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향후 은행 정기 검사에서 지방자치단체 금고 입찰 경쟁에 들어가는 협력사업비 내역을 면밀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매년 수백억원을 출연금으로 지출하는 은행들이 건전성·수익성 영향을 감안해 규모를 산정했는지 살펴본다.
이찬진 금감원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지적은 시중은행이 지방은행과 지자체 금고 입찰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약 51조원) 다음 가는 25조원 규모 광주전남특별통합시 금고가 선정을 앞둔 가운데 기존 농협·광주은행 외 다른 은행이 도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도 읽힌다.
2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은행들이 지출한 지자체 협력사업비(출연금) 내역을 들여다 볼 예정이다. 앞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23일 은행지주회장 간담회를 통해 지자체 금고 입찰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당부했다.▷관련기사: 이찬진, 은행지주회장들에 "자회사 임추위, 실질 역할 보장하라"(2026년 9월23일)
은행 정기검사때 출연금 더 꼼꼼히
금감원은 별도 점검을 진행하기보다는 정기 검사때 해당 내역을 더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출연금 지출이 은행 건전성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기 검사를 진행할 때 들여다보는 사항 중 하나"라며 "앞으로 더 꼼꼼히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검사가 진행될 은행뿐 아니라 현재 정기 검사를 받고 있는 KB국민은행도 대상이다. 다만 금감원은 대부분의 은행들이 지난 2023~2024년 정기 검사를 받았던 만큼 그 이후의 협력사업비 지출 내역을 확인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우리은행은 2024년, 하나은행은 2023년에 정기 검사를 진행했다. 통상 은행 정기 검사는 2~3년 주기로 이뤄진다. 개별 특정 금융회사에 대한 정기검사 계획은 매년 초 결정된다. 기간만 놓고 보면 시중은행들은 모두 사정권에 놓인 셈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출연금 지출이 과도하다고 여겨질 경우 은행법에 따른 제재를 내릴 수 있다. 현행법은 은행업무, 부수업무 또는 겸영업무 관련 은행이용자에게 정상적인 수준을 초과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불건전 영업으로 규정한다.

은행연합회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지자체 출연금으로 △2023년 1910억원 △2024년 1922억원 △2025년 2043억원을 지출했다. 해당 기간(2023~2025년) 은행별로는 △신한은행 총 3507억원 △우리은행 총 1066억원 △국민은행 총 837억원 △하나은행 총 463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NH농협은행 지자체 금고 점유율은 4대 시중은행을 합산한 것보다 높다. 지난 1월 기준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현황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 일반회계 금고 가운데 166곳(68.3%)을 담당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 점포가 넓게 위치해 있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시중은행들과 동일선상에서 보긴 어렵다.
농협은행 사회공헌보고서 상 출연금은 △2024년 853억원 △2025년 998억원으로 신한은행 다음으로 많다. 농협은행의 마지막 금감원 정기 검사는 지난 2024년 5월이다.
금감원장 지적한 '기울어진 운동장'은
이찬진 원장의 '기울어진 운동장' 발언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 지자체 금고 경쟁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 경쟁을 자제해달라는 의미"라며 "정부에서 지역 균형 발전을 중요하게 여기니 지역 내 자금 순환이 있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차기 금고 운영 은행을 선정하지 않은 지자체는 세종특별자치시와 광주전남통합특별시다. 이 가운데 세종시 1, 2금고는 각각 농협·하나은행이 맡고 있다. 광주전남특별시는 지난 21일 금고 지정 설명회를 열었으며 내달 6∼7일 입찰 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시 금고의 연간 재정 규모는 25조원에 달한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두개의 광역단체 금고가 합쳐진 결과다. 시금고 중 서울시 다음 가는 수준인 만큼 기존 1, 2금고를 맡은 농협·광주은행 외 다른 은행들의 관심도 컸다. 이에 다른 은행들이 참전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광주전남시 금고는) 전국적으로 놓고 봐도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운영한다"며 "(이찬진 원장 발언은) 최근 수익성과 건전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은행을 고려해달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방은행들이 그간 해당 지역에 기여해 온 부분이 있다"면서도 "소상공인 상생이나 지역 발전, 재정 등 시중은행이 지방은행보다 지자체에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