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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암백신 뭐길래…모더나 '면역 경비시스템' 베팅

  • 2026.08.25(화) 07:30

개인맞춤형 mRNA 백신 임상 3상 성공
NGS·mRNA·면역항암제 기술 맞물려
플랫폼 경쟁 본격화…국내 개발 속도 주목

100년 넘게 가능성과 실패를 반복해온 '암백신'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모더나와 머크가 공동 개발한 개인맞춤형 mRNA(메신저 리보핵산) 암백신의 임상 3상 성공 때문인데요. 

구체적인 효과의 크기와 전체생존기간(OS)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결과 발표 당일인 지난 19일 모더나 주가는 전일 대비 177% 급등한 채 마감했습니다. 대체 암백신에는 어떤 가능성이 있기에 시장이 이처럼 반응한 걸까요.

암인데 왜 백신?…100년간 이어진 도전

백신이라고 하면 독감이나 코로나19처럼 병에 걸리기 전에 맞는 예방주사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모더나의 암백신은 이미 암에 걸린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제입니다. 

그런데도 백신이라고 부르는 것은 작동 원리 때문입니다. 백신의 핵심은 특정 표적을 면역계에 가르쳐 이를 공격하도록 만드는 데 있습니다. 질병이 생기기 전에 가르치면 예방 백신이고, 이미 생긴 암의 특징을 가르쳐 공격하게 만들면 '치료용 백신'입니다.

암과 면역의 관계를 이용하려는 시도는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1891년 미국 외과의사 윌리엄 콜리는 세균 감염을 겪은 일부 암환자에서 종양이 줄어드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후 암환자에게 세균을 투여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이른바 '콜리 독소' 치료를 시도했습니다. 오늘날의 암백신과는 다르지만 환자의 면역체계를 깨워 암을 공격하게 한다는 생각의 출발점이었습니다.

이후 연구자들은 암세포에 많이 존재하는 특정 단백질, 즉 종양 항원을 면역계에 보여주는 보다 정교한 암백신을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표적으로 삼은 단백질이 정상세포에도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강한 면역반응을 일으키기 어려웠습니다. 암세포가 표적을 잃어버리거나 T세포(면역 세포)의 공격을 억제하며 도망가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암백신은 과학적으로 매력적인 아이디어였지만 실제 환자의 생존을 유의미하게 개선하는 치료제로 만드는 과정에서 수없이 좌절을 겪었습니다.

그렇다고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201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전립선암 치료백신 '프로벤지(시푸류셀-T)'를 승인했습니다. 다만 프로벤지는 생존기간을 수개월 연장하는 데 그쳤고 환자마다 면역세포를 채취·가공해야 하는 복잡한 제조방식과 높은 비용 등의 한계로 널리 확산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실패가 쌓이면서 암백신의 개발 방향도 달라졌습니다. 여러 환자가 공통적으로 가진 종양항원을 겨냥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환자 한 사람의 암에서만 나타나는 고유한 돌연변이와 신생항원을 찾아내는 '개인맞춤형 암백신'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모더나의 인티스메란은 이런 암백신의 새로운 진화형에 해당합니다.

치료제 많은데 왜 백신일까

이미 항암화학요법부터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항체-약물 접합체(ADC)까지 다양한 암 치료제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암백신 개발에 대한 도전이 이어지는 이유는 암세포를 보다 선택적으로 공격하고, 몸속에 숨어 있는 암까지 추적하며, 면역기억을 통해 재발까지 막을 수 있다는 이상적인 치료 가능성 때문입니다.

기대되는 영역은 수술 후 재발 방지입니다. 눈에 보이는 암을 수술로 모두 제거해도 극소수의 암세포가 몸 어딘가에 남아 재발이나 전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암백신은 암의 특징을 T세포에 학습시켜 이런 암세포를 찾아내고, 기억 T세포를 남겨 장기간 재등장을 감시하는 일종의 '면역 경비시스템'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암백신을 다시 살린 세 가지 기술

오랫동안 가능성에 머물렀던 암백신이 다시 주목받게 된 데는 여러 기술의 발전이 맞물렸습니다. 

먼저 유전자 분석 기법인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의 발전으로 환자 암세포의 수많은 돌연변이를 빠르게 읽고, 이 과정에서 정상세포에는 없는 새로운 단백질 조각인 '신생항원(neoantigen)'을 찾아낼 수 있게 됐습니다.

과거에는 찾아내도 환자마다 다른 항원을 일일이 백신으로 만드는 것이 또 다른 난제였습니다. 이 문제를 푸는 데 mRNA 기술이 역할을 했습니다.

mRNA는 세포가 단백질을 만들 때 사용하는 일종의 '설계도'입니다. 환자의 암에서 찾은 신생항원의 유전정보를 mRNA에 담아 투여하면 몸속 세포가 해당 신생항원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면역계는 이를 보고 암세포의 특징을 학습합니다. 인티스메란은 환자의 암에서 골라낸 최대 34개의 신생항원 정보를 mRNA에 담습니다.

단백질 백신처럼 환자마다 서로 다른 단백질을 일일이 생산할 필요 없이 기본적인 제조공정은 유지하면서 mRNA의 염기서열, 즉 '설계도'만 바꿀 수 있다는 점이 개인맞춤형 암백신에 유리합니다.

마지막 퍼즐은 키트루다 같은 면역관문억제제입니다. 암백신이 암을 알아보는 T세포를 만들고 늘려도 암세포가 이들의 기능에 제동을 걸면 효과가 제한되는데, 면역관문억제제는 이 브레이크를 풀어줍니다.

결국 NGS가 암의 표적을 찾아내고, mRNA가 그 표적을 담은 환자별 백신을 만들며, 키트루다가 백신으로 만들어진 T세포가 제대로 싸울 수 있게 하면서 100년 넘은 암백신의 아이디어가 실제 치료에 가까워진 셈입니다.

시장은 무엇에 베팅했나

아직 조심해서 볼 부분도 있습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구체적인 위험감소율 등 세부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았고 전체생존기간 결과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환자마다 서로 다른 백신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제조비용과 생산속도, 품질관리 역시 상업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시장이 크게 움직인 것은 흑색종 치료제 하나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번 결과가 개인맞춤형 mRNA 암백신이 대규모 3상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는 첫 증거가 됐기 때문입니다. 모더나와 머크는 이미 다른 암종으로 개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수술 후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에서 암백신이 새로운 치료축으로 자리 잡는다면 활용 범위는 상당히 넓어질 수 있습니다. 시장은 흑색종 한 제품이 아니라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찾아내고 치료 후에도 재발을 감시하는 개인맞춤형 면역치료 플랫폼의 가능성에 베팅한 셈입니다.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mRNA 백신에서 모더나와 경쟁했던 바이오엔테크 역시 환자별 신생항원을 담은 개인맞춤형 mRNA 암백신 플랫폼 'iNeST'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어디까지 왔을까

국내에서도 여러 회사가 개인맞춤형 암백신 개발을 추진했지만 아직 초기 단계에 가깝습니다. 

테라젠바이오는 2020년경 환자의 암 유전체에서 신생항원을 찾아내는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맞춤형 암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한때 2023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일정이 지연됐고 현재는 mRNA 비임상과 제조 플랫폼을 구축하는 단계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한국형 ARPA-H의 'PAVE'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애스톤사이언스·테라젠바이오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과 LG화학·에스티팜 컨소시엄이 각각 신생항원 발굴부터 mRNA 제조, 전달까지 연결하는 환자맞춤형 암백신 플랫폼 구축에 나섰습니다.

개인맞춤형 암백신은 신약 하나만 잘 개발한다고 되는 분야가 아닙니다. 환자 암 조직을 분석해 신생항원을 고르고, 환자마다 다른 mRNA 백신을 제조한 뒤 품질검사를 거쳐 신속하게 공급하는 전 과정이 하나로 연결돼야 합니다. 환자마다 약의 염기서열이 달라지는 만큼 제조·품질관리와 규제 측면에서도 기존 의약품과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모더나가 임상 3상까지 앞서간 배경에는 mRNA 기술뿐 아니라 이런 개인맞춤형 생산 시스템을 실제 임상 규모로 운영할 수 있는 자본력과 제조 인프라가 있습니다. 국내는 이제 각각의 기술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입니다.

모더나의 3상 성과는 개인맞춤형 암백신이 연구실의 아이디어를 넘어 실제 치료제가 될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국내 기업들의 개발 경쟁과 정부의 제도·인프라 구축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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