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SFS 2.0]재무제표 밖 거래망까지 읽는다…AI가 넓힌 신용평가

  • 2026.09.30(수) 13:54

더존비즈온·KAIST, 거래처 부도 위험까지 분석
재무정보 부족 중기 '거래 데이터'로 평가 확대 
NICE평가 "AI 신용평가 확대, 금융 동조화 과제"

기업 신용평가 범위가 재무제표에서 거래관계망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기업 간 매출·매입 데이터를 분석해 거래처의 부도나 휴·폐업 등이 미치는 영향까지 읽어내면서다. 재무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도 거래 이력을 기존 신용정보에 더해 평가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다만 특정 거래처 부실이 신용도에 반영될 경우 기업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요인으로 금융 접근성을 떨어트릴 위험도 제기된다. AI를 활용한 신용평가가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반영해 금융사의 동조화가 일어날 경우 특정 업종이나 지역 내 개별기업의 일시적인 충격이 전체 신용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AI가 빠르게 신용평가 모형을 갱신할 수 있는 만큼 업데이트 시점과 범위를 통제하고 사람의 판단이 개입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용구 더존비즈온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시즌2 4차 회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신용평가, 기업의 '관계'까지 본다

지용구 더존비즈온 대표는 지난 28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 2기(SFS 2.0)' 제4차 회의에서 "재무제표만이 아닌 거래관계가 신용이 되는 시대가 온다"며 기업 간 거래관계망을 통해 재무제표에 담기지 않은 신용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기업의 재무상태만 보면 별다른 문제가 없더라도 주요 거래처가 갑자기 문을 닫거나 부도가 나면 해당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재무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이라도 건실한 거래처들과 안정적으로 거래하고 있다면 사업을 이어갈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 기반 신용평가가 기업 간 거래관계를 연결해 재무제표만으로 보이지 않던 신용정보의 범위를 넓힌 것이다. 더존비즈온이 테크핀레이팅스·카이스트(KAIST)와 개발한 'AI 거래관계망 신용평가 모형(DefaultGNN)'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ERP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 간 매출·매입 거래를 거래관계망으로 구성하고 거래 상대방과 거래 유형, 거래 비중 등을 분석했다. 특정 거래처의 부도나 휴·폐업이 해당 기업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그 거래처와 연결된 2차·3차 거래 관계까지 살펴보는 방식이다.

지 대표는 "누구와 거래하고, 그 거래의 비중이 어떠한가를 보는 것이 핵심"이라며 기존 신용평가모형과 결합하면 재무제표에서 드러나지 않는 위험 신호를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특정 거래처에 매출이나 매입을 크게 의존하고 있다면 거래처의 부도는 해당 기업의 현금흐름이나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에 거래처의 거래처까지 연결하면 기업을 둘러싼 위험의 흐름을 더 넓게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용구 더존비즈온 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시즌2 4차 회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중소기업 신용평가도 정교화 

이 같은 거래관계망 신용평가 연구는 지난 8월 인공지능·데이터마이닝 분야 국제학술대회인 CIKM에 채택됐다. 이 방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재무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에도 새로운 평가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거래관계망 정보가 기존 신용평가를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 역시 기존 재무정보를 제외하고 새로운 평가모형을 만드는 것보다는 기존 신용평가모형에 거래관계 정보를 더해 평가 성능을 높이는 방식에 초점을 맞췄다.

실증 결과 법인의 경우 대출 승인율이 6.95%포인트(p) 높아진 58.52%를 기록했고, 부도율은 0.41%로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개인사업자도 승인율이 11.11%p 높아진 47.24%를 기록, 부도율은 0.14%에서 0.11%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 대표는 "재무제표가 기업의 과거 실적과 재무상태를 보여준다면 거래관계망은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준다"면서 "리스크를 높이지 않고도 거절당하던 우량 중소기업의 대출 문턱을 낮춰 진정한 생산적 금융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상순 나이스평가정보 솔루션본부장이 28일 오후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린 싱귤래리티 금융 소사이어티(SFS) 시즌2 4차 회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금융 동조화 우려… '사람의 통제' 중요

AI가 신용평가에 들어오면서 과제도 달라지고 있다. 더 복잡한 모형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모형을 자주 갱신할 수 있게 된 만큼, 평가 결과를 고객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고 모형의 변화와 판단 과정을 통제하는 체계가 필요해진 것이다. 

특히 금융회사들이 AI가 포착한 위험 신호를 동시에 반영해 신용평가 모형을 업데이트하고 그 결과를 자동으로 의사결정에 반영할 경우 시장 전체의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순 NICE평가정보 솔루션본부장은 "AI 도입 초기에는 모형 성능을 더 높이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더 복잡한 모델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더 많은 정보를 활용하고 더 자주 갱신하면서 XAI(설명가능한 AI)와 사람의 통제를 내재화하는 것이 AI 발달의 중요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AI를 활용해 신용평가가 빨라질수록 개별 모형의 정확도뿐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반응 속도와 동조화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 변화나 일시적 충격이 시장 전체의 충격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구제역 등으로 특정 업종이나 지역에서 일시적 충격이 발생했는데, 금융회사들이 이를 동시에 위험 신호로 인식해 평가에 반영하면 대출을 조이거나 대환·만기연장을 중단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사업자의 부실이 더 커지고, 같은 업종에 속한 정상적인 사업자까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속 신호와 일시 신호를 구분하고, 자동업데이트가 아니라 통제된 상태에서의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시스템 차원의 모니터링을 통해 전체 차주 반응이 동시에 움직이는지 등 집중도도 체크해야 한다"며 "결과적으로는 사람의 개입과 최종 판단이 시스템 내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aver daum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