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법적으로 은행장 등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 지주 후보군 구성 단계에서 이를 행사해온 곳은 4곳 중 절반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말 4대 금융지주 등 계열 은행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절차가 본격화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자회사 임추위의 실질적인 역할 보장을 주문하면서 그동안 지주가 주도해온 CEO 후보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올지 주목된다.
은행장 추천 권한 있는데… 2곳만 운영
올해 하반기 8개 은행지주그룹에서 은행장을 포함해 70여개 자회사 CEO 선임절차가 진행된다. 이에 금감원은 23일 8대 금융지주 회장들을 불러 자회사 CEO 승계과정에서 자회사 임추위 역할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라고 주문했다.
지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자회사 CEO 상시후보군 등 충분한 정보를 자회사에 제공하고, 후보 평가과정에서 자회사 임추위원의 의견을 반영하도록 하라는 취지다.
그동안 4대 은행의 임추위 운영 방식은 엇갈렸다. KB국민은행은 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가 후보군을 구성할 때 은행의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에서 후보군을 추천해왔다.
하나은행도 2024년부터 은행 임추위가 지주에서 관리하는 후보군에 매년 후보를 추천하는 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지주가 관리하는 은행 포함 자회사 CEO 후보군에 은행 추천 후보자가 포함되는 방식이다.
물론 그렇다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은행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지주 임추위 및 지주 회장의 의중이 결정적이란 점에선 4대 금융 모두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그동안 지주가 관리하는 상시후보군을 중심으로 승계절차를 진행했다.
법에 있는 '대표 추천' 권한…해석 제각각
은행 임추위에는 대표이사 후보 추천 권한이 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17조는 임추위가 대표이사·사외이사·감사위원 후보를 추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 은행 임추위의 권한 등 규정에도 은행장 후보 추천이 명시돼 있다.
다만 '어디, 어떤 단계'에서 추천하는가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나온 내용이 없다. 법에서 정한 추천 대상과 절차는 해당 금융회사의 임원 선임을 위한 것이다. 은행 임추위가 '지주 자추위'에 CEO 후보군을 추천해야 한다는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후보를 지주 후보군이 아니라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구조로 수행해 왔다. 은행 임추위가 CEO 자격 요건을 만들어 지주에 전달하면, 지주 자경위가 후보군 내에서 요건에 부합하는 인원을 심의·선정해 은행 임추위가 이를 다시 검증한 후 이사회 및 주주총회에 추천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는 은행을 포함한 모든 계열사에 적용되는 절차다.
금융당국이 자회사 임추위의 '실질적인 역할'을 강조함에 따라 임추위 후보 추천 영역은 확대될 전망이다. 이찬진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주 자추위가 CEO 후보 추천 및 선정 과정에서 자회사 임추위가 실질적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달라"고 주문했다. 지주가 후보군을 관리하더라도 자회사 임추위가 후보 정보를 공유받고 선정·평가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이찬진, 은행지주회장들에 "자회사 임추위, 실질 역할 보장하라"(2026년 9월23일)
이 원장은 앞서 지난 15일 임원회의에서 대부분의 지주사가 자회사 CEO 승계절차와 자회사 임추위 역할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의 주문으로 은행 임추위의 후보 추천이 은행 자체 CEO 선임 단계에서 행사될지, 지주가 후보군을 구성하는 단계로 확대할지 여부가 관건이다. 신한금융은 이 같은 방향에 맞춰 올해 자회사 CEO 인선부터 은행 임추위의 역할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주가 관리하는 후보군 정보를 은행 임추위에 공유하고 후보군 추천 과정에도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지주에서 후보군 관리하는데…"
금융권에서는 자회사 임추위 역할 확대와 관련해 실효성 의문도 제기된다. 지주가 이미 오랜기간 내·외부 인력으로 구성된 후보군을 관리하는데 자회사에서도 별도 후보군을 발굴하면 후보군 관리가 이중화될 수 있어서다.
지주 후보군과 겹칠 가능성이 높고, 외부 후보를 추가로 발굴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은행과 지주가 각각 후보를 관리한 뒤 지주에서 다시 심의할 경우 절차가 중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은행 임추위가 형식적으로 후보를 추천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에서 100명이 넘는 후보군을 관리하고 있는데 자회사에서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후보군 관리가 이원화되고 자칫 방향이 갈릴 경우 지주의 기능 즉 종합금융그룹 차원의 인사·경영 방침을 저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