣었다. 올해도 유지했다. 단기 성과로만 보던 자본비율을 장기 성적표에도 올려 중장기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CET1 비율은 2024년 말 12.13%에서 지난해 12.89%로 오른 뒤 올 상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해 말 대비 올 상반기 위험가중자산(RWA)이 4.1% 늘어난 데 비해, 보통주자본은 11.1% 증가해 자본이 더 빠르게 확대된 결과다.
다음 과제는 수익성이다. 임 회장의 단기·장기 KPI에는 ROE도 들어간다. 우리금융 ROE는 비지배지분 제외 기준 2024년 9.3%에서 지난해 9.0%, 올 상반기 8.6%로 떨어졌다. 중장기 목표는 10% 이상이다. 자본 확충 속도에 비해 이익 증가세는 더뎠던 거다. 자본비율을 높였다면 이제는 쌓아둔 자본으로 얼마나 잘 버느냐가 숙제가 된 이유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배당 및 주주환원을 강조하면서 기업이나 투자자들도 관심을 쏟고 있다"며 "주주환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CET1 관리가 금융지주 차원에서 중요한 화두가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