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 국내 증시에서 최대인 3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회사는 차입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하려 했다가 증자로 방향을 바꾼 것이라 주주들의 이목이 모일 수 밖에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상증자 추진을 바라보는 시장과 주주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 5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에 나선 바 있다. 이전에는 초과이익성과급(OPI) 등의 지급률이나 단순 액수를 올려달라는 요구를 했으나 올해에는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못 박아 분배하라고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불사하고 있다.
공교롭게 회사는 주주를 대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노조와 성장의 결실을 배분하기 위한 협상을 벌이는 와중에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주주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형국이다. 가뜩이나 회사는 2011년 창사 이래 단 한차례도 현금 배당을 하지 않는 무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주주환원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회사의 투자 중심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만약 성과급이 늘어나면 향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영업익 비례 성과급 떠올라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것은 삼성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대 주주인 삼성전자가 비슷한 선례를 가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노조와 영업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산정 기준에 합의한 뒤 주주환원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임직원 보상 기준을 먼저 정하고 주주 몫은 나중에 제시했다는 주주단체의 반발을 샀다.
게다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주환원의 출발점도 다르다. 회사는 설립 이후 무배당 기조를 유지하는 대신 설비투자를 확대해 실적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식을 택했다. 앞서 지은 공장의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늘고 주가도 오르자 '성장이 최고의 주주환원'이라는 공식도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하지만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 않다. 대규모 투자를 성과로 돌려주겠다는 사측의 설명에도 발표 전날인 지난달 27일 159만4000원이던 주가는 발표 당일에만 6.8% 떨어졌다. 이달 21일에는 140만3000원까지 내려왔다. 회사는 주주환원 정책도 3년 뒤 다시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주주는 추가 자금을 부담하고 신규 투자의 성과를 다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주주정책·임직원 보상 맞물리는 이유
그사이 임직원 몫을 둘러싼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 노조는 임금 인상과 함께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배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스무차례 넘게 교섭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고 지난 5월에는 전면파업까지 벌어졌다. 이후 회사가 사후조정을 제안했지만 첫 조정에서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회사가 노조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자본정책과 맞닿아 있다. 대규모 투자를 위해 이익을 유보하고 주주에게 추가 출자까지 요청한 상황에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배분하면 성장 투자를 우선한다는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임직원 보상과 각종 비용을 지급한 뒤 채권자와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이라며 "주주환원 기준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이익 비례 성과급을 도입하면 당장은 임직원에게 배분하는 만큼 주주에게 돌아갈 재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 장기화도 부담…시험대 선 삼성바이오
반대로 협상이 장기화하는 것도 회사에는 부담이다. 위탁개발생산(CDMO)은 고객사가 맡긴 의약품을 정해진 일정에 맞춰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능력이 수주 경쟁력을 좌우한다. 파업과 노사 갈등이 이어지면 생산 안정성을 중시하는 고객사의 발주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서 신규 수주 계약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며 "성과급 협상이 추가적인 비용 증가와 주당순이익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에서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조 요구를 수용하면 주주 홀대 논란이 커질 수 있고, 갈등을 이어가면 수주와 생산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협상은 임직원 보상의 규모를 정하는 문제를 넘어 성장 투자와 주주환원 사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어떤 배분 원칙을 세울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