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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스캔들]⑤찬스가 왔다

  • 2015.10.11(일) 08:00

현대·기아차, 해외 점유율 올릴 기회
친환경차 경쟁력도 갖춰..우호적 여건 조성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장치 조작 사기극의 후폭풍이 메가톤급이다. 당사자인 폭스바겐은 수십 조원대 손실이 예상되고, 디젤 진영의 약세로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할 전망이다. 폭스바겐이 도요타, GM과 함께 구축해온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빅3 판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이 틈새를 얼마나 파고들 것인지도 관심사다. 폭스바겐 사태의 원인과 배경, 업계에 미치는 파장, 향후 전망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이번 배기가스장치 조작 사태는 폭스바겐에게 큰 위기다. 하지만 경쟁 업체들, 특히 현대·기아차에게는 기회다. 지지부진했던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유럽 시장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시장이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는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폭스바겐은 유럽 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독보적인 업체다. 폭스바겐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조작된 디젤 엔진 덕이 컸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소비자들이 보여준 충성심을 눈속임을 통해 이용해 온 셈이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 현대·기아차는 그 충격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


◇ 유럽 점유율 높인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현대·기아차의 유럽시장 점유율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8년 3.4%에서 꾸준히 상승해 지난 2012년에는 6.2%까지 올랐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이후부터는 점유율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현대·기아차에게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정체돼있는 유럽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절호의 찬스다. 현대·기아차는 이미 경쟁 업체들의 위기를 발판 삼아 점유율을 끌어올였던 경험이 있다. 지난 2009년 GM의 파산으로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8년 4분기 4.4%에서 2009년 1분기 7.4%로 크게 성장했다.

지난 2010년 도요타 사태때도 마찬가지다. 도요타가 미국 시장에서 대규모 리콜을 결정한 다음 분기에 현대·기아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4%포인트 상승했다. 이후 사태가 확대되면서 도요타의 점유율이 리콜 발생 이전 대비 6%포인트 이상 감소하자 현대·기아차는 9.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 미국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폭스바겐 사태로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향후 적게는 1.6%포인트에서 많게는 3%포인트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이 수년간 정체 상태에 있기는 하지만 꾸준히 연간 69만대 규모의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현대·기아차가 유럽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증거라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 유럽 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의 점유율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음에도 불구 현대·기아차는 상대적으로 현상 유지를 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유럽 시장 전망을 밝게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도요타는 지난 2006년에 2007년 유럽에서 6%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3%대로 주저앉은 상태다. 유럽 2위인 푸조시트로엥도 지난 2009년 13.3%에서 올해는 10.7%까지 떨어졌다.

아울러 현대·기아차의 유럽 포트폴리오에 디젤 차량이 적다는 점도 호재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유럽 시장에 디젤 세단보다는 가솔린 세단과 디젤 SUV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디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면 가솔린 세단에서, SUV로 수요가 이동한다면 여기에서도 승부를 걸 수 있다. 특히 SUV의 경우 폭스바겐이 내년에 신형 티구안을 선보일 예정이지만 이번 사태로 그 수요가 현대·기아차로 옮겨올 가능성도 있다.


◇ 친환경차 경쟁력도 갖췄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디젤차의 자리를 친환경차가 대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친환경차 부문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업체들과 현대·기아차가 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친환경차 기술 확보에 있어 어느 한 곳에 치중하기 보다는 여러 방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술을 개발해왔다.

실제로 현재 현대·기아차는 가솔린, 디젤, 전기동력 등에서 고르게 연구개발 성과를 내고 있다. 전기동력 중에서는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차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에서도 지난 8월 독일 전기차 시장에서 기아차 쏘울EV가 판매 1위를 차지하는 등 전기차에 대한 역량도 상당한 수준이다. 따라서 지역별로 수요 트렌드에 맞는 차량을 투입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유럽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독일 업체들이 친환경차 기술 분야에서는 아직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현대·기아차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 향후 4년간 총 81조원의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투자액의 85% 이상인 68조9000억원을 자동차부문에 투입한다. 이중 친환경차 부문에 총 11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 그래픽=김용민 기자.

현대차그룹의 이런 계획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기존 모델들의 친환경차 버전들을 내놓으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현대차는 'LF쏘나타 하이브리드 모델'에 이어 국내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모델인 '쏘나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도 선보였다. 기아차도 4분기에 '신형 K5'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년 초에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로드맵도 발표한 상태다. 오는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 12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6종, 전기차 2종, 수소차 2종 등 총 22개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구축해 이 분야에서 글로벌 톱에 오르겠다는 포부다. 수소차의 경우에는 이미 개발을 완료하고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와 경쟁에 들어갔다. 현재는 수소차의 가격을 40~50%가량 낮추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 해외 부진 털어낼까

현대·기아차는 현재 판매 부진에 고전하고 있다. 내수에서는 수입차들과 경쟁업체들에게 일정 부분 시장을 내준 상태다.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이 자동차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현대·기아차가 아닌 다른 브랜드의 차량으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해외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의 성장을 이끈 것은 해외 시장이었다.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시의적절한 차량 투입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 받았던 것이 지금의 현대·기아차를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만큼 해외 시장은 현대·기아차의 든든한 버티목이었다.

▲ 최근 해외에서 판매가 주춤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에게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해외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 업계와 시장의 의견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해외 시장에서도 불안한 징조가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환율 변동과 업체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해외 시장 판매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 9월 현대차의 해외 판매는 전년대비 0.2% 증가에 그쳤다. 기아차는 전년대비 4.4% 감소했다. 특히 해외 생산·판매는 전년대비 8.2%나 줄었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이번 폭스바겐 사태가 현대·기아차가 판매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유럽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를 노려볼 수 있다.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의 올해 미국 시장 점유율은 3.5%다. 이중 80%가 세단이다. 디젤 세단은 24%다. 현재 폭스바겐은 미국 시장에서 디젤 모델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가솔린 차량 판매 감소도 예상된다.

현대·기아차에게는 미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호기다. 폭스바겐이 주저 앉은 틈을 타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다면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을 일정 부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최근 주춤했던 중국 판매도 다시 반등세를 보이고 있어 전반적으로 현대·기아차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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