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이 잇따라 추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의 성적표가 속속 나오고 있다. HLB제약과 엔젠바이오가 구주주 청약을 마쳤고 툴젠도 최종 발행가격을 확정했다.
결과는 녹록지 않았다. 증자 발표 이후 주가 하락 여파를 피하지 못하면서다. 이에 따라 최종 발행가격이 최초 예정가보다 대폭 낮아지면서 실제 조달 규모가 당초 목표치를 크게 밑돌았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LB제약과 엔젠바이오, 툴젠 등 3개사가 당초 계획한 유상증자 규모는 총 2125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최종 확정 발행가를 기준으로 집계한 실제 조달 규모는 약 880억원에 그쳤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이사회 결의 이후 주가 흐름이 최종 발행가 산정에 직접 반영된다. 하지만 증자 발표 직후 기존 주주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와 함께 바이오 섹터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 등 악재가 겹치며 주가 하락 폭이 유독 컸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신주 발행단가 역시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HLB제약은 당초 1200억원 조달을 목표로 주당 1만1150원에 신주를 발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종 발행가가 5650원에 그치면서 실제 모집금액은 약 608억원으로 축소됐다. 구주주 청약률 자체는 91%로 선방했으나 발행가 하락에 따른 외형 축소는 피하지 못했다.
엔젠바이오도 당초 224억원 규모를 목표로 했으나 최초 예정 발행가(3135원)의 3분의 1 수준인 1074원으로 확정되면서 최종 모집금액은 약 77억원으로 감소했다. 구주주 청약률은 75.4%를 기록했으며, 미달 물량은 일반공모와 주관사 잔액 인수 절차를 밟는다.
청약을 앞둔 툴젠 역시 발행가 확정 단계에서 모집 규모가 크게 줄었다. 회사는 당초 주당 9만200원에 701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최종 발행가가 2만5050원으로 확정되면서 최종 조달액은 약 195억원에 머물렀다.
큐리언트·뷰노 등 후속 유상증자 주목
시장의 시선은 현재 증자 절차를 밟고 있는 후속 주자들에게 쏠린다.
바이오기업 특성상 연구개발(R&D)과 임상시험 등에 대규모 자금이 지속적으로 투입돼야 한다. 실제 확보 자금이 당초 계획에 미치지 못할 경우 중장기 사업 및 임상 개발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큐리언트는 약 1016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을 검토하다 자본 확충으로 선회했다.
인공지능 진단기업인 뷰노 역시 약 314억원을 조달하는 주주배정 증자를 추진 중이다. 뷰노는 확보 자금 일부를 영구전환사채 상환에 쓰고 나머지를 R&D 및 영업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반면 인체조직 이식재 및 재생의학 전문기업인 엘앤씨바이오는 다른 흐름을 보인다. 당초 주당 3만8000원에 1406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1차 발행가가 3만9100원으로 오르며 모집 예상액이 약 1447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실적 성장세가 본격화되는 국면에서 이번 증자가 생산능력(CAPA) 확대를 위한 투자로 해석되면서, 지분 희석 우려를 넘어 향후 성장성에 무게가 실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과 고금리 기조 등으로 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결국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 외에는 마땅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