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연말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KB 안팎의 최대 관심이 됐다. 차기 회장으로 이재근 부문장이 내정되면서다. 올해 말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만 10명에 달한다. 이들 모두 양종희 회장 체제에서 임기를 시작한 인물들이다. 이재근 후보자로부터 시작된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특히 이번 인사는 이재근 후보자 체제의 색깔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재근 후보자가 '세대교체'를 단순 연령 교체와 다르다며 선을 그은 만큼 역량과 전문성 중심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이재근 후보자보다 두살 위인 이환주 국민은행장의 거취가 더욱 주목된다.
이환주 행장 연임 촉각 …연속성이냐 세대교체냐
KB금융 자회사 11곳 중 10곳의 CEO 임기가 오는 12월31일 끝난다. 올해 초 취임한 강진두 KB증권 IB부문대표, 곽산업 KB저축은행 대표를 제외한 대부분의 CEO 임기가 만료된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64년생)을 비롯해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68년생),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68년생), 윤법렬 KB인베스트먼트 대표(72년생), 박찬용 KB데이타시스템 대표(65년생), 이홍구 KB증권 WM부문 대표(65년생),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67년생),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69년생), 빈중일 KB캐피탈 대표(68년생), 성채현 KB부동산신탁 대표(65년생) 등 10명이다.
이재근 후보자는 지난 14일 연말 계열사 CEO 인사와 관련해 "나이에 국한하지 않을 것"이라며 "역량에 기반해 전문성과 직원들과의 호흡, 조직원의 헌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 지주 회장 선임 직후엔 조직안정에 무게를 두고 연속성을 잇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재근 회장 후보의 발탁을 계기로 세대교체와 변화에 대한 안팎의 요구 또한 무시할수 없는 상황이란 점에서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가장 주목되는 점은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의 거취다. 이 행장 취임 첫해인 2025년 KB국민은행 순이익은 3조8620억원으로 전년보다 18.8% 증가하며 4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올해 상반기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2조2554억원을 기록하는 등 좋은 성적표를 내고 있다.
다만 이 행장은 1964년생으로 이재근 후보자보다 두 살 많다. 지주 회장보다 나이 많은 은행장은 보수적인 은행권에선 보기 드문 풍경이다. 물론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초대 회장(52년생) 시절 강정원 국민은행장(50년생)이 두살 위인 때도 있었다. 둘 모두 외부출신 이었다.
KB금융은 2년전 양종희 회장(61년생)이 이환주 행장을 선임하기 전까진 66년생~68년생으로 차기 후계군을 육성하는 시기였다. 이재근 행장도 그 시기 발탁됐다. 이후 이환주 행장을 선임하면서 전임 행장보다 나이가 많아진 상황이 나왔다.
내부에선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 정문철 KB라이프생명 대표, 국민은행 부행장급 인사 등이 차기 행장 후보로 거론된다. 새 회장 체제에 맞춰 은행장까지 교체될 경우 변화의 폭이 계열사 전체로 커질 수 있다.
KB금융 인사 시계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KB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따르면 통상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상반기부터 후보자군을 보완·확정하고 하반기 경영승계 절차에 들어간다. 9월 말에는 은행장을 포함한 계열사 CEO 승계 절차가 본격화되고, 연말 후보자 선정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금융당국 움직임이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지난 15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다며, 후보군 선정과 검증·평가, 기록 등에 투명성과 공정성 강화를 주문했다. 금감원은 향후 CEO 승계 절차 점검도 강화할 방침이다.
연임·3년차 CEO, 장기 연임 체제 이어질까
첫 임기를 마치는 CEO들도 단순 교체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 KB금융 계열사 CEO 인사는 통상 2년 임기에 1년을 추가하는 '2+1' 구조가 기본이다. 이환주 행장을 비롯해 김재관·정문철·윤법렬·박찬용 대표의 경우 연임 가능성이 남아있다.
특히 이 후보자가 양 회장 체제의 "경영·전략·비즈니스 연속성을 이어가겠다"고 한 만큼 전면 세대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는 취임 첫해 순이익이 3302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당시 현대카드에 밀렸지만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한 218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실적 흐름 반전을 보이고 있다. 수익구조 개선과 건전성 강화 등을 통해 실적을 반등시킨 점이 연임 판단의 변수가 될 수 있다.
정문철 KB라이프 대표는 2025년 취임해 통합 KB라이프생명 경영을 이끌고 있다. 올해 2년차를 맞아 건강보험과 시니어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확대하고 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5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4% 감소하면서 수익성 개선과 신사업 성과가 과제로 놓였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3년차 CEO다. 현재 3년차 CEO의 연임 여부에 따라 CEO 장기 연임 체제가 새롭게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이홍구·구본욱·김영성·빈중일·성채현 대표 등 5명이 올해 1차례 연임을 통해 3년차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윤종규 전 회장 체제에서는 성과가 검증된 CEO에게 추가 연임 기회를 줘 4~6년 이상 재임한 CEO가 적지 않았다. 양종희 회장 체제에서도 2019년 취임한 김성현 전 KB증권 IB부문 대표가 2025년 말까지 약 7년간 대표를 맡았다. 다만 김성현 대표 이후 현재는 3년차를 넘어선 CEO가 없는 상태다. 3년차에서 CEO들이 대거 교체된다면 성과평가와 세대교체 주기가 3년 단위로 짧아지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