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권 연쇄 해킹 사태와 관련해 "인공지능(AI) 해킹 위협은 계속 점증하고 있는데 우리의 대응 방식은 아주 기본적인 부분에도 굉장히 미흡하다"고 언급했다. 이미 경고된 취약점조차 현장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철저하게 더 점검하고 바꿔 나가야 할 것 같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금융보안원이 대응요령과 세미나를 통해 외부 시스템과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취약점을 점검하라고 강조했는데도 금융회사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당국이 권고만 하고 사후 관리감독은 소홀했다는 것이다.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 공격에 맞설 방어 수단이 규제에 묶여 있다고 했다. 보안 목적 AI를 쓸 수 있도록 망분리 예외를 허용하는 실증 사업에는 신청 자격이 있는 49개사 중 20개사만 참여했다. 허가 기간이 1년이고 연장 조항도 없어 금융회사가 투자에 나서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AI를 막으려면 결국 AI를 쓸 수밖에 없다"며 "망분리 규제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 단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 방식도 국감장에 올랐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위가 지난 4월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정했다가 4개월 만인 8월 13일 3%로 두 배 올린 점을 문제 삼았다. 은행별 연간 한도가 일찍 소진돼 주담대와 집단대출 접수가 줄줄이 막힌 뒤에야 목표를 고쳤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거친 표현을 쓴다면 널뛰기로 볼 수도 있다"며 잦은 규제 변경도 꼬집었다. 한 의원이 국제통화기금(IMF) 거시건전성 정책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결과 2004년부터 2024년까지 한국의 LTV·DSTI(소득대비원리금상환비율) 등 주택대출 규제 조정은 30건이었다. 같은 기간 독일과 일본은 한 건도 없었고 미국과 영국은 1건, 프랑스는 4건에 그쳤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3개 은행이 자체적으로 시행한 대출 제한 조치도 149회에 달했다.
이 위원장은 가계부채 수준이 워낙 높은 만큼 총량 관리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총량 규제가 서민 대출 문턱까지 높였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민규 의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액은 전년 동기보다 31.4% 줄었고,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상담은 3년 새 약 61% 늘었다. 기업은행이 지난 7월 출시한 중저신용자 대상 포용대출(연 4.9%)에서는 승인받지 못한 2만2449명 가운데 8517명이 연소득 이내로 묶인 신용대출 한도 때문에 탈락했다.
이 위원장은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실수요자와 서민금융은 제대로 공급되도록 조화를 이루겠다"고 답했다.
은행의 주담대 쏠림을 두고는 위험가중치를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대 은행이 주담대로 벌어들인 이자수익이 최근 5년간 11조원대에서 21조원대로 두 배 늘었다고 했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주담대의 위험 대비 수익이 과도하다며 "은행이 과도한 수익을 누리고 있다는 점 외에도 실제로 주택가격을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계속 오르는 반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답보 상태여서, 은행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주담대에 몰린다는 것이다.
위험가중치가 오르면 은행은 같은 주담대에도 자본을 더 쌓아야 한다. 주담대 취급 부담을 키워 자금을 기업대출 등 생산적 분야로 돌리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는 앞서 은행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높였다.
이 위원장은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추가로 올릴 생각이 없느냐는 유 위원장의 질의에 "시장 상황을 봐 가면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